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義있습니다] 낙태 강요미수죄? 기레기와 법비(法匪)의 희안한 합작품

원로배우 김용건 피소사건... 언론의 보도태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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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 캡쳐]


원로 영화배우 김용건씨가 스캔들에 휘말렸다. 칠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삼십대 중반의 여성으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한 모양인데, 죄목이 ‘낙태 강요미수’란다. 두 사람은 연인이었고 두 사람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 모양인데, 김용건씨가 낙태를 종용하자 여성이 매몰차게 거절하고 사건을 법정으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사이에 두 사람 간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여성 측 입장에서 보면 김용건씨가 무책임하거나 부도덕하게 여겨질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반면, 김용건씨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사 두 사람 사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일일이 알고 싶진 않다. 아니,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문제는 언론에 보도된 낙태 강요미수죄라는 죄목이다. 낙태 강요미수죄라니...사시 낭인시절부터 어엿한 법학 석사과정을 거쳐, 법조출입기자, 법학박사과정까지... 한 30년 가까이 법조계 주변부에서 밥을 얻어 먹고 사는 나조차도 처음 듣는 말이다.

솔직히 그런 용어를 누가 만들었는지 신박하기 그지없다. 누가 고안해 냈는지 법조 문학상이라도 줘야 하나 싶다. 이토록 저열한 이해과 강열한 욕망을 쫀득하게 버무려 낸 법꾸라지를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위헌결정까지 난 조항까지 끌어모아 육법전서에도 없는 죄를 창조해 낸단 말인가?

그 말을 만들어 낸 자(者:놈 자)도 그렇고 그걸 아무 생각없이 받아 쓴 기자들도 대박이다. 팩트체크라고는 밥 말아 먹은 지 오래인 듯하니 기레기라고 밖엔 달리 부를 이름이 없다.

낙태죄는 올해 1월1일자로 자동폐지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할 것을 국회에 요구하였지만 국회가 대체입법을 입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에는 낙태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낙태 강요죄라는 것도 없다. 아예 만들어 진 적도 없다. 그런데 ‘낙태 강요 미수죄’라니... 그 창의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이건 상식이다. 상식만 있어도 ‘낙태 강요미수죄’라는 기상천회한 단어를 내놓으라하는 일간지와 방송국이 고대로 따라쓰진 않았을 거다.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과 교도소 앞마당까지 끌고 가는 표현은 다르다.

물론 강요미수죄라는 것은 있다. 폭력 혹은 위협으로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강요인데, 낙태는 의무가 아니므로 폭력이나 위협으로 낙태를 강제하는 것은 강요죄가 될 수 있다.

단, 이때 폭력이나 위협 등 강제력을 수반해야 죄가 된다. 적어도 위해의 고지(일종의 협박) 정도는 수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런 사정이 보이지는 않는다. 강요도 아닌 거다. 강요로 볼 부분이 없으니 미수도 당연히 아니다.

이 사건은 의견이 상당히 달랐고, 그것이 법정분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걸 ‘낙태 강요미수’라는 초유의 단어를 사용할 일은 아니다. 그건 명백히 일방당사자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