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소송 취하 격려금과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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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별 변호사]

근로자가 임금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이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사용자의 입장이다. 사업장의 규모가 크고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금이 많을수록 사용자의 고심은 깊어진다. 이때, 소송에 참여하지 않거나 취하하는 경우 격려금을 지급하며, 쟁의행위를 하지 않으면 별도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의 합의는 부당노동행위일까. 최근 대법원은 이와 관련된 기준을 제시하였다.

소송취하 격려금, 무쟁의행위 격려금에 관한 합의

A회사는 산업별 노조 지회와 기업별 노조가 있었다. 이 중 기업별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가 되었다. 그 후 산업별 노조 지회의 조합원 1천여명은 A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소송이 진행되던 중 A회사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인 기업별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1인당 300만원을,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기본급 100%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대하여 산업별 노조 지회의 조합원들은 A회사가 자신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사실상 기업별 노조에게만 무쟁의격려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중립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1심은 통상임금 소송의 진행 여부는 근로자 개인의 권리행사의 문제일 뿐 노동조합의 조합원의 지위나 조합 활동과 관계가 없으므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2심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격려금 지급은 부당노동행위

2심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A회사와의 합의는 중립유지의무 위반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A회사는 무쟁의격려금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거나 이미 제기한 소를 취하하는 것을 전제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법원은 이 부분에 주목하였다. 무쟁의격려금 등이 기업별 노조 뿐만 아니라 산업별 노조 지회의 조합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사실이나, 소송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산업별 노조 지회의 조합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 조건이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산업별 노조 지회의 조합원들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이라고 판단하였다.
실제로 무쟁의격려금 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 1267명이었던 산업별 노조 지회의 조합원은 1052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소송을 취하한 조합원 732명 중 302명도 지회를 탈퇴하였다. 또한 회사는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도 중간관리자들을 산업별 노조 지회에서 탈퇴시키기 위해 개별면담을 하였으며, 업무보고를 통해 지회의 약체화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법원은 A회사는 산업별 노조 지회 소속 조합원은 무쟁의격려금을 지급받을 수 없도록 불이익하게 취급하였으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손해액은 무쟁의 장려급인 기본급 100%를 기준으로 산정되었고, 총 금액은 9억3890여만원에 이른다. 이에 회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무쟁의격려금에 관한 소는 종래 개별교섭과 관련하여 논의되어 왔다. 통상의 경우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이유로 금원을 지급하는 것은 의사결정과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처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법원이 이 사례를 통해 최초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도 사용자의 중립의무를 인정하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무쟁의 또는 부제소합의에 관한 격려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