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산책] 소액사건 상고이유 제한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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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사건의 경우 통상적인 민사사건과 비교할 때 그 상고이유가 제한되고 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 따라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 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나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만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어 소액사건에 대한 상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미 수차례 합헌결정을 한바 있다. 그 결정의 요지는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심 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이를 입법재량의 문제로 보아 상고제도가 국민의 법률생활의 중요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입 활용되어야 할 공익상 요청이 있다거나 소송경제상 이를 차별적 대우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먼저 소액심판법 제2조 제1항은 소액사건의 적용범위를 대법원규칙에 위임하여 대법원이 사건의 범위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국민 중 누군가에게는 3천만원이라는 돈이 전 재산일 수도 있고 해당 소송이 그 사람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입법부가 아닌 대법원규칙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액심판법 제11조의2는 소액사건의 경우 통상의 민사사건과 달리 1심에서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1심 판결의 이유를 당사자가 알 수 없다는 제한을 받고 있다. 그에 따라 패소한 당사자는 물론 승소한 당사자 역시 어떠한 이유로 승소한지 알 수 없어 항소심에서 제대로 된 공격 및 방어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나아가 이는 법이 국민에게 강제하는 판결에 대한 이유를 국민인 당사자가 알 수 없게 되어 국민의 알권리를 법원의 편의에 의해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소액심판법은 소액사건에 대해 되도록 1회의 변론기일로 심리를 마치도록 하거나 변론 없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충분한 심리를 통한 재판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소액사건은 소송의 중요성이 아닌 소송목적의 값을 기준으로 법으로서 일률적으로 강제됨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는 판결에 대한 이유조차 기재되지 않아 당사자의 알권리를 제한함은 물론, 그 소송절차까지 간소화 되어 당사자들이 충분한 심리를 통한 재판을 받을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는데도, 상고까지 통상적인 민사사건과 달리 이유를 제한하여 사실상 2심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1심에서 판결 이유가 기재되지 않는 사건의 경우 이유를 알 수 있는 기회는 항소심 단 1회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점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한다면 이미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는 소액사건을 상고까지 그 이유를 제한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대법원은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토대로 상고심 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 상고사건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법원이 실질적인 심리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개편에 나선 배경이다. 이에 대해 상고수리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신설, 대법원판사 충원 등이 개편안으로 논의 되고 있다. 물론 상고제도 개편에 소액사건에 관한 문제들이 주가 되지는 않지만, 이 기회에 소액사건에 관한 상고 이유 제한 역시 완화하여 모든 국민이 소액사건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폭 넓게 보장 받을 수 있게 되도록 기대해 본다.
 

[사진=장종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