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유죄판결, 올바른 결론인지 의문" 숙명여고 쌍둥이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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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1 08:32
수정 : 2021-06-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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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숙명여고 재학 중 교무부장인 아버지 현모(54)씨가 빼돌린 답안으로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고 있는 쌍둥이 자매(20)들이 항소심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쌍둥이들은 "(아버지의) 답안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반드시 행위를 했을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이미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아버지의 범죄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최병률·원정숙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씨 자매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에서 쌍둥이들은 시종일관 전면을 응시한 채 일말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자매는 지난해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 새롭게 합류한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의심, 가능성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해 3시간 가까이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발표 자료는 언뜻 보아도 150쪽은 훌쩍 넘을 정도로 두꺼웠다.

변호인은 이미 유죄 확정 판결(3년형)을 받은 아버지의 답안 유출 가능성을 전면 반박했다. 쌍둥이들의 업무방해죄 혐의에 '아버지의 시험지 유출'이 전제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시험지 유출 가능성을 배제해야 자매의 부정행위 의혹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에 대해 주변에선 각각 인문계, 자연계 1등을 할 실력이 아니라며 의혹을 제기했고 법원은 '의심스러운' 성적 향상이라고 봤다”며 “이 의심은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답안지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증폭되면서 답안을 유출한 정황증거가 없음에도 '부정행위가 당연히 있었다'고 전제하고 증거들을 찾기 시작했다”며 법원과 검찰이 아버지의 유죄를 미리 단정지어 놓고 논리를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원심은 현씨(아버지)가 2017년 12월 2, 3일에 혼자 근무하면서 금고를 열어 답안을 유출했다고 봤다”며 “그러나 1학년 첫과목인 수학은 제출 예정일이 12월 1일이었지만 4일에 제출됐기 때문에 2, 3일에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쌍둥이 측은 시험문제 결재 과정에서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의 증거 입증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아버지에게) 답안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답안 유출 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의심이 사실인정이 되려면 단지 가능성만으로는 안 된다. 무슨 서류가 있었는지, 때마침 (서류 안에) 딸들이 볼 시험 과목(시험지)들이 단 하나라도 들어가 있었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막연한 가능성이다. '의심이 되니 당신이 유출했다' '다른 증거를 대라'라고 하는 것은 '증거 재판주의'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모씨도 교사다.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한 사람이 내신 답안을 빼돌려서 딸에게 줬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엄격한 검증·추정이나 의심·구체적인 엄중한 범죄에 대한 정황이 드러나야 하나 이런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칙'에 따르면 법원이 유죄를 판단하려면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쌍둥이들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시험지에 적어 놓은) 깨알정답 답안 정정 전 정답 ▲부실한 풀이 ▲ 수기메모장 ▲ 구문적중(핸드폰 메모에 적어뒀던 영어 구문이 서술형 답이었던 것) 등 5가지의 정황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깨알 정답이 아닌 깨알 오답”이라며 "만약 부정행위를 위해 시험지에 적은 것이라면 지우거나 없앴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보관하다가 교육청에 제출했기 때문에 커닝페이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쌍둥이가 적어 놓은 부분 중 실제 정답이나 답안지에 기재된 답과 다른 경우도 있다는 것이 근거다.

더구나 답안들을 적어 놓은 수기메모장도 통상 생각할 수 있는 커닝페이퍼와 모양이 매우 다르고, 외운 답안으로 보기에 부실하게 적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수학과 물리과목에서 오류가 있었던 문제에도 쌍둥이들이 정확한 답을 적어낸 데에 대해선 "논리적 오류"라고 반박했다.

시험 전 휴대폰 메모장에 시험에 출제된 영어 구문을 적어둔 흔적(구문적중)에 대해서는 “해당 메모가 만들어지기 전 30분간 해당 구문을 검색하고 공부한 흔적”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문제점을 지적한 변호인과 달리 검찰 측의 반박은 간략했다. 검사는 “이 사건에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이 있는데,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시험·답안을 관리했고 금고는 아버지 뒷자리에 있어 언제든 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두 딸은 강남의 유수 고교에서 급격하게 성적이 향상됐지만 사건 이후 성적이 급하락했고,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은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다”라며 “이런 움직일 수 없는 정황 사실들을 배제한 변호인의 변론은 일종의 침소봉대”라고 일축했다.

재판이 끝난 후 쌍둥이 측 양 변호사는 "쌍둥이들의 재판 전제가 아버지의 시험지 유출이고 그것을 받아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 아닌가. 저희로서는 그 공소사실이 있기 때문에 사실을 다투는 것이다"라며 "현재 나와 있는 기록상으로는 유출의 흔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유출이 아니라는 증거가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해 1심에서 충분히 고려가 안 됐다. 아버지가 유죄가 됐으니 그 판결에 의존해서 (1심 판결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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