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빚만 물려받는 미성년 상속인, 법이 보호해야”

  • 법 몰라 자신도 모르게 빚더미... 입법적 해결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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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5 09:00
수정 : 2021-05-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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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

재산보다 더 많은 채무를 물려받는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방안이 국회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9일 ‘미성년 상속인 보호 입법 방안- 상속재산 초과 채무의 승계 방지’라는 제목의 현안분석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는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3개월의 고려기간을 초과할 때까지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 한정승인(상속재산 내에서 상속채무를 갚음)을 한 것으로 의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행 민법은 상속인이 자기가 상속인이 됐다는 점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법원에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제한 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미성년자에겐 그 예외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또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을 단순승인 또는 포기하고자 하는 경우 먼저 상속재산을 조사한 후 가정법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자고도 밝혔다.

즉, 민법에 미성년 상속인 보호를 위한 특칙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법정대리인과 법원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최소한 미성년자가 재산보다 더 많은 채무를 물려받는 결과를 피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번 입법 방안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의 입법 개선 촉구에 따라 마련됐다. 당시 특별한정승인과 관련해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법정대리인과 미성년자 중 누구를 기준으로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게 된 때’를 해석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현행 민법 제1019조 3항은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한정승인·포기를 하지 않은 경우를 구제하기 위해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채무가 더 많은 상속재산을 물려받은 미성년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액의 빚을 떠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대법원은 아버지 사망 당시 미성년이던 상속인이 성년이 돼 아버지의 재산 중 빚이 더 많다는 이유로 특별한정승인을 했더라도 한정승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 등은 법정대리인인 어머니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한 판결이었다.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법정대리인이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정대리인이 인식할 수 있으면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만큼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취지인 셈이다.

판결에서 눈길을 끌었던 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미성년 상속인이 재산보다 더 많은 채무를 물려받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선 특별한 제도를 도입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법정대리인이 착오나 무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미성년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지만, 현행 민법상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반대의견은 “반대의견이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였으나, 민법 규정으로 ‘성인이 된 후 특별한정승인을 할 권리를 부여’하는 입법적 해결에 찬성한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다르지 않다”며 “향후 입법이 마련되어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수 있기를 소명한다”고 밝혔다.

입법 방안 마련 과정에선 외국 입법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있었다. 이미 주요 외국에서는 특별규정 등을 통해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채무가 미성년 상속인에게 승계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는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하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으며, 미국·영국에서는 구조적으로 초과상속채무가 모든 상속인에게 승계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우리 상속법 체계에 큰 영향을 준 프랑스법의 경우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은 원칙적으로 한정승인을 해야 하며, 상속재산이 상속채무를 초과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공증인의 확인, 법원의 허가 등을 거쳐 단순승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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