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쟁점] “공수처, 수사 권한 없다”는 조희연... 공수처법으로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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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5 08:09
수정 : 2021-06-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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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세간의 기대와 달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1호 사건'으로 정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왜 공수처가 하필 해직교사 특채를 문제삼느냐는 반응과 함께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는 거친 반발도 나온다. 

지난 4월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지난 2018년 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등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하도록 지시하고 이 과정에서 부교육감을 비롯한 채용 담당 공무원을 업무 배제하거나 비서실장이 심사위원 선정에 부당하게 관여하도록 했다’라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도 관련 자료를 보낸 바 있다.

공수처는 지난 4월 28일 감사원에서 보낸 자료를 근거로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1호 사건으로 선정한 것이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특정한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공수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관련 범죄로 인지해 앞서 수사 중인 경찰에 ‘중복 수사’를 이유로 이첩을 요청해 가져와 2호 사건으로 선정했다. 국가공무원법은 누구든지 시험이나 임용에 관하여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4조, 제84조의2).

현재 두 사건 모두 수사2부가 담당하고 있다. 수사2부에는 검찰 출신인 김성문 부장검사를 비롯해 김송경, 김일로, 이승규, 이종수 검사 등 5명이 배치돼 있다.

공수처가 1호로 지정한 사건을 두고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이라는 출범 취지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교육감이 과거 정권의 잘못된 해고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랐는지 문제에 불과한 데다가 감사원 고발 내용만 본다면 권력 개입이나 뇌물 수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조 교육감 측을 포함한 일각에서 “이 사건은 공수처가 권한이 없어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수사가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공수처의 수사는 위법한 것일까?
우선 공수처가 지정한 제1호 사건을 두고 조 교육감의 법률 대리인 이재화 변호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감사원 고발장이나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사실은 전혀 조사하지 않았는데 자료를 받은 공수처는 직권남용으로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했다”며 수사 착수 과정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3조에 따라 적법하게 수사에 착수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법 제23조는 수사처 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한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공수처법 제23조의 ‘사료된 혐의’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판단한 혐의를 뜻한다”며 자신들이 수사하면 직권남용이 나올 수 있다는 막연한 상상으로 수사를 개시했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감사원 고발장 죄명에는 ‘국가공무원법 위반’만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육감 측의 설명대로라면 공수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만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에게 적용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논란거리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수처법 제2조 제1호 타목이 시·도 교육감을 고위공직자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공수처가 제2호 사건으로 지정한 조 교육감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는 공수처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 범죄가 아니라는 점이 ‘위법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지점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직권남용, 직무유기, 뇌물수수, 선거방해, 독직폭행 등 직무와 관련된 범죄만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법 제2조 제3호). 고위공직자들의 모든 범법 행위가 수사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공수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중에 인지한 관련 범죄는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법 제2조 제4호 라목). 또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도록 규정돼 있다(법 제24조 제1항).

공수처 관계자는 “같은 사건인데 수사를 따로 하게 되면 한 사람이 경찰과 공수처 두 군데에서 조사를 받아서 훨씬 번거롭고 권리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한 사건에 두 가지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함께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한편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인 조사를 다 마치면 조 교육감을 불러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조 교육감 사건 수사 결과에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달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하게 된다.

조 교육감의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공소 제기는 공수처가 직접 할 수 있지만 그 외 다른 고위공직자의 경우 수사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법 제3조 제1항 제2호).

이에 대해 조 교육감 측은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에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견제' 기대 모았던 공수처
그동안 검찰은 이른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불려 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다. 해외 어느 나라 검찰 제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수사권이란 범인을 체포해 구속하거나, 고소·고발 사건을 조사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뜻한다. 기소권이란 검사가 특정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의 심판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그 결과 일각에서는 검찰을 향해 “(검찰은) 자신들 조직을 배불리기 위해 그들만의 공화국을 만들어 긴 시간 동안 권력을 누려왔으며, 특정 권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사용했던 기소권 때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방해를 가져 왔다”며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견제가 없었던 검찰을 바로잡기 위한 검찰개혁을 꼭 이루어내야 한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검찰개혁의 한 방안으로 지난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정치적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대통령·국회의원·법관·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독립기관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공수처법 제3조).

그러나 법률 통과 후에도 공수처 조직구성을 두고 여·야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오랫동안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1월 21일에야 비로소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취임과 함께 공식 출범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총 1040건이었다. 검사 관련 사건이 42.2%, 법관 관련 사건이 21.4%, 기타 고위공직자 사건이 10.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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