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장하겠네”…막말로 갑질하는 판사들

  • 법정언행 컨설팅 보고서…변호인·피고인 상대 부적절 언행 많아
  • 심한 ‘업무부담’ 스트레스…정신적 피로·성취감 감소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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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27 18:15
수정 : 2018-09-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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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막말 판사들의 언행 교정을 위해 2013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법정언행 컨설팅 결과 일부 법관들이 법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아주경제 DB]


판사들의 막말로 법원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매년 시행하는 법정언행 컨설팅 결과 일부 법관들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아주경제신문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법정언행 컨설팅 결과보고서(2013~2017년도)’를 단독 입수했다. 법정언행 컨설팅은 법원이 법관들의 막말로 물의를 빚자 바람직한 법정 언행을 확립하고 사법부 신뢰를 높일 목적으로 2013년부터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매년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컨설팅은 정부 기관과 기업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메가넥스트가 맡았다. 컨설팅은 법관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재판 모니터링 △1차 1대1 컨설팅 면담 △직무 스트레스 검사 △영상모니터링 △2차 1대1 컨설팅 면담 순서로 진행됐다.

블라인드 재판 모니터링 결과 실제 법관들은 변호인과 피고인을 상대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결과보고서를 보면 법관은 소송 관계자에게 “끼어들면 어떡합니까. 재판 끝낼까요? 본인 말 실컷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라며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또 한 판사는 비꼬는 말투로 “애들 있는 데서 왜 그랬지? 취미인가”라며 피고를 존중하지 않고 “무슨 건물인데? 주소가 XXX 여기인가”라며 반말을 했다.

2017년 보고서에도 부적절한 법정 언행이 다수 등장했다. 한 판사는 “환장하겠네. 본인이 그렇게 썼잖아요. 이게 그럼 뭐예요. 제가 원고 때문에 혈압이 오르네”라고 말해 법정에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특히 이 법관은 “환장하겠네”라는 말을 재판 중에만 3~4차례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또 다른 판사는 피고를 향해 “미성년자에게 신분증 확인 안 하고 술 팔았는데 벌금 내야죠”라면서 “억울한 건 알겠는데 (미성년자 고객) 만나서 뭘 하게요. 만나서 할 것이 없는데 변호사에게 애들 연락처를 왜 알려줘요”라고 혼내듯이 말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법정언행 컨설팅과 함께 2016년부터 법관 직무 스트레스 검사도 실시했다. 검사는 전문 심리검사 기관인 한국가이던스가 진행했다. 첫해인 2016년은 전국 법관 68명(남성 53명, 여성 15명), 지난해는 58명(남성 51명, 여성 7명)을 대상으로 각각 이뤄졌다.

검사 결과 다수 법관이 ‘업무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과 2017년도 조사에서는 ‘넘겨짚기’와 ‘일반화’가 업무 부담에 이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넘겨짚기는 ‘객관적 증거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자신이 아는 것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고, 일반화는 ‘특정 현상에서 경험을 여러 현상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한국가이던스는 설명했다. 

한국가이던스는 “증거가 확실하지 않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법관들이 어쩔 수 없이 넘겨짚기와 일반화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다른 기관(정부 부처·기업)들과 비교해 넘겨짚기와 일반화가 높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직무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적인 신체 변화와 성취감 감소는 남성 법관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정신적 피로와 무기력 상태는 여성 법관이 더 높았다. 이밖에 지방에서 근무하는 법관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어 외로움을 느끼고, 자기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법원은 법정언행 컨설팅 비용으로 2013년 5700만원을 집행했다. 이어 2014년 9800만원, 2015년 9260만원, 2016년 1억300만원, 2017년 1억4500만원, 올해는 1억6000만원으로 6년간 총 6억5560만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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