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른 매장 그대로 베껴도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아니다”

  • 영업상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한 부정경쟁방지법 취지 못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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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06 10:47
수정 : 2020-07-0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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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을 개설할 것처럼 접근한 뒤에 본사의 지도를 받아 매장의 인테리어와 컨셉트를 베꼈더라도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가 인정될 수 없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제품 등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빛깔, 모양, 전체외관 등을 뜻하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 강화 추세에 있는 새로운 지식재산권이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판사 강우찬)은 지난 5월 26일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모업체가 남모씨를 상대로 낸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민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트레이드 드레스로서의 성립요건 및 침해행위 해당성에 관한 원고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한 줄짜리 판결 이유를 적시하였다.

사건은 2018년 남모씨가 원고 업체에 가맹점 개설을 할 것처럼 접근하여 원고로부터 정보공개서를 수령하고, 인테리어 및 매장 컨셉, 주방 배치 등에 대한 지도를 받은 뒤에 가맹가입을 거절하고 유사·동일한 메뉴와 컨셉의 매장을 차리면서 시작이 되었다. 2018년에 제기된 이 소송은 2여 년간 진행되었다.

최근 우리나라는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하여 폭넓게 인정하고, 보호하도록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법률 제15580호, 2018. 4. 17.)을 개정하였다.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상품 판매ㆍ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간판ㆍ외관ㆍ실내장식 등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을 포함한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했다.

국회는 ‘영세·소상공인 등이 일정 기간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일반 소비자에게 알려지게 된 매장의 실내·외 장식 등 영업의 종합적 외관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영세·소상공인의 영업에 심대한 손해를 끼치는 불공정한 행위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함에도 현행 영업표지를 보호하는 규정이 없다’라면서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이유를 밝혔다.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세·소상공인 등이 일정 기간 노력을 기울여 형성한 매장의 실내·외 장식 등의 외관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 의도와는 다르게 법원은 영세·소상공인들이 형성한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에 인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판결(천안지원 2018가소115917)에 따르면 자신이 창업하고 싶은 유망 업체와 업종을 선택하고 가맹점 창업을 한다면서 사업자로부터 여러 가지 지도를 받은 뒤에 메뉴와 인테리어 컨셉트 등이 유사한 업체를 창업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게 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영세 상인 등이 노력을 기울여 얻게 된 영업의 종합적 외관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 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지식재산권인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대전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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