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대표이사와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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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가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인 경우, 대표이사의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법상 보험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대표이사로 등기된 경우에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전주지방법원은 이에 관한 판단기준을 재확인하였다.

유한회사는 A를 대표이사로 등기하였고, 그 후 A는 건설기계 운전면허 없이 굴삭기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던 중 굴삭기가 전복되는 사고로 사망하게 되었다. 이에 A의 배우자인 B는 A의 사고는 업무상 재해이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달라는 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A는 대표이사이지 근로자가 아니고, 건설기계 운전면허 없이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B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법원은 A가 실질적인 대표이사인지 여부에 주목하였다. B의 주장과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A가 형식상 대표자일 뿐이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권한이 있으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으나, ② 그 지위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 • 개별적인 업무지시를 받고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경우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사안에서 A는 실질적인 경영자이자 자신의 처남인 C로부터 부탁을 받아 대표이사로 등기된 것이었고, 경영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C가 하였다. 또한 A는 C로부터 지시를 받은 업무에 관한 상세한 보고를 하였고, C는 매월 A에게 근로소득세 등을 공제한 후 약 400만원을 급여로 지급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법원은 유한회사의 실제 경영자는 C이고, A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A가 근로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살펴봐야 할 논의가 있다. A의 무면허운전이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인지’ 여부가 그것이다. 산업재해보상법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재해로 보지 않는다. 법원은 근로자의 범죄행위와 업무 또는 다른 사정이 모두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경우, ① 그 사고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위험으로 인한 것인지, ② 범죄행위가 사고발생에 기여한 정도를 볼 때 범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단기준에서 법원은 무면허운전이 곧 범죄행위라고 볼 수 없고, 굴삭기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위험이라고 보았다. 또한 A의 굴삭기운전은 C의 작업지시에 따른 것이므로, A의 자의적이고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A는 유한회사의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대표이사로 등기가 되어 있어도, 업무수행에 필요한 면허가 없더라도 사실관계에 따라 예외적으로 업무상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필요가 있다. 본 사안처럼 일반적으로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는 예외일 뿐, 모든 경우 원칙이 먼저 적용되고 이와 반대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자신의 사례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 그러므로 근로자의 경우 대표이사로 등기를 하거나, 작업에 필요한 면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사진=전별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