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피해자 접촉 않고도 강제추행 가능”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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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통상 신체접촉이 있는 경우 추행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가령,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는 경우, 키스를 하거나, 어깨를 주무르는 경우), 신체접촉이 없는 경우에도 추행을 인정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피해자를 협박하여 겁을 먹은 피해자가 스스로 옷을 벗어 나체가 되거나,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스스로를 촬영하게 하거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 가해자가 위 행동을 직접 행한 것도 아니고, 신체접촉조차 없었으므로 추행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2. 사실 관계

가. 피고인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피해자들로부터 은밀한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을 전송받은 사실이 있고,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나 피해자들의 지인에 대한 인적사항을 알게 된 것을 기화로, 피해자들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기존에 전송받았던 신체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유포하겠다고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5. 5. 3.경 피고인의 협박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 A로 하여금 스스로 가슴 사진, 성기 사진, 가슴을 만지는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다음,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받은 것을 비롯하여, 위 일시경부터 2015. 12. 22.경까지 7회에 걸쳐 피해자 A로부터 가슴 사진이나 나체사진, 속옷을 입고 다리를 벌린 모습의 사진, 가슴을 만지거나 성기에 볼펜을 삽입하여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하여 이를 전송받았다.

다. 또한 피고인은 2014. 4.경 피고인의 협박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 B로 하여금 회사 화장실에서 얼굴이 나오게 속옷만 입은 사진을 촬영하도록 한 다음,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을 전송받은 것을 비롯하여, 위 일시경부터 2015. 12. 25.경까지 총 11회에 걸쳐 피해자 B로부터 나체사진, 속옷을 입고 있는 사진, 성기에 볼펜을 삽입하거나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하여 이를 전송받았다.

3. 판결 요지

가.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로서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 여기서 강제추행에 관한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겁을 먹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게 하여 스스로를 촬영하게 하거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들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들의 신체를 이용하여 그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그 행위의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따라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 중 위와 같은 행위들은 피해자들을 이용하여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피고인이 직접 위와 같은 행위들을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이용하여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가려보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만을 들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및 강제추행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판결의 의의

최근 ‘n번방 사건’ ‘박사방 사건’과 관련하여 이 대법원 판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동자인 박사 조모씨의 경우에도 주로 채팅 앱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물색하고, 협박으로 얻어낸 동영상으로 다시 피해자를 협박하여 성착취를 하는 방식의 범행이었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들이 십수명이나 되는 상황이다.

위 대법원 사건도, 피고인이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하여 알게 된 피해자들로부터 감언이설을 통해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을 전송받고, 피해자나 피해자 지인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후 시키는 대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지인들에게 신체 사진 등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지속적인 성착취를 하였다.

모두 유사한 방법을 이용하여 범행을 했다. 위 대법원 사건에서, 검찰은 통신매체이용음란 이외에 강제추행도 같이 적용하여 기소하였고,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죄는 무죄를 선고하고, 다만 강요죄만을 인정하였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원심과 의견을 달리하여 ‘강제추행죄는 범행을 저지르는 피고인 본인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뒤,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고, 여기서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행한 여러 행위는 ‘피고인이 직접 그와 같은 행동을 하거나 피해자를 접촉하는 경우’와 동등할 정도의 행위이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여 강제추행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에, 추행이라고 보았다.

즉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형태의 추행’도 성립한다. 즉, 피해자를 협박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스스로 성기, 나체 등을 촬영하여 사진, 동영상을 전송하게 한 행위, 스스로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게 하는 행위는 모두 강제추행에 해당한다. 따라서 n번방 사건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5. 나가며

한편, 그 중 ‘피해자 스스로 자기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유사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조문상 ‘성기에 성기를 제외한 도구를 넣는 행위’를 유사강간으로 처벌하고 있고, 유사강간도 강제추행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이루어지는 방식의 범행이 가능하므로, 유사강간죄의 간접정범으로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8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들을 다수 접해보았다. 보통 이와 같은 사건들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이같은 범죄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성관념이 미숙한 미성년자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채팅 어플의 접근권한에 대한 엄격한 제한(가령, 성인인증 절차의 제도적 개선 등) 및 스마트폰의 영향력과 올바른 사용법에 관한 지속적인 홍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남광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