[법조산책] ​노조 활동으로 업무상 사용하던 창고문을 열었다면?

주거침입죄 성립 판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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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배달사원으로 종사하던 중 노동조합 결성으로 인해 강제 해고된 자가 부당해고를 다투고 있는 상태에서 평소 업무상 사용하던 창고문을 열어것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사측이 노조가 게시한 유인물을 손괴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이에 개입되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평소 업무상 사용하던 창고문을 열어본 것이었고, 노조의 유인물은 회사의 창고에 있었습니다.

법원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근로자 조합원의 자격으로서 회사 내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서 회사 측에서도 이를 제지할 수 없으나, 조합원의 자격과 무관하게 소속 회사의 건조물에 출입하는 것은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사측의 노조활동방해 상황에서 부득이 이를 확인하게 위하여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평소 업무상 사용하던 창고문을 열었던 것으로 조합원 자격으로 노조활동을 한 것이 명백하였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 해고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근로자가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명백하게 사용자의 의사에 반하는 방법으로 침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평소 출입이 허용되는 사업장 안에 들어가는 행위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주거침입을 엄격하게 판단하였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08. 6. 26. 선고, 2008고정52 판결 참조).

법원은 정당행위 주장도 배척하면서“피고인 및 변호인은, 판시행위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주장하나,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범행당시의 상황, 행위의 수단과 결과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이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해고된 근로자가 회사내에서 노조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노조사무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건조물에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노조사무실로 한정한다면 해고를 다투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근로자의 회사내 출입 자체가 금지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노조 사무실 이외의 장소의 출입은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이라도 모두 주거침입으로 되어 노조활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약될 수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 사측의 노조활동방해에 대하여 조합원으로서 노조의 유인물을 찾기 위해 창고문을 열어보았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정당행위까지 배척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지나치게 과거의 판례에 형식적으로 얽매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박삼성 변호사, WF법률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