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여고생 집으로 끌고 가려던 40대 회사원... ‘전자발찌 기각’

여자화장실 훔쳐본 전력 있으나 같은 전과로 인정 안 되고

재범위험성 평가서도 6점으로 낮다는 이유로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윗집에 사는 16세 여고생을 자기 집 으로 강제로 끌고 가려다 미수에 그친 40대 회사원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민철기)는 미성년자약취미수, 체포치상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지난 16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7월 오후 10시경 여고생 B씨(당시 16세)와 거주지 빌라의 승강기에 함께 탔다.

A씨는 B씨가 6층을 누르는 것을 본 후 자신이 사는 5층에 내려 집 현관문을 열어둔 채 계단으로 윗 층으로 올라갔다. 승강기 옆에서 숨어 기다리던 A씨는 B씨가 집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려 하는 순간 뒤에서 입을 막으려 손을 뻗었다. 인기척을 느낀 B씨가 돌아보자 머리채를 붙잡고 계단 쪽으로 끌고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딸의 비명을 들은 B씨의 부모가 나와 제지하면서 납치는 미수에 그쳤다. 한편 A씨는 B씨의 부모가 즉시 신고하여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에 법원은 A씨의 공판에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013년 A씨가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여성을 훔쳐보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를 근거로 법원에 A씨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유괴 범죄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기 때문에 재범위험성이 낮다.”며 검찰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번 사건과 같은 범죄가 아니라는 뜻이다.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A씨의 재범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을까? 재범위험성이란 범죄자가 미래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재범위험성은 평가 대상자의 재판기록, 전과, 수사뿐만 아니라 범행동기, 범행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건을 맡은 담당 법원이 판단한다.

그러나 위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다. 전과, 범행동기 등에 따른 재범위험성 평가는 담당 법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어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도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개발한 ‘한국위험성 평가시스템(KORAS-G)’을 도입해 쓰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객관적인 평가도구라는 의견이 많아서다. 이 도구는 교육 수준, 청소년 시설 수용 경험, 강력범죄 횟수, 동종 전과 여부, 약물 사용 여부 등 총 17개의 문항에 대한 평가대상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수사자료, 범죄경력조회 등 모든 공식 기록 문서를 검토한 다음 최종적으로 각 문항별로 2점 내지 4점을 부과한다. 일반적으로 위 평가에 의한 점수가 15점 내외일 경우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재범위험성 평가는 다양한 단계에서 활용된다. 재판단계에서는 양형 판단에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성범죄자의 경우 위 평가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A씨 또한 재범위험성 평가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A씨의 평가 점수는 6점으로 낮은 수준에 해당했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평가결과를 고려하여 검찰의 A씨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명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상황에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발하게 될까?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살인 범죄 및 강도 범죄 등을 저지른 자가 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검사의 청구에 의해 해당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또한 범죄를 저지르려다 실패한 미수범한테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발할 수 있으며 죄질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30년까지 부착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A씨의 경우처럼 부착명령 청구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또는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에 법원은 검사의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