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의 로컨테이너] 계약금, 해약금, 위약금

간단치 않은 계약금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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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2021. 7. 31. 집주인 B씨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원룸을 보증금 1억원, 월세 15만원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00만원을 지급했다. A는 입주 전 다시 한 번 집을 살펴봤는데 현관 잠금장치와 초인종이 망가져 있었다.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더니 B는 “뭐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냐. 입주하면 더 피곤해질 것 같으니 그냥 없던 걸로 하자”고 하며 계약금 500만원을 A에게 돌려줬다. A씨는 황당했지만 다른 집을 구하기로 하고, B에게 위약금 500만원을 추가로 요청했다. A는 B에게 위약금 500만원을 받을 수 있을까.

계약금이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계약에 부수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교부하는 금전 기타 유가물을 말한다. 계약금은 그 작용에 따라 증약계약금, 해약계약금, 위약계약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증약계약금은 계약체결의 증거로서 의미를 갖는 계약금을 말한다. 모든 계약금이 공통적으로 갖는 성질이다.

계약금은 다른 약정이 없는 한 해약금으로 추정된다.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임차인은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임대인은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민법 제565조 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해약금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민법 제575조를 통해 임대차계약 등에 준용된다.

사례에서 B는 “없던 일로 하자”며 계약금 500만원을 A에게 돌려줬다. 임대인이 해약금 해제를 하기 위해선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한다. B는 A에게 받은 계약금 500만원을 돌려줬을 뿐 배액을 상환한 것은 아니므로 해약금 해제가 이뤄지지 못했다.

해약금과 달리 위약금은 반드시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필요하고,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에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통상 임대차계약서에는 위약금 조항, 즉 “임대인 또는 임차인은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 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각각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라고 규정돼 있다.

사례에서 A는 B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계약이 파기된 것이므로 위약금 500만원을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위약금 조항을 잘 살펴보면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B의 의무 불이행에 더해 ‘서면 최고’가 필수적이다. A는 B에게 위약금 500만원을 달라고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내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서면 최고가 없었다. A는 이미 집주인과 불편한 관계가 돼버려 이제 와서 입주할 테니 인도 의무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서면 최고를 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태다.

결국 A와 B 사이의 임대차 계약은 아직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사례에서 B는 A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다시 입주를 할 것인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답변이 없을 경우 계약이행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A의 귀책으로 계약이 불이행되는 것임을 알렸다.

A는 고민 끝에 위약금 500만원을 요구하던 입장을 바꿔 B와 합의해제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