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에 직접 참여 안해도…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근로자 A씨 청구 받아들여
  • 반도체 소재 샘플관리 업무 8년차에 백혈병 발병, 직접 노출 아니더라도 개연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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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30 11:35
수정 : 2018-11-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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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결이 또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근로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낸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A씨는 2003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 입사해 웨이퍼(반도체 핵심 소재) 샘플을 관리하고 불량 원인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불량 웨이퍼를 수거하기 위해 A씨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설비라인을 방문했고, 불량 원인 분석은 주로 국소 배기장치가 없었던 분석실에서 이뤄졌다. 분석할 때는 방독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 안전 장화와 보호 장갑을 착용했다.

A씨는 입사 8년차인 지난 2010년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 항암 치료를 받던 중에는 장염까지 생겨 장의 4분의 3을 잘라내기도 했다.

A씨는 백혈병과 장 절제가 업무와 연관이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업무가 발암성 물질에 노출될 직접적인 개연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만 24세인 이른 나이에 백혈병이 발병한 데다 별다른 가족력 등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웨이퍼 가공공정을 직접 담당하는 근로자와 비교해 유해물질 노출 정도가 낮았다고 보이더라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벤젠 등에 낮은 정도로 노출되더라도 발생이 가능하다"며 "인과관계를 부정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혈병으로 인한 장 절제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 개연성을 인정했다. 심 판사는 "백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에 따른 상병"이라며 "백혈병과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장 절제 상태 역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발병률이 우리나라 전체 평균 발병률이나 원고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 발병률과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원고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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