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지역주택조합 가입자, 계약 파기 함부로 못한다

· 배정된 동·호수와 다른 동·호수 분양 받았어도

· 사업계획 변경에 이의 제기 않기로 각서 썼다면 계약 파기 못해

· 대법원, 조합원에 승소 판결한 원심 파기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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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권씨 등 조합원 23명이 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 반환 소송의 상고심(2019다259234)에서 원고 승소의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권씨 등 조합원 23명은 주택조합으로부터 계약해제 또는 계약금 반환 등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하였다.

이 사건의 주택조합은 2015년 2월 화성시 일대에 아파트를 신축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권씨 등은 이 주택조합에 가입하며, 106동과 107동 내의 호수를 공급받기로 주택조합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애초 사업 계획상의 부지가 일부 확보되지 아니하여 주택조합이 세대 규모를 다소 줄여 신축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권씨 등이 공급받기로 했던 106동, 107동 신축이 무산되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권씨 등 조합원 23명은 주택조합에 대하여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해제 통보하고,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의 해제는 해지와 다르게 소급하여 처음부터 계약의 효력을 사라지게 한다.

이에 조합 측은 “사업 진행 편의를 위해 임시로 동·호수를 지정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므로 사업계획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으며, 다른 호실을 분양할 수 있으므로, 계약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사전에 아파트 동·호수를 배정받은 조합원이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당초에 배정받은 아파트를 배정받지 못할 경우 계약해제 및 계약금 등 반환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권씨 등 조합원은 ‘향후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권씨 등이 작성하고 제출한 각서에는 “본인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함에 있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본인은 지역주택조합 및 조합업무대행 용역사가 결정 추진한 조합업무에 대하여 추인하며, 향후 사업계획 승인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규모 등)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지역주택조합 측 잘못으로 당초 지정된 동·호수를 받지 못하여 계약이 이행불능됐으므로 계약해제로 인한 계약금을 반환하라”면서 원고(권씨 등 조합원)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의하더라도 신축되는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은 각서에서 예정한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것이라면 이것은 유효하다.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 할 수 없다”,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원고들에 대한 채무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채무가 이행불능되었고 조합가입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본 원심에 잘못이 있다”며 지역주택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지역주택사업의 특성상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어 이에 대하여 이의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추후 사업계획의 변경으로 당초 계약과 다른 동호수를 받았더라도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이 계약은 유효하다는 판결을 한 것이다. 이 판결은 지역주택사업의 유동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당초에 계약한 동·호수가 변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조합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의 평수와 위치가 비슷하다면 계약 시의 동·호수가 다르게 배정되더라도 계약상 주된 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지역주택가입시 보통 위와 같은 각서를 제출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하여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