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려견 ‘토순이’ 살해한 20대 남성... 외국에서 재판 받는다면?

  • 미국은 최고 징역 10년, 프랑스는 벌금 11억까지 가능
  • 우린 동물을 '물건' 취급... 선진국은 생명체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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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10 09:30
수정 : 2020-01-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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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주인과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은 반려견 '토순이'를 발견해 잔인하게 숨지게 하고 그 사체를 유기한 혐의(재물손괴·동물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정모(28) 씨에 대해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8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판사 심리로 열린 정모(28) 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잔인하게 죽인 중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약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폭력 전과 누범기간 중에 범행해 재범의 위험성 또한 매우 높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낯선 사람을 피해 도망치던 토순이를 막다른 길로 몰고 간 뒤 발로 걷어차고 머리를 짓밟아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토순이는 머리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숨진 채 주택가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이처럼 최근 동물을 잔혹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2013년 262명,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 2017년 459명, 2018년 59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를 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처벌기준이 지난 2018년 3월 이후 강화됐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은 사실상 솜방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검찰이 기소한 512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4건 뿐이다. 이마저도 피의자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쳤다.

왜 그럴까? 먼저 민법은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법이 동물을 재산권의 한 형태로 취급하기 때문에 심각한 학대를 하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해도 법원에서는 집행유예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는 동물 보호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2년 연방헌법에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헌법적 차원에서 동물을 ’생명체를 가진 동료’로 보고 있다. 스위스 역시 199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동물을 사물이 아닌 생명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해외 동물 선진국에서는 동물을 학대하는 이들을 어떻게 처벌하고 있을까?

먼저 독일의 경우 하루 동안 반려견을 일정 횟수 이상을 산책시키지 않더라도 동물학대로 간주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외에도 동물보호법에 동물학대에 대한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처벌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고 위반 시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하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수사국(FBI)이 동물학대를 살인사건과 같은 주요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고 동물 학대범의 신원을 공개하고 있다. 동물학대를 하는 사람은 이후 사람에게 해를 가할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동물 학대를 범할 경우 최고 10년형의 징역형, 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트럭에 매달고 도로를 질주한 중년 남성에 대해 미국 법원은 동물 학대 위반 혐의로 5년 형을 선고했다. 여기에 상습적 교통위반 혐의를 더해 이 남성은 총 10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또한 2014년 모텔 2층 발코니에서 자신의 반려견을 주차장 바닥으로 내던져 크게 다치게 한 미국 남성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스위스의 경우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2만 프랑의 벌금을 부과한다. 스위스의 경우 재산에 따라 벌금이 차등 부과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100만 프랑까지 부과가 가능하다.

프랑스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물에 대한 물리적 폭력은 물론 심리적 폭력 또한 동물학대로 보고 있다. 강아지를 창밖에 던져 죽게 한 프랑스 남성에 대해 프랑스 법원은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했다.

외국 처벌 사례와 달리 지금까지 우리 법원이 동물학대범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은 일반 국민이 가진 법 감정에 비하여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률상 동물이 물건으로 분류되는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해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엄중 처벌’ 기조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약식기소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정 씨에 대한 구속 기소도 같은 맥락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재판에서도 사법부의 기조가 계속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씨의 선고 공판은 이달 22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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