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히말라야 원정 중 사망,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히말라야 원정대는 보험사 면책약관에 적힌 동호회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17다4870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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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해외여행자가 늘면서 해외에서의 사고발생으로 응급환자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제정되어 2021년 1월 16일 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에 그치므로, 사건·사고에 대한 위험에 대한 대비는 기본적으로 여행자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고 대비하기 위하여 보험제도를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여행자보험’은 이제 해외여행의 필수품이 되었다. ‘여행자보험’은 기본적으로 여행기간 중에 발생한 상해사고, 질병사고를 보장하고 있고, 부가적으로 휴대품손해나 배상책임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여행자보험은 해외에서 발생한 의료비 보장에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해외에서 발생한 상해, 사망 그 자체에 대한 보장은 이미 국내에서 가입하였던 상해보험으로도 보장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2013년 히말라야 칸첸중가(Kanchenjunga, 8586m) 등반에 나섰다가 하산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박남수 등반대장의 유족과 DB손해보험 사이의 보험금 지급에 관한 분쟁사건이다.


2. 사건의 개요

박남수 등반대장은 2007. 7. 2. DB손해보험(동부화재)과의 사이에, 피보험자를 본인으로,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본인의 법정상속인, 보험기간을 2007. 7. 2.부터 2046. 7. 2.까지로 하여 피보험자가 상해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박남수 등반대장을 비롯한 광주·전남지역 산악인들은 광주광역시와 전남지역 산악인들이 해발고도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개의 고산 중 유일하게 등반하지 못한 칸첸중가봉을 등반할 계획을 세우면서 그 기회에 2013에 개최되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의 홍보도 일부 겸할 목적으로 「2013 한국 칸첸중가 원정대」라는 이름의 칸첸중가 등반팀을 만들었다.

「2013 한국 칸첸중가 원정대」는 등반대장 박남수 대장을 비롯하여 총 10인으로 구성되었는데, 2013. 3. 22. 네팔 카투만두로 출국하여 2013. 3. 27.부터 현지에서 산악적응훈련을 거친 후 2013. 5. 21. 칸첸중가봉을 등반하였고, 박남수 대장은 2013. 5. 21. 칸첸중가봉을 등반하고 하산하던 도중 7,400m 지점에서 실족하여 사망하였다.

사망한 박남수 대장의 상속인들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DB손해보험에 청구하였으나, DB손해보험은 박남수 대장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상 면책약관 중 '동호회 활동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하는 동안에 생긴 손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상 면책약관은 다음과 같았다.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목적으로 아래에 열거된 행위를 하는 동안에 생긴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

① 전문등반(전문적인 등산용구를 사용하여 암벽 또는 빙벽을 오르내리거나 특수한 기술, 경험, 사전훈련을 필요로 하는 등반을 말합니다), 글라이더 조종, 스타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또는 이와 비슷한 위험한 운동 (이하 생략)」


3. 판례의 전개

(1) DB손해보험은 박남수 대장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광주지방법원에 제기하였고 1심에서는 이러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광주지방법원 2014가합5731 판결).

(2) 이에 불복하여 피고인 유족들이 항소를 하였는데, 광주고등법원은 광주광역시와 전남지역 여러 산악회 소속 산악인들이 칸첸중가봉을 등반하기 위하여 일회성으로 모여 구성된 것에 불과하여 '동호회'라고 볼 수 없으므로 박남수 대장이 「2013 한국 칸첸중가 원정대」라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칸첸중가봉을 등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청구를 기각하였다(광주고등법원 2016나1365 판결).

(3) 이에 다시 DB손해보험은 박남수 대장이 비록 일회적이더라도 약 2개월 이상의 상당한 기간 활동이 지속된 「2013 한국 칸첸중가 원정대」를 결성하고 등반을 하던 중 실족하여 사망하였으므로 이는 '동호회' 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을 상고이유로 하여 상고장을 제출하였다.


4. 이 사건 판례의 태도(대법원 2017다48706 판결)

(1) 보험약관의 해석원칙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해당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면책약관 중 ‘동호회’에 대한 해석

상해보험계약에서 면책약관으로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하는 동안에 생긴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경우, 여기에서 말하는 '동호회'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계속적 · 반복적인 활동이 예상되는 모임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전문등반, 글라이더 조정,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또는 이와 비슷한 위험한 운동'이라는 행위는 일상생활에서의 사고 발생 위험보다 상당히 높은 사고 발생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면책약관은 이와 같은 고도의 위험을 보험계약의 책임영역에서 배제하고 보험가입자 전체의 단체성과 형평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면책약관은 위와 같은 위험한 운동을 하는 동안에 생긴 손해를 전부 면책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위험한 운동을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하는 동안에 생긴 손해만을 면책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위와 같은 위험한 운동이 일정한 반복성을 가짐으로써 고도의 사고 발생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만을 보험의 보장범위에서 제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2) 일반적으로 동호회는 같은 취미 내지 기호를 가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취미 활동을 하기 위하여 만든 모임을 의미한다. 한편, 이 사건 면책약관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동호회'를 '직업, 직무'와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호회의 일반적인 의미, 이 사건 면책약관이 이와 같이 사고 발생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이 직업 또는 직무 중에 행해진 경우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 기준으로 '동호회 활동'을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동호회'란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직업·직무 활동에 준하여 계속적·반복적인 활동이 예상되는 모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3) 결론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박남수 대장의 사망사고에 대하여 이 사건 면책약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보험약관상 '동호회'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은 면책약관에 규정된 ‘동호회’의 개념에 관하여 ‘전문등반’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를 좁게 해석하여 일시적으로 조직된 ‘등반원정대’를 면책약관상의 ‘동호회’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아쉬운 것은 왜 상고이유에 ‘동호회’의 해석에 관한 점만을 포함시켰다는 것에 있다. 면책약관상 ‘동호회’는 ‘직업’, ‘직무’와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직업’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인 활동을 의미하지만(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4헌마196 결정 등), ‘직무’에는 일회적인 사무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하여 행해지는 본래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이거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여 온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도1589 판결 등).

이 사건은 해외에서의 사망사고와 관련된 사건이나, 해외에서의 상해사고에서도 이와 같은 분쟁이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응급환자이송의 경우 아직 법규의 미비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아니하여 무자격 업체가 양산되고 있으므로, 그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해외응급환자이송특약을 포함한 여행자보험의 경우 이러한 분쟁이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법원 2017다48706 판결을 보더라도, 보험계약과 관련된 분쟁에서 전문적인 변호사의 조력이 매우 중요함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사진=유인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