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가상자산이 강제집행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막아야”

국회입법조사처, ‘가상자산 강제집행 논의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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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회입법조사처는 범죄자·체납자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강제징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채무자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강제집행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0일 ‘가상자산 강제집행 논의의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법조사관 류호연)를 발간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 영역으로 있다가 2017년 코인 열풍이 시작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됐다. 2021년에 접어들면서 한국 가상자산 거래규모는 22.7조원, 투자자는 587만명에 이르렀고, 가상자산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 총액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을 초과했다. 가상자산이 실질적 재산으로 인식됨에 따라 범죄자·체납자에 대해서는 강제징수가 진행됐지만, 채무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17년 4월 17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개설·운영하며 122만명 상당의 회원을 모집하고 영리 목적으로 다수의 음란물을 공연히 전시·상연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죄(음란물 유통)를 저지른 자가 불법 음란물 다운로드의 대가로 지급받은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형법에 따라 범죄행위로 인해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 또는 그 대가로 취득한 물건을 몰수할 수 있다. 검찰은 압수한 비트코인의 몰수를 구형했다. 이에 비트코인이 몰수의 대상이 되는지가 판결의 쟁점이 됐다. 1심은 비트코인 몰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몰수를 인정하면서 판결이 뒤집혔다. 우리나라에서 범죄자 가상자산의 몰수가 인정된 최초의 사례였다.

2018. 5. 30. 대법원은 가상화폐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고 이를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화폐’의 일종이고,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했다는 점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판시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3월 25일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맞춰 몰수한 비트코인을 전량 매각했다. 매각대금 122억원은 국고에 귀속됐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체납자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징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3월 고액체납자의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수집·분석해 고액체납자2,416명이 가진 366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압류했다. 서울시도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676명이 가진 251억원 가량의 가상자산을 압류했다.

체납자 가상자산의 강제징수를 위한 국세징수법 개정안들이 제안돼 국회 계류 중이다.

민사집행법에 따라 압류금지재산이 아닌 채무자의 재산은 강제집행할 수 있다. 가상자산은 압류금지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 가상자산거래소와 채무자 간 계약에 따른 가상자산 ‘반환청구권’을 가압류한 하급심 판례들이 존재한다.

다만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상자산 강제집행에 관한 논의는 이제 시작단계로 학계를 중심으로 한 이론적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상자산의 법적성질을 동산이나 민사집행법상 그 밖의 재산권으로 보는 견해에서는 동산 또는 채권의 강제집행 방법으로 가상자산을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상자산이 동산이나 그 밖의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에서는 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보고서는 말미에서 “체납자가 가상자산을 탈세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이 채무자가 가상자산을 강제집행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예상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 권리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강제집행을 위한 실무적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