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 속 집회 "방역수칙 지켜야" vs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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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7 17:26
수정 : 2021-07-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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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 펜데믹 하에서의 '집회의 자유'가 또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3일 서울 종로3가 부근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규모 집회 참가자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집회에 직접 연관성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이자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건상의 이유로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집회 결사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펜데믹 상황이라고 해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염병으로 공동체 전체가 위협을 받고 국민들의 기초적 생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굳이 집회를 열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발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민주노총이다. 민노총은 지난 3일 서울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강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서울시와 경찰이 당초 집회 예정지였던 여의도 일대를 봉쇄하자, 이들은 종로로 장소를 바꿔 기습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약 8,000명으로 추산됐다.

2주 후인 지난 17일, 집회 참석자 중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2명이 추가로 확진된 사실이 드러났다. 첫 확진 사례 발표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는 "수차례 자제를 요청했던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참석자 중 확진자가 나온 것에 대해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집회 참석자 전원에게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확인됨에 따라 집회 참가자 전원에 대해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당국은 지난 26일, 공식 조사를 마치고 "지난 3일 민주노총이 개최한 대규모 도심 집회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참석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3명은 집회가 아닌 개인 모임에서 감염됐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확진자 3명 집회에서 감염된 것 아냐···탄압 멈춰달라" 
 

27일 7.3 노동자대회 확진자 발생 관련 입장을 밝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7일 성명을 내고"노동자대회를 빌미로 민주노총의 쓴소리를 막고자 했던 정부의 시도는 실패했다"며 민주노총을 향한 과도한 탄압을 중단해달라고 밝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양 위원장은 “4차유행의 근원지가 민주노총인 것처럼 호도했던 언론의 사과와 정정 보도를 요구한다”며 “집회 3일 후 1,000명대 확산이라며 매도한 유승민 전 의원, 4차 유행의 책임이 민주노총이라고 규정한 안철수 대표를 포함한 보수 정치인들의 악의적 발언에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노총은 코로나19 4차 유행 상황을 고려해 이달 29일 세종시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집회는 연기하고, 30일 예정됐던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앞 집회는 1인 시위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집회 장소인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출입이 막히자 집회 참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인근 언덕을 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외에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3일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을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앞서 원주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회 하루 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며 집회 기준에만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해 1인 시위만을 허용했으나, 민주노총 측이 불복한 채 시위를 이어간 것이다. 당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을 우려한 혁신도시 주민들도 집회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발했다. 이러한 탓에 원주시는 집회를 강행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 측은 “원주시가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긴급구제란 진정 사건 피해 당사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건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 전 구제를 권고하는 조치다.
 
인권위는 오는 27일 원주시가 집회·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의견을 내며 민주노총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 판례와 유엔 인권 기준 등을 검토한 결과 집회·시위에만 4단계를 적용한 원주시 방침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인권위는 노조 측이 신청한 긴급구제는 받아들이지 않으며 "긴급구제 조치는 생명권과 건강권, 물적 증거인멸 등과 같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왔다. 조치를 하지 않는 대신 본안 진정 사건은 별개로 계속 조사·심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7.3 민주노총 집회와 관련해 수사부장이 본부장을 맡은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집시법 및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23명을 입건했고 양 위원장 등 일부 대상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4차 유행을 맞이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 강화를 이유로 집회에 강력 대응하고 있고, 이에 집회 주최 측은 '기본권'을 이유로 반발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둘 사이의 갈등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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