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차남 부인' 의문사... 검찰 '봐주기 논란' 재수사 할까?

  • 故이미란씨 유족, 대검에 진정서... "당시 서울중앙지검 사건 은폐".
  •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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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2 06:00
수정 : 2021-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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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억울함을 알릴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

지난 2016년 9월 가양대교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조선일보 일가’ 故 방용훈(前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부인 故 이미란씨가 친오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이씨는 한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씨의 죽음은 강요된 것, 즉 남편 방씨와 자식들이 이씨를 자살로 내몬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일어왔다. 유족들의 여구와 여론에 떠밀려 시작된 검찰수사도 ‘봐주기식 수사’로 끝나고 말았다는 의혹도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故 이미란씨의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검이 방씨 일가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이를 감찰해달라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사진=연합뉴스]

오늘(1일) 오전 11시 故 이미란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 하승수 변호사는 대검찰청에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이 故 방용훈씨 일가에 대한 축소·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대로 밝혀달라는 것이다.
 
유족 측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방용훈과 아들의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공문서 위조를 했음에도 2021년 5월 허위공문서작성으로만 기소했고 ▲故이미란씨 자녀들이 어머니를 학대하고 상해를 입힌 건에 대해 경찰이 공동존속상해로 송치했는데도 강요죄로 죄목을 변경해 처벌을 축소한 점▲검찰이 故 이미란씨 유서, 해외비자금 관련 자료 등을 통해 드러난 방씨 일가 자금거래 의혹을 포착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은 것 등 세 가지다. 특히 하씨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선후보”라며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하 변호사는 아주로앤피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족들의 억울함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대언론 앞에 우리나라의 사법질서가 무력해질 수 있다고 느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봐주기 수사가 경찰과 검찰에서 일어났다”고 소리를 높혔다.
 
방용훈의 폭력, 사설 지하감옥, 자식들의 폭언
故이미란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시작은 이씨의 유서였다. 유서에는 이씨의 자녀들이 “아빠가 시켰다”면서 자신을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워 집에서 내쫓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부부 싸움 중 남편한테 맞고 온갖 험악한 욕을 듣고 무서웠다”면서 “4개월간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버텼지만 강제로 내쫓긴 날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쓰여있었다.
 

[사진=MBC방송화면캡처]

당시 상황을 목격한 전직 가사 도우미는 “사모님이 안나가려고 소파를 붙잡자 자녀들이 손을 잘라버리라고 외쳤다”며 “사모님은 지하실에서 아침에 고구마 2개, 달걀 2개만 먹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유족은 방 사장과 자녀들을 고소했다. 당시 방씨 집에서 일했던 직원도 사설 구급차 요원이 당사자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다치게 했다며 공동존속상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동존속상해 대신 강요죄를 적용해 방씨 자녀들을 기소했다.

현행 형법에서 존속상해(형법 제257조 2항)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때 위험한 물건(흉기, 둔기 등)을 소지하거나 다중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2년이상 20년 이하의 징역형(특수상해, 제258조의2)에 처해진다.  반면, 강요죄(형법 제324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자유형보다 벌금형의 범위가 더 넓다.  
 
'존속상해' 대신 강요죄를 적용한 검찰의 기소는  방씨 자녀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재판에서 그들은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자살 시도까지 한 상태의 어머니가 혼자 지하층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자살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강요를 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지 강제로 집에서 내쫓으려 한 것이 아니었다(=권리행사 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이씨 자녀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 진료기록 등을 살펴볼 때 이씨가 자살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볼 수 없으며 사설 구급차를 불러 쫓아낸 자녀들의 행위가 이씨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식의 '패륜'에 대한 단죄치고는 너무도 가볍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폭언과 폭력의 이유는 ‘돈’
이씨의 형부 김영수씨는 이씨의 유서에 쓰여진 모든 일이 사실이며 증인과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아들과 딸들이 어머니 이씨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일삼게 된 원인은 돈이었다. 방씨가 아들에게 “50억원을 네 엄마에게 맡겨놨으니 찾아 쓰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버지의 말대로 이씨에게 돈을 요구한 자식들은 '교육비로 다 써버려 남은 것이 없다'는 답이 돌아오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유서에서 “아들들은 중·고교, 딸들은 대학부터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기부금 같은 게 엄청나게 들어갔다”면서 “매년 사고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기부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그 돈을 다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 사장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방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유산 상속을 받는데 굉장히 불리할 것이라 생각했던 어머니(이미란)가 자식들의 비행을 숨겨줬는데, 돈이 있는 줄로만 알고 있던 방씨가 '엄마에게 달라고 하라'고 하는 바람에 남은 돈이 많이 있는 줄로만 알고 있던 자식들이 어머니를 학대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씨가 보낸 “내가 참으면 된다”는 내용의 메시지 등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처형 집 무단침입에도... 방씨는 무혐의, 아들은 기소유예

[출처=KBS 뉴스 동영상 캡처]

이씨가 숨지고 두 달 뒤인 11월, 방씨와 아들은 돌과 등산용 도끼를 들고 이씨 언니의 집을 찾아갔다. 방씨와 아들이 등산용 얼음도끼와 돌을 손에 들고 현관문을 발로 차며 위협을 가하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지만 서울 용산경찰서는 방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방씨는 경찰조사에서 처형이 부인의 죽음에 대한 루머를 퍼뜨렸다고 의심해 집까지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방씨의 아들은 “돌을 주워 집안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몇 차례 두드렸고, 아버지가 자신을 말려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실제 CCTV에는 오히려 현관문을 걷어차고 장비를 든 방씨를 아들이 말리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확실한 CCTV라는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며 방씨에게는 무혐의, 방씨 아들에 대해선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이 때문에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이 크게 일었고 이를 의식한 서울지방경찰청은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이 모 경위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마저도 검찰은 지난 5월에서 직무유기 혐의는 빼고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만 적용해 이 경위를 기소했다. 오히려 재판부가 검찰에게 “공소사실을 보면 허위공문서 작성죄뿐만 아니라 공문서 위조죄도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거부했다. 재판부가 거듭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하자 “일단 변론을 종결하면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기괴한 답변을 내놓았다. 변론을 종결한 뒤에야 공소장 변경을, 그것도 검토만 해보겠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재판부의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공문서 위조죄’의 경우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하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는 반면 ‘허위공문서 작성죄’는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비교적 처벌이 가볍다. 즉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도록 공문서 위조죄를 제외하고 허위공문서작성죄로만 기소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봐주기 수사에 봐주기 기소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를 어떻게 이기겠느냐'는 故이미란씨 유족의 한탄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하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법치주의와 정의실현을 위해서라도 ‘봐주기 수사’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몇몇 변호사들은 이미란씨 사건을 담당한 검사의 행위가 전형적인 '사법왜곡죄'에 해당한다며, 지금이라도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법률로도 담당검사를 직무유기 등으로 처벌하거나 검찰 내부 감찰이 가능한 만큼, 공수처 수사나 대검 감찰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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