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쟁점] LH사태 분노에도…또 주저앉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지난달 국회 정무위 심사 통과 불발

위헌 논란에…4월 국회 처리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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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처리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나 상당 기간 입법이 지연되거나 내용이 대폭 후퇴할 거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LH 사태로 한껏 예민해진 부동산 민심을 다독일 대책으로 꼽히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이란 공직자가 금전·부동산 거래, 인허가, 구매, 조달 등 직무와 관련해 이득을 얻으면 처벌하거나 이익을 환수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공직자가 공적·직무상 정보를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걸 막자는 취지다.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등 187만명이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이다.

적용대상에는 공직자와 그의 가족이 포함된다. 재산상 이익 취득과 관계없이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직접 이용하거나 전달하는 행위도 처벌된다. 법안에 따르면 공직자가 직무와 이해상충이 일어날 수 있는 주식·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가족 등이 하는 사업체가 있다면 미리 신고해야 한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이익 환수와 처벌 조항을 강화한 새로운 이해충돌방지 법안을 지난달 16일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직무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수익이 있으면 1년 이상 징역과 함께 재산상 이득액의 3~5배에 해당하는 액수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일 이전 범죄에도 법안을 적용하는 소급 적용 규정도 담았다. LH 사태 당사자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위헌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헌법 제13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것이다. 소급효 금지의 원칙이란 새 법이 제정되기 전에 발생한 행위까지 거슬러 올라가 처벌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법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도입됐다.

우리 헌법은 '행위 시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만 처벌하게 한다. 참정권이나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률 제정 때도 소급효를 금지한다.

소급 입법에는 과거에 이미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가 대상인 '진정소급입법'과 과거에 있었으나 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사건에 적용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부진정소급입법은 위헌이 아니라며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배 의원은 이에 대해 "부동산 투기 문제가 된 3기 신도시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진행 중인 사업이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볼 수 있다"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의 생각은 다르다. 배 의원 법안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해 위헌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기가 부도덕적이긴 하나 땅을 사들이는 계약이 체결되고 대금을 치른 뒤 등기까지 마쳤다면 이미 법률관계는 완성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소급입법에 해당만 되면 예외 없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헌재는 △일반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 이익이 적은 경우 △소급입법에 의해 당사자에게 손실이 없거나 손실이 아주 경미한 경우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소급 입법을 정당화한다면 진정소급입법이더라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여러 논란이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이 4월 임시국회로 넘어왔다. 여야 간 논의도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가장 큰 쟁점은 법안 적용 대상인 공직자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와 직무상 비밀에 '미공개 정보'를 포함할지 여부 등이다. 과연 4월 임시국회는 '의원님 목에 방울 달기'가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