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意있습니다] 이준석은 무슨 소리를 하는가? 故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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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뉴스 캡쳐]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의 입에서 뜬금없이 노무현 정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수구꼴통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압니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 느닷없이 ‘노무현 정신’이라니... 적잖이 당혹스럽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이 대표는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비판하기 위해 노 前대통령을 생환시킨 모양입니다. 과거 노 대통령이 다수의 인터넷 언론사나 신규 언론사를 설립을 장려하고 선택은 국민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언론정책을 폈는데,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은 그런 정신과 맞지 않는다 주장으로 보이네요.

한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김어준씨에 대한 비판을 강요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비겁한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 모양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준석 대표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前대통령이 언론의 다양성을 추구한 것하고 고의적 가짜뉴스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법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다양해지는 것하고 거짓말하고 무슨 관련이 있단 거죠?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위해 뭐, 일단 관련이 있다치고, 거기에 이재명 지사는 또 왜 소환한 거죠? 소환한 건 그렇다 치고 굳이 김어준씨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평가를 안한다고 비겁운운한 것은 또 뭐랍니까? 세상만사가 인과관계라는 게 있는 인간사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는데 도대체 여기에는 무슨 인과와 맥락이 있는 건지요?

벌써 12년 전이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의 언론환경은 참 뭣 같았습니다. 아침에는 조중동, 오후에는 문화일보나 SBS가 검사들 한테 들은 이야기를 단독이랍시고 보도하면 홍만표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조은석 대검 대변인이 각각 매일 10시와 오후 3시의 정례 브리핑 시간에 확인이라는 걸 해줬죠.

[사진=연합뉴스]

“허허허... 언론이 먼저 알고 계시니 뭐 아니라고 할 수가 없군요. 허허허”
홍만표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상황이 그러니 모든 언론보도는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언론이 있었지만 종류만 다양했지 생각과 시각이 다양한 건 아니었죠. 모두 한쪽만 보고 있었고, 다른 쪽을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다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만 왜 그러냐?’ ‘너는 친노 좌파냐?’라는 비난 속에 움츠러들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그런 분위기가 오보를 양산했다는 겁니다. 논두렁 시계니, 세종증권-남해화학 리베이트설, 베트남 투자 특혜설, 미국 외교행낭 외화반출설 등 각종 오보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반론은 불가능했고 노무현은 벌써 죽일 놈이 됐습니다. 모두 언론의 작품입니다.

언젠가 회식자리에서 우병우 검사가 기자들을 향해 드러내 놓고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편인 줄 알고 같은 쪽으로 총질을 하고 있었는데, 상황 좀 불리하다고 갑자기 나한테로 총구를 돌리더라. 기자들은 원래 그러냐”

우병우 입장에선 황당했겠죠. 모든 언론이 제 편인 줄 알았는데, 한순간에 모든 언론이 적으로 돌변했으니... 노무현을 죽이자고 총질을 해대던 언론이 갑자기 총구 방향을 돌려 우병우를 죽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그런 모습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조국 대전’을 보시죠.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이 ‘조국 죽이기’에 나서지 않았던가요? 조국은 물론 조국의 가족, 심지어 조국의 지인이나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학살과 인질극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얼마 전 증인으로 나섰던 장모씨의 증언이나 SNS 발언은 그 상황을 반증하지 않습니까?
쏟아져 나온 오보들은 어떻고요. 압수수색도 하기 전에 ‘발견됐다’고 보도된 ‘직인파일’ 보도를 비롯해, ‘가로등 점멸기 사업’이니 ‘공공와이파이’ 사업이니 ‘조국 대선자금 펀드’니.... 다 어디로 갔습니까?

검찰이 불러주면 언론이 받아쓰고, 밤사이 ‘공공연히’ 몰래 흘린 정보를 낮에 브리핑이랍시고 확인받는 식의 행태가 노무현에 이어 조국 사태에서도 그대로 재현됐습니다. 한 곳이 단독이라고 쓰면 나머지 회사들은 확인도 없이 졸졸졸 따라 쓰고, 그런데도 클릭수는 더 끌어야 되니 제목은 자극적으로 뽑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기자의 취재력은 고갈되고 언론의 다양성은 사라지게 되는데 그에 반비례해 오보와 과장을 넘쳐나는 저급한 언론만 넘쳐나게 되는 겁니다.

이걸 어쩌면 좋을까요?
솔직히 방법이 없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오보는 좀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 정의연 사태 때 ‘하룻밤 술값 수천만 원’ 기사 같은 악의적 기사나 압수수색도 하기 전에 발견됐다던 ‘직인 파일’ 같은 오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간 ‘논두렁 시계’,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조국 대선자금 펀드’ 같은 기사 말입니다.

이건 언론의 다양성 하곤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거짓말은 다양성이 아니니까요. 솔직히 이 상황에서 '언론의 다양성 운운'하는 거나 '노무현 정신' 어쩌고 하는 건 개소리로 들립니다. 

이 대표가 원래 그렇게 맥락없이 줄거리를 비약시켜 쟁점을 슬쩍 바꾸는 방식으로 코너에서 몰린 대화에서 빠져오는 줄은 압니다만 이제 공당의 대표랍니다. 종편 출연자가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