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70여년전 비극에 응답하다…29일 ‘여·순 사건 특별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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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30 08:06
수정 : 2021-06-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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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특별법 제정 촉구 (여수=연합뉴스) 
 

21대 국회가 70여 년을 넘겨온 현대사의 비극에 응답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29일 국회 본회의는 1948년 여·순사건의 발발과 피해를 진상규명 하도록 하는 ‘여·순 사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1948년 10월 여수, 순천, 구례, 고흥, 담양, 보성 등 전라남도 지역의 민간인들은 좌익으로 몰려 살육을 당하는 등 국가폭력의 무고한 희생자가 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최근까지도 ‘반란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29일 국회가 통과시킨 특별법의 공식 명칭은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다. 이번 특별법은 여순사건을 1948년 10월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은 여순사건을 “1948년 10월 19일부터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된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수·순천지역을 비롯하여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 및 이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특별법은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설치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실시하고 피해 유가족에 대한 명예회복을 이룰 것을 규정했다.
 
장장 70년 지속된 한(恨)…특별법이 이들을 위무(慰撫)할 수 있어
 

[사진=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번 특별법에는 피해와 관련한 배보상에 대한 규정은 담겨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특별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큰 '감격'을 표현했다. 이번 특별법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한‘을 풀어낼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전남 구례군청에서 ‘여·순 사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정설화 담당자는 “현재 진실화해위원회 2기가 운영되고 있는데 구례에는 여순사건 관련 신청자가 많다”면서 “이 사건에 관해 아직도 우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피해 유가족들이 워낙 고령이시다” “예전에는 워낙 여순사건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던 분들이 많아서 말을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이들이 더 정당하게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많은 분이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규종 여순항쟁 전국유족회 회장은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날 통과된 특별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제가 두 살 때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 못 할 때 아버지가 (여순사건 피해자로)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시신이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다”며 “저 같은 아픔을 가진 유가족분들이 너무나 많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그는 “여순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반란군이라고 불리거나 경제적 이유로 객지로 떠난 사람이 몇천 명이 되는지 파악도 못 한다”는 사연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 즈음 한이 풀렸다”고 전했다.

나머지 남은 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국가가 명예를 회복해주시고 사과를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사과해서 명예회복이 되게 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대통령께서 최종적으로 오셔서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길 바란다”며 간곡한 목소리를 이것이 유족들의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진상규명 관련, 미비점에 대한 지적도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도 특별법에 대해 “사건이 발생한 지 73년 만에 통과가 됐다”며 “지역의 유가족들은 모두 쌍수를 들면서 환호한다”고 전했다.

그는 “16대부터 21대까지 상정을 했는데 통과가 된 것은 21대”라면서 “여순사건을 제주 4.3사건을 진압하라는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이자, 제주 4.3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법안 통과의 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현재 특별법에는 ‘직권조사’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법안에는 직권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사무처와 조사국이 미비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4, 5년 진상규명을 집중적으로 조사를 해서 유가족들 살아생전에 진상규명을 마무리하고, 기념위령시설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법 개정 운동을 실시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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