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대여금과 투자금의 구별

대구지방법원 2019나3019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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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친구나 친척 등 가까운 사이에 이어져 온 금전거래가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 그 성격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나는 상대방에게 분명 돈을 빌려준 것인데, 상대방은 ‘빌려준 것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고율의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그에게 돈을 투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여금이라면 마땅히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반면, 투자금이라면 상황에 따라 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원금회수가 전제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투자금의 경우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의 반환을 구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여금과 투자금의 구별 실익이 현저하다.

아래 사례는 친구지간에 투자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돈을 투자하여 큰 수익을 받아오던 중, 제3자가 투자사기 사건으로 구속이 되자 수익이 지급되지 못했고, 이에 자신이 준 돈은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며 돈을 반환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필자는 원고의 금전 반환 청구를 받은 피고를 대리하여 최근 승소판결을 받았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이번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 관계

가. 원고는 피고에게 2014. 4. 21. 170만원, 2014. 4. 22. 1,330만원 합계 1,500만원을 송금하였다.

나. 피고는 원고로부터 돈을 받는 즉시 송희채(가명)에게 송금하였는데, 2014. 4. 21. 200만원, 2014. 4. 22. 1,300만원 합계 1,500만원을 송금하였다.

다. 송희채는 “채권을 매입하여 되파는 일에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거짓말하여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다음 이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인 것처럼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액을 편취한 범죄사실 등으로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 각각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송희채는 위 각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2016. 5. 3. 대구고등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송희채가 그 무렵 상고를 포기하여, 위 항소심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에게 합계 1,500만원을 빌려주고, 일부 이자만 지급받았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차용금 1,5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마.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피고를 통해 송희채에게 투자한 것
이다. 원고는 과거에도 송희채에게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얻은 적이 있었는데, 원고가 주장하는 위 1,500만원 또한 원금 손실의 위험을 알면서 투자를 한 것이다.

바. 1심(원심) 법원의 판단 및 항소

원고 청구에 대해 전부 승소 판결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항소를 하였고, 항소심부터 피고를 대리한 필자는 아래와 같이 변론하게 되었다.

“대여금반환 청구의 요건사실로 “소비대차계약 성립사실(원금, 이자, 변제기)”을 원고가 입증하여야 하나, 원고는 2014. 4. 21. 1,700,000원, 2014. 4. 22. 13,300,000원을 각 피고 계좌로 이체해준 사실을 입증하였을 뿐, 위 금원이 대여금 계약으로 지급된 것인지 명확히 입증한 바 없다“

”또한, 대여금 요건인 변제기나 이자의 약정이 없는 점, 수익발생이 불확실한 점, 매월 지급된 수익금이 불규칙적인 점, 그밖에 원금의 반환여부, 돈 지급 경위와 동기, 원금에 대한 대가의 고정성, 당사자들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본건 금원은 투자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2심(항소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3. 판결 요지

당사자 사이에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에 관하여 다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다투는 때에는 대여 사실에 대하여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피고에게 2014. 4. 21. 170만원, 2014. 4. 22. 1,330만원 합계 1,500만원(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 한다)을 송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갑 제3, 4호증, 을 제1 내지 32, 3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

즉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통상의 금전소비대차계약과 달리 차용증 등 변제기 및 원금 반환에 대한 약정의 존재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점, ②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금원을 지급받는 즉시 송희채에게 송금하였는바, 이러한 송금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단순히 원고의 돈을 송희채에게 전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금원을 지급하기 이전인 2012. 12. 4. 피고에게 1,000만원을 송금하였고, 피고는 위 돈을 송희채에게 투자한 후, 송희채로부터 지급받은 돈으로 원고에게 1년간 매달 10~12만 원을 지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피고는 원고에게 매달 위와 같은 일정액을 송금하면서 그 명목을 대여금에 대한 ‘이자’가 아닌 ‘수익’으로 표시한 점(따라서 당시 원고는 적어도 위 돈이 피고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자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송희채로부터 자신의 투자금과 이 사건 금원에 대한 수익금을 지급받으면 바로 원고의 몫을 떼어 원고에게 송금하였고, 그 돈의 명목 역시 ‘수익’으로 표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갑 제3, 4호증(각 녹취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1,500만원이 대여금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원고가 피고를 통해 송희채에게 원금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면서 위 돈을 투자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금원이 대여금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4. 판결의 의의

결국,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의 구별은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종합하여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1) 변제기나 이자의 약정이 있는지 여부 : 있다면 대여금으로 볼 여지가 크다
2) 수익발생의 확실성 여부 : 확실하다면 대여금으로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3) 매월 지급된 수익금이 규칙적•고정적인지 여부 : 매월 지급된 수익금이 규칙적으로 지급되며, 그 금액이 고정적이라면 대여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
4) 원금의 반환여부 : 원금이 반환되었다면 대여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
5) 그밖에 돈 지급 경위와 동기, 거래의 이행과정, 당사자들의 관계 및 당사자들의 의사, 대여(또는 투자)를 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 원금에 대한 대가의 고정성 여부 등 여러 정황을 고려.

본건은 설시된 판결 이유 외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과거 1차 투자금 10,100,000원을 모두 돌려줄 때도, “1천원금수익”으로 표기를 하여 송금해준 점, 피고가 원고에게 매달 10만원 ~ 12만원의 일정하지 않은 금원을 지급한 점, 중간에 2013. 5. 4. ~ 2013. 8. 4. 사이 2달간 송희채가 피고에게 수익금을 안 보내서 그 기간 피고도 원고에게 수익금을 보내지 아니한 점(수익발생의 불확실성), 본건과 동일한 내용의 투자사기 사건이 유죄로 인정된 점, 관련 투자금사기 사건이 터지자 피고는 송희채로부터 수익을 받지 못했고 따라서 피고도 원고에게 수익과 원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점, 2014. 7.부터 수익을 못 받았고 그 후로 원고는 피고에게 아무런 변제 독촉을 한 적이 없다가 3년이 지난 2017.경에서야 비로소 변제를 독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원고로부터 돈을 ‘대여’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등 여러 정황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본건 금전거래가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이라고 판단하였는데,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나,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나 어느 모로 보든 매우 타당한 판결로 생각된다. 특히, 구체적 사실관계와 제시된 자료들을 깊이 탐독하여 대여금과 투자금의 구별을 탄력적•현실적으로 판단해준 아주 명쾌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5. 나가며

필자는 두 사람 간 금전거래의 성격이 실제 대여금이었는지, 투자금이었는지,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아마도 당사자인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금전거래 당시에 구체적 약정 내용을 명확히 기재한 약정서(투자계약서 또는 차용증)를 꼭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친척 등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남겨두어야 한다. 그래야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남광진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