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추미애의 '마키아벨리식' 윤석열 제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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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500년쯤 전 <군주론>이라는 책을 쓴 이탈리아 정치가 마키아벨리는 ‘사악함과 교활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는 정치에서 윤리니 도덕이니 신의니 하는 것은 안 지켜도 된다고 말했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의 이름을 딴 ‘마키아벨리즘’과 ‘마키아벨리스트’라는 단어가 영어 사전에 있을 정도다.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을 위해서는 거짓말, 속임수, 음모 술수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를 말하고, 마키아벨리스트는 그런 정치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그 마키아벨리도 요즘의 한국 정치를 보면 너무도 기가 차서 혀를 차며 돌아설 것 같다. 자기가 말한 것보다 훨씬 더 능수능란한 마키아벨리즘이 판치고 있다고 여겨서다. 

윤석열, 행정소송 낸다 해도 판결 확정 전 임기 끝날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취한 조치도 그 한 사례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저녁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윤 총장은  곧바로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그는 25일부터 대검에 출근하지 않았다. 

마키아벨리는 “보복을 할 때는 두번 다시 대들지 못하게 짓밟으라”고 했다. 추 장관 조치로 윤 총장은 사실상 해임 상태에 들어갔다. 윤 총장이 법원에 직무정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치 신청을 내서 법원이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윤 총장은 총장 직무를 할 수 없다.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 다시 총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윤 총장은 계속 총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윤 총장은 정식 행정소송을 내서 추 장관의 행위가 적법한지 따질 수 있다. 하지만 행정소송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 윤 총장의 임기는 끝나게 된다. 윤 총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추 장관의 조치는 사실상 윤 총장을 검찰총장직에서 추방한 것이나 같다. 윤 총장을 인사권, 수사 지휘권, 감찰권으로 압박하다 윤 총장이 계속 '대들자' 이번에 그 싹을 잘라버린 셈이다.

마키아벨리는 “욕 먹을 일은 남에게 시키라”고 했다. 청와대가 임기 2년이 법에 정해진 검찰총장을 딱부러진 이유도 없이 해임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청와대는 추 장관으로부터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이 추 장관 조치를 인정한 셈이다. 추 장관이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없이 독단적으로 이번 일을 추진했을까?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사실상 해임 상태에 처하게 함으로써  청와대의 해임 부담을 일거에 해소시켜 줬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비위라고 공개한 내용들이 정말로 사실인지 논란이 있을 뿐더러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비위인지 정당한 업무 수행인지, 비위라면 직무정지 명령을 내릴 만큼 중대한 비위인지 따져봐야 할 게 많다.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에 대해 추 장관은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 끝에 혐의가 인정돼 기소까지 했는데도  그랬다. 그에 비하면 법무부의 감찰 조사 결과만으로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 과연 타당한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은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을 밀어붙였다.    

거짓말 증거 나와도 딴소리

마키아벨리는 “목적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하거나 교활하고 뻔뻔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은 국회에서 아들의 휴가 연장 특혜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보좌관에게 휴가 연장 여부를 알아보라고 시킨 적이 없다고 27차례나 말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보좌관이 무엇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겠냐”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이 총 6회에 걸쳐 자신의 보좌관과 아들의 휴가 연장에 대해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보좌관에게 군 지원장교의 연락처를 직접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김○○ 대위(지원장교님) 010-****-****"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좌관에게 보내자 보좌관은 "네^^(웃음)"라고 답했다. 아들 문제로 보좌관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는 추 장관의 국회 답변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추 장관은 거짓말임을 시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번호 전달을 보좌관에 대한 지시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역공을 폈다. 쟁점은 보좌관에게 연락한 사실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이 문제는 놔두고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딴소리를 한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약속은 꼭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약속을 지키면 손해가 되거나 약속할 당시의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약속은 안 지켜도 된다고 했다. 한술 더 떠서 약속을 위반하거나 신의를 저버린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그럴듯한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를 출마시키기로 한 것은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한 사례다. 민주당은 2015년 자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면 그 선거에 후보자를 출마시키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당헌에 못을 박았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정치발전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불출마'·공수처장 '야당 거부권 인정'도 번복

그러나 민주당은 막상 보궐선거가 닥치자 그 약속을 뒤집어버렸다. “당원 투표에서 절대 다수 당원들이 후보자 추천에 동의했다”며 “이는 보궐선거에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게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지도부의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했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이나 ‘책임 정치 실현’이라는 명분을 둘러대는 것이나 마키아벨리의 가르침 그대로다.

김해신공항 계획을 번복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한 것도 약속을 뒤집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김해신공항 건설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내린 결론이다. 박근혜 정부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공항 설계 전문가를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의 검토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김해신공항 건설은 정부의 대국민 약속이다. 비록 전임 정부 때의 약속이라도 국민에게 한 약속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지켜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추천 위원의 반대로 처장 후보 추천이 무산되자 공수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의 거부권을 없애는 쪽으로 고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작년 말 공수처법안을 발의하면서 야당 거부권 조항을 스스로 넣었다. 야당 거부권은 민주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당시 민주당은 야당의 거부권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핵심 조항이라고 선전했다. 그런데 막상 야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를 없애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거부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공수처 출범을 막기 위해 악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마키아벨리 말대로 이유도 참 잘 만들어낸다. ‘합리적 행사’인지 ‘악용’인지는 보기 나름이다. 민주당에 정말로 야당 거부권을 존중할 마음이 있었다면 ‘악용’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정치에서 보복을 하려면 끝까지 하고, 욕 먹을 일은 남에게 시키고, 약속은 안 지켜도 되고, 거짓말을 하거나 뻔뻔해도 된다고 했을 때 거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불가피성’의 조건이다. 어쩔 수 없을 때만 그렇게 하라는 말이다. 둘째는 ‘국가 이익'의 조건이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만 그렇게 하라는 말이다.

마키아벨리도 '현란한 솜씨'에 혀를 찰 듯

검찰총장 직무정지가 정말로 불가피한 조치인가? 그게 정말로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인가? 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 정말로 불가피해서인가? 그 약속을 할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것이 있는가? 나아가 그 약속 번복이 당리당략을 위해서인가, 국가 이익을 위해서인가?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뱡항을 튼 것은 어떤가?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없었더라도 가덕도 신공항으로 방향을 바꿨을 것인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야당 거부권을 인정하겠다고 한 약속을 깨려는 것은 또 어떤가? 민주당이 야당에 거부권을 주기로 했을 때 야당 반대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가? 야당 거부권을 박탈하면서까지 공수처를 신속히 출범시키지 않으면 안 될 불가피한 사유라도 있는가? 그 사유는 당파적 이익을 위한 것인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무엇이 당리당략이고 무엇이 국가 전체의 이익인지를 무 자르듯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이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과 윤리와 신의를 저버릴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 주장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실제로는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을 위해 도덕과 윤리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서 말로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그런다고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신의를 저버리고 권력만 추구하는 정치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가 진실로 염두에 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보복을 하든, 거짓말을 하든, 약속을 어기든,  뻔뻔하게 행동하든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그 행위가 불가피하고 국가 이익을 위해서일 때뿐이라는 점이다. 마키아벨리가 그런 말을 하게 된 데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마키아벨리의 생존 당시 이탈리아는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로마제국의 영광은 간데없고 외세의 빈번한 침략으로 사회는 혼란과 불안에 시달렸다. 내부적으론 여러 개의 도시국가들로 사분오열돼 있었다. 도시국가들은 한데 뭉쳐 외세에 대항하기는커녕 서로 견제하는 데만 골몰했다. 그 바람에 사회 혼란과 불안정은 더욱 심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분열과 혼란과 불안정을 막으려면 강력한 전제군주가 나와서 이탈리아를 통일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질서와 혼란과 불안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통일국가를 만들려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 행위가 도덕과 윤리와 신의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정치와 윤리의 단절’은 정상적 상황에서의 정상적 대책이 아니라 비상 상황에서의 비상 대책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 제후국으로 사분오열돼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통일 국가를 만들어야 할 비상 상황이 아니다. 도덕과 윤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강력한 정치세력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이런 나라에서 요즘의 민주당과 추 장관이 하는 일들을 마키아벨리가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비상 상황에서 비상 대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까? 오직 국가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다고 생각할까? 마키아벨리는 정권 측의 그 현란한 솜씨에 놀라워할 것 같다. 그래서 혀를 끌끌 차며 돌아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