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근로계약보다 불리한 임금피크제, 근로자 동의 없이도 적용될까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절차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더라도,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다면 근로계약보다 불이익한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앞서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이 취업규칙보다 유리하다면,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근로계약이 취업규칙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2018다200709) 이와 같은 판례는 향후 취업규칙을 통한 근로조건의 변경의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므로, 개별 기업에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따른 근로조건 변경에 관한 사항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취업규칙의 변경과 ‘유리한 원칙’

A 기업은 2014. 3. 근로자 B와 연봉계약을 체결하였고, 2014. 6.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취업규칙에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A기업은 2014. 9. B에게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내역을 통보하였다. 이에 B는 임금피크제 적용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A 기업은 임금피크제에 따라 2014. 10. 기본연봉의 60%, 2015. 7. 기본연봉의 40%를 B에게 지급하였다. B는 2016. 6. 정년퇴직한 후 연봉계약보다 낮게 지급된 급여와의 차액을 지급해달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원심법원은 임금피크제의 목적 및 임금피크제의 성격상 기존 연봉제보다 임금피크제가 우선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아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절차는 취업규칙의 효력을 위한 요건일 뿐이며, 근로조건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내용으로 체결된 기존의 근로계약이 우선하므로, A기업은 취업규칙에 따라 B의 연봉액을 삭감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과거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앞서 체결된 유리한 내용의 근로계약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으로 약정수당을 폐지하였더라도,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에게 만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2017다261387) 이는 상위규범인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하위규범인 근로계약이 존재하는 경우 근로계약이 취업규칙보다 우선적용된다는 ‘유리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경

사회 변화와 이에 따른 경영상 필요성으로 인해 많은 기업에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통해 근로조건을 변경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인정되기도 하였다. 다만 이와 같이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보다 앞서 체결된 근로계약이 유리한 경우 취업규칙이 근로계약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시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과 관련하여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항 중 다수는 정년 연장· 경영악화와 관련된 것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근로계약 당사자간의 협의 및 노사간 협의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전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