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개인정보 노출 없이 공탁 가능”

형사공탁 제도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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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2020년 6월께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다가 B씨와 시비가 붙었다. B씨는 동네 노래방 업자들 사이에서 ‘진상’ 고객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날도 B씨는 A씨가 결제를 빨리 하지 않는다며 뒤에서 기다리기 힘들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자 B씨는 A씨를 한 대 때렸고 이어 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A씨는 전치 7주, B씨는 전치 9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후 B씨는 A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해 재판까지 왔다. A씨는 재판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B씨의 피해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합의와 공탁이 어려워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 사례에서도 A씨는 B씨에게 합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3000만원의 거액을 요구해 금전적으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에 형사공탁을 진행했지만 B씨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양형자료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는 것이다. 대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진다.

하지만 # 사례처럼 합의금 액수가 조율되지 않거나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형사공탁 제도를 이용한다.

형사공탁은 민사상 변제공탁 제도를 형사 절차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상당 금액 공탁’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인자로 인정된다. # 사례에서도 공탁은 감형요소로 고려된다.

문제는 실무상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형사공탁을 할 수 없다. 공탁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알아야 한다. 법원에서는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 여부를 피해자에게 묻는데,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형사공탁은 불가하다.

현행 제도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장점이 있지만 피고인의 피해 회복 기회를 차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사건번호’로 공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공탁 특례가 신설됐다. 양정숙(55·사법연수원 22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지난 11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과거에도 공탁법 개정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17년 5월에는 박경미 의원이, 같은 해 10월에는 곽상도 의원이 공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에 통과된 공탁법 개정안의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형사사건의 경우 민사와 달리 피공탁자가 범죄피해자라는 특성상 피공탁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공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피고인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고 해당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공탁 특례를 도입하여 형사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은 공탁서에 피해자의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를 기재할 수 있도록 하여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도 공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도 형사공탁 특례 도입에 대해 찬성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 정한 시행일을 정한 부칙은 제도준비에 현실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여야 하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무부는 “형사공탁을 할 수 있는 주체를 ‘피고인’뿐 아니라 수사단계에 있는 ‘피의자’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행일은 2022년 12월 9일부터다.
 

[사진=국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