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위반 구상권 청구...지자체 ‘민사소송’ 제도 이용 적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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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관련하여 지자체는 자가격리자 격리조치 위반자에 대하여 구상권(求償權) 청구에 여념이 없다. 법무부가 지난해 수립한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격리조치 위반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매뉴얼’은 각 지자체에서 손해배상 업무에 필요한 업무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매뉴얼에는 지자체에서 자가격리조치 위반자에 대하여 구상권 행사를 민사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의 손해배상청구 매뉴얼에 따라 지자체는 격리조치 위반자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위반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다. 구상권이란 남의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하여 갖는 반환청구권을 말하는데, 지자체는 통상 격리조치 위반자를 상대로 구상권 관련 민사소송(民事訴訟)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나 지자체가 방역행위를 한 것은 헌법상 유래하는 국민보호의 당위의무를 한 것이므로 민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즉 국가나 지차체의 방역행위는 ‘사경제의 주체’로 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사경제의 주체’로 행한 행위가 문제가 되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자체도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하나 방역행위는 이와 다르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헌법 제34조 제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감염병예방법을 통하여 구체적인 보호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행한 방역행위는 사경제의 주체로서 한 것이 아니고 국가 등의 헌법적 당위의무에 따라 하위 법률을 매개로 행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나 지자체가 자가격리조치 위반자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통하여 구상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적법할까.
 
국가나 지자체는 자가격리조치 위반자에 대하여 행정기관으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과태료, 과징금, 영업정지 등을 통한 즉시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 이러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자가격리조치 위반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이것이 구상권 행사에 훨씬 효율적이다.
 
행정기관이 이처럼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또다른 국가기관인 사법부를 통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어째 모양새가 이상하다.
 
그럼에도 다수 지자체는 법무부의 코로나19 손해배상 청구 매뉴얼에 따라 개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통하여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는 “사회적으로 심각성이 대두되어 구상권 청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적법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 3월 9일 감염병예방법 제72조의2를 신설하여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확산 위험성을 증대시킨 자에 대하여 격리비, 입원치료비 등을 위하여 지출된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인 구상권을 명문화하였다. 다만, 손해배상의 적용은 감염병예방법 제72조의2가 신설된 2021년 3월 9일 이후부터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부칙으로 정했다.
 
이처럼 구상권의 근거규정은 최근에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제도를 통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아직도 입법이 미비하다. 근거규정의 신설과 별개의 문제이다.
 
현재까지도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국가나 지자체는 민사소송 제도를 통하여 구상권을 행사하고 있다.
 
조속한 입법이 마련되어 법치행정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법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