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형사도 전자소송 시대 열리나

국회 본회의 통과 기대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사진=연합뉴스]
 

#. A씨는 지난 2년간 사기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아왔다. 그간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다. 증인 신문 등 증거 조사를 거의 마치고 재판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A씨는 마지막 호소를 위해 변호인에게 피고인 신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 거절했다. 결국 A씨는 사선변호사로 교체했다. 지난 15일 새 변호인과 함께 법정을 찾았다. 변호인은 기록 검토 등을 고려해 피고인 신문을 준비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내일 모래 또는 다음 주에 피고인 신문을 하라고 했다. 변호인은 중간에 추석 연휴도 끼어 있고 다른 사건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난감했다. 무엇보다 기록 열람등사 신청에 대한 허가가 나오지 않아 사건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일 모래 피고인 신문을 하라고 하니,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과 같았다.

형사사건에의 전자소송 도입을 위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기록 열람·복사 등에 불편이 많아 피고인 등의 방어권 보장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형사사법절차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27일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의결했다.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형사사건에도 전자소송 시대가 열린다.

이 법안은 조응천(59·사법연수원 18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과 정부가 제출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 등 2건의 법률안을 병합 심사해 마련한 위원회의 대안이다.

제정안은 종이문서 기반의 현 형사사법절차를 전자화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의 형사사법절차는 종이 기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록 열람·복사 등에 불편이 많아 피고인 등의 방어권 보장에도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피의자와 피고인, 피해자, 고소인, 고발인, 변호인 등은 형사사법업무처리기관에 제출할 서류 또는 도면·사진·음성·영상자료 등을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전자문서로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제정안은 아울러 형사재판에서 문자, 그 밖의 기호, 도면·사진 등에 대한 증거조사 방식과 관련해 전자문서를 모니터, 스크린 등을 통해 열람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음성이나 영상정보에 대한 증거조사도 전자문서의 음성을 청취하거나 영상을 재생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형사소송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소송에 전자소송이 도입된 상태다. 2018년 기준 특허소송 1심은 100%, 민사소송의 경우도 72%가 전자소송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자소송 도입은 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종이문서의 제출과 관리에 대한 비용과 부담을 감소시키는 등 당사자들의 편의를 증진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형사소송은 여전히 종이기록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어 기록의 열람·복사만을 위해서도 엄청난 인력, 시간,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기록의 열람·복사가 지연되거나 제한되는 경우도 많아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절차참여권, 무기대등의 원칙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법원 입장에서도 신속하고 충실한 검토 및 심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록의 보존에도 한계에 있는 게 현실이다.

#. 사례에서 변호인 입장에서는 기록의 열람·복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신속한 재판 진행에 장애를 가져왔다.

법무법인 정솔의 전인규 변호사는 “형사소송에도 전자소송을 도입해 소송기록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해소하고, 형사사법절차의 투명성을 증대시켜 충실하고 신속한 심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형사 전자소송 도입의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