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로앤피] 안철수 '줄행랑' 취재 후일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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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3 16:16
수정 : 2018-08-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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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마포구 싱크탱크 '미래'에서 기자와 만나자 황급히 자리를 뜨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취재했던 기자를 불러 자세한 얘길 들어보겠습니다. 싱크탱크 미래에는 왜 가신거죠?

A. 안 전 대표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자들에게 비밀은 아니었습니다. 8월 중에 나간다고 했기 때문에 그 즈음 나갈 것으로 다들 짐작하고 있었을 따름입니다. 전화를 끄고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면서 출국 준비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정치인들을 다시 만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미래를 찾아가봤습니다.

Q.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A. 안 전 대표 측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미래는 해산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임대문의라는 알림이 붙어있었구요. 간판 등은 다 떼어진 상태였습니다. 노크를 한 뒤 안에 들어가니 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내실은 문이 닫혀 있었는데 안에서 안 전 대표로 추정되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직원들에게 '안 전 대표가 안에 계시냐'고 문의 하니 당황하면서 '안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실 문 앞을 가로막더라구요. 저한테는 '들어오시면 안 된다'면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Q.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A. 직원들이 요구하는 대로 따랐습니다. 안 전 대표가 안에 있을 거라고 보고 사무실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던 중에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나왔습니다. 다가가니까 당황하시더라구요. 안 전 대표가 안에 계시냐고 물어보니 긍정도 부정도 안 했습니다. 몇 차례 더 여쭤보니 계신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얘기 나누셨냐고 물어보니 별다른 답을 안하시고 그냥 떠나시더군요. 그 얘길 듣고 다시 사무실에 찾아가 노크를 했습니다. 직원에게 다시 안 전 대표가 계시냐고 물어봤는데 여전히 안 계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계신다는 거 들었다고 했는데도 부인을 했습니다.

Q. 1시간여 있다가 안 전 대표가 나온건가요?

A. 예. 그렇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안심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안 전 대표를 만난 상태에서 그냥 지나칠 기자는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캠프에 출입을 했었고, 여러 차례 인사도 나눈터라 인사를 드리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몇 가지 입장을 여쭤보고 발언을 들으면 좋고, 아니면 인사나 드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Q. 그런데 상황이 어떻게 된 건가요.

A. 안 전 대표가 나오셨는데,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시고 의도적으로 회피하시는 겁니다. 나오실 무렵에 직원들이 먼저 저를 물리적으로 제지를 했습니다.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얼굴을 뵙자마자 "서울시장 캠프에 출입했던 기자"라고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저를 밀어내더라구요.

보통 정치인들은 보도를 원치 않은 상황을 만나면 그냥 침묵을 하거나, 사정을 설명하고 비보도를 요청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선 그냥 인사를 하고 출국 전에 사무실 정리 차원에서 잠시 들른 거다. 정도로 설명하셨으면 이렇게 이슈가 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먼저 물리력을 행사하고, 말조차 못 걸게 하니 당황스럽더라구요.

Q. 그게 정치권의 관례기도 하죠. 이런 경우엔 사실 그냥 계셨으면 기사가 안 되기도 하구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면서요.

A. 네 직원들이 미리 엘리베이터를 대기시켜뒀던 것 같습니다. 안 전 대표가 나오고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저는 같이 엘리베이터에 타서, 안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거나 독일로 언제쯤 출국을 하실거냐 등의 질문을 이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저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겁니다. 옷을 잡아 끈다거나.. 그쯤 되니 저도 화가 나더라구요. 건들지 말라고 한 뒤에 엘리베이터에서 버텼죠.

Q. 그러다가 안 전 대표가 뛰쳐나간건가요?

A. 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시는게 불편하셨는지. 정말 갑자기 뛰쳐나가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반사적으로 따라 뛰었고, 내려가는 상황을 촬영하게 된 겁니다.

Q. 그렇군요. 그러다가 추격?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지된 이유는 뭔가요.

A. 미래 사무실은 7층에 있는데요. 2층쯤 내려갔을 때 뒤에서 직원이 제 가방을 뒤로 확 잡아채더라구요. 그래서 더 따라갈 수가 없었고, 그 사이 안 전 대표가 떠나시더라구요

Q. 그렇다면 안 전 대표는 왜 그렇게 가셨을까요?

A.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안 전 대표 측의 설명으로는 언론에 나오는 걸 피하고 싶으셨을거다 라고 하더라구요. 아마 전당대회에서 안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 차례 이태규 사무총장과 안철수계 지역위원장들이 회동을 했던 사무실에서 포착됐던 것이 부담스러우셨나 봅니다.

Q. 기사를 막고 싶으면 얘기를 하시거나, 기사를 안 만들어주면 되는 것인데, 기사를 키운 셈이 되는군요.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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