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意있습니다] ‘검언유착’ 이동재 무죄판결...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

아직도 못 연 한동훈 핸드폰, 채널A 자체 진상보고서 증거제외, 제보자X 증언불발...1심의 한계

‘도덕적 비난받을 일’ 지적받고도 당당한 이동재와 일부언론... 부끄럽고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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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피고인은 특종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구치소에 수감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그 가족에 대한 처벌가능성까지 운운하며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 또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한 선처가능성을 거론하며 취재원을 회유하려고도 했다. 이런 행위는 명백히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 피고인들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우리 사회가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다만,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언론인이 취재과정에서 저지를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것을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판결의 결론이 피고인들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님을 피고인들이 명심하기 바란다.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만을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이동재 전 채널a기자. 사진=연합뉴스.]


검언유착 사건으로 1년 넘게 재판을 받아온 이동재 前기자의 1심 선고공판에서 홍창우 판사가 한 말이다. 형벌로서 단죄하지는 않겠지만 이동재의 행위가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니 무죄판결과 별도로 스스로 자중하고 반성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필자는 홍창우 판사의 이 지적이 타당하기는 하지만 사법부의 판결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지적한 취지는 타당하고 공감이 가지만, 법정에서 그렇게 엄하게 야단을 칠것이라면 차라리 형벌을 선고하는 것이 옳았느냐는 거다. 사실상 ‘무죄판결’이라는 면죄부를 줘놓고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것 같아 이해가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거대언론사 위세와 나는 새로 떨어뜨렸던 고위검사의 힘에 눌려 잔뜩 겁을 먹고 움츠려 소극적인 판결을 내렸으면서도 “나 전혀 겁나지 않아”라고 허풍을 떠는 것 같아 매우 불편하기도 하다.

더구나 이동재의 행위가 부적절하며 부도덕한 행위라고 지적해놓고도 판결문에 남기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비겁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홍 판사는 자신의 이 같은 질책이 추상처럼 느껴져서 이동재가 조금이라도 반성하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거대 족벌언론 소속의 기자를 단죄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무죄선고를 내렸지만 ‘그래도 잘못은 잘못이다’라고 지적해 나름 판사로서 할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홍 판사의 순진한 바람은 이동재가 법정 밖으로 걸어나가는 순간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말했다. 이동재는 재판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자 마자 ‘검언유착 사건’을 처음 보도한 MBC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결백한 자신을 일부 언론과 여권이 악마로 몰아갔다는 식이었다.

뿐만 아니다. 공범관계로 의심을 받아온 한동훈 검사는 한술 더떠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변호사, MBC와 KBS 등 언론사, 그리고 동료 검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좌표찍기’에 나섰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이 있다. 도둑놈이 매를 든다는 말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형벌에 처할 정도가 아니기는 하지만 잘못하기는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데, 마치 순백처럼 순결한 자가 무고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것처럼 행세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이왕 판사가 법정에서 잘못을 지적할거면 판결문에 기록이라도 해둘 것이지, 그걸 말로만 해버렸으니 이동재가 법정을 나오자마자 얼굴을 바꾸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

사실 이런 징조는 몇 달 전부터 보였다. 솔직히 말해 1심 결말이 이렇게 날 것이란 건 일찌감치 예상이 되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한동훈 검사의 휴대폰’의 포렌직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을 때부터 이 같은 결말은 예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1년전에 압수한 한동훈 핸드폰은 여전히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보관돼 있다. 처음에는 포렌직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 변명이었고, 그 다음엔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 변명이었고 지금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 변명이다.

4급 서기관 이모씨가 담당자로 알려져 있는데, 여전히 그의 손에서 ‘검언유착’의 가장 결정적 증거물이 아무런 분석없이 머물고 있다. 누가 보든 의도적인 시간끌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지만 검찰관계자 중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질책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검찰 전체가 짜고 이동재-한동훈 면죄부 주기에 골몰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검언유착 사건을 가장 먼저 조사한 ‘채널A 자체 진상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이 보고서에는 이동재와 한동훈의 관계를 비롯해 ‘한동훈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채널A가 스스로 공신력 있는 외부 인사(강일원 前헌법재판관)에게 의뢰해 조사한 결과로 상당한 객관성을 갖춘 문서임에도 증거가 되지 못했다.

여기에 이 사건의 핵심증인인 ‘제보자X’도 법정에 서지 않았다. 그는 한동훈의 증언, 그리고 포렌직 이후에 법정에 서겠다는 입장이었다. 그의 입장은 일면 타당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동재를 유죄로 만들 수 있는 증거 하나가 법정에 현출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자신의 진술을 역이용해 한동훈 검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 했던 제보자X의 행보가 결과적으로 한 검사와 이동재의 무죄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조만간 이 재판의 2심, 항소심이 열린다. 앞으로 열릴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법정에 제출되지 못한 증거들이 모두 현출돼 사실관계가 더욱 엄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 아울러, 무죄이지만 야단은 친다는 식의 법원의 이상한 태도도 바로 잡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