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사강간 후 주거침입, 주거침입유사강간죄 성립 안 돼”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유사강간)은 신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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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제공]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유사강간)은 주거를 침입한 자가 피해자를 유사강간한 경우 성립하는 것이지, 선후가 바뀌어 유사강간을 범한 자가 주거에 침입한 경우는 주거침입유사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2일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12월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A씨를 남자화장실 앞까지 부축해 준 피해자를 주점 여자화장실로 끌고 가 용변칸으로 밀어 넣은 후, 유사강간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유사강간죄는 사람의 주거를 침입한 자가 피해자를 유사강간하는 등 성폭력을 행사한 경우 성립한다. 즉 주거침입죄를 범한 후에 유사강간죄를 범해야 하는 일종의 신분범이다. 선후가 바뀌어 유사강간죄를 범한 자가 그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유사강간죄가 아닌) 유사강간죄와 주거침입죄가 각각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신분범이란 특정신분이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범죄를 말한다.

이어 “유사강간죄는 사람을 유사강간하기 위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 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자신을 부축한 피해자를 끌고 여자화장실로 억지로 들어가게 한 뒤 바로 화장실 문을 잠그고 강제로 입맞춤을 했고 이어 추행행위, 유사강간까지 시도했으므로 A씨는 피해자를 화장실로 끌고 들어갈 때 이미 피해자에게 유사강간 등의 성범죄를 의욕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채 피해자를 억지로 끌고 여자화장실로 들어가게 한 이상, A씨의 강제적인 물리력 행사는 유사강간을 위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경우 해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이 유사강간죄의 실행행위에 나가기 전에 ‘주거침입죄를 범한 자’의 신분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살피지 않은 채, 주점 여자화장실의 소유자나 관리자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유사강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군인 신분을 망각하고 휴가 중 대학 동기생인 피해자들과 음주하다가 성범죄를 통해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을 가했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 대상, 경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아니한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겪었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군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며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변호인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 직권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인 남성의 출입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여자화장실에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간 행위는 해당 건조물 소유자나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고 그 평온을 해하였다고 할 것이다”라며 “피해자가 화장실을 점유해 사실상 평온을 누렸다고 할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