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자리 법관 승진 코스 아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24일 표결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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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최종심이자 법률심으로서 사회의 규범적 가치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먼저 대법원 판결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투영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62·사법연수원 15기)이 2017년 9월 26일 취임식에서 했던 말이다. 임기 4년차, 그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그동안 대법원은 이른바 ‘서·오·남 공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적 구성이 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오·남’은 서울대 출신, 50대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법원장급 현직 엘리트 남성 판사를 일컫는 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6명의 대법관이 임명됐다.

임명 당시 나이를 기준으로 △안철상(건국대·62·대전지방법원장) △민유숙(서울대·54·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선수(서울대·58·변호사) △이동원(고려대·56·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이화여대·56·법원도서관장) △김상환(서울대·53·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대법관이다.

이 중 서오남 공식에 딱 들어맞는 인물은 김상환 대법관뿐이다. 과거에 비하면 대법원 구성이 다양해 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도 대법원 구성 다양화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

특히 김선수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은 ‘파격’이었다. 판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의 대법관 임명은 기존 한계를 깨뜨린 것이다.

하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서오남 공식은 깨진 듯 보이지만, 정말로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다양해 진 것인지는 의문이다.

6명의 신임 대법관 중 5명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다시 말해 법원 내부서 승진한 인물들이다. ‘서오남’이라는 비판은 형식적 지적에 불과할 뿐 그 실질적 의미는 법관 순혈주의 극복에 있다.

지금도 대법관은 ‘평판사-부장판사-고등법원 부장판사-대법관’이라는 법원 내 승진 도식의 최정점에 위치한 자리로 인식된다.

대법원은 국민의 기본권과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여러 법적 다툼에 대해 법률 해석권한을 가지고 최종적 판단을 내리는 권리구제 기능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도 있다. 이 기능은 대법원만이 유일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이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확보해야만 하는 이유다.

또한,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성은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가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는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는 정치과정에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한 소수자나 약자의 이익이 대법원 재판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대법관은 법관들의 승진코스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와 사법체계가 비슷한 일본도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일본의 대법관도 우리와 같은 14명이다. 이 중 최소 10명은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중에서 임명한다. 하지만 나머지 4명은 변호사 자격이 없더라도 식견이 높고 법률적 소양이 있으면 대법관에 임명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리 어렵게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법관의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대법관추천위원회가 후보 추천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 있게 위원회 운영과 구성에 관해 통제할 수 있도록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조희대 대법관 후임으로 노태악(한양대·58·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변이 없으면 24일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대법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 승진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앞으로 임기 중 6명의 대법관을 더 제청해야 한다. ‘대법관 구성 다양화’ 약속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 퇴임식 때까지 지켜 볼 일이다.
 

답변하는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