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문화재수리법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6년 4개월 지나 영업정지 위법"

  •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69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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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 변호사
입력 : 2021-08-21 10:30
수정 : 2021-08-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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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인호 변호사]


1. 들어가며

오늘날 각종의 행정법령에서는 공법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제재 외에도 행정제재를 병과하는 경우가 널리 발견된다. 즉, 하나의 법위반행위에 대하여 벌금형을 부과하면서도 영업을 정지하거나 면허를 정지하는 등 행정제재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엄격한 적법절차로서 형사소송법이 적용되는 형사제재와 달리 행정제재에서의 절차적 보장은 미약한 측면이 있다. 오래된 법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제재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적용되지만, 행정제재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시효제도(제척기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살펴볼 판례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오래된 법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제재로서 영업정지처분이 이루어진 경우 이를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한 서울행정법원 2021. 4. 27. 선고 2020구합69649 판결이다.


2. 사건의 개요

A회사는 종합문화재수리업 등록을 위하여 C로부터 2012년 8월경부터 2013. 6. 27.까지 보수 기술자격증을 대여받고 그 대가로 2,520만 원을 지급한 후 종합문화재 수리업, 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였다. 2015년경 위 사실이 발각되자, 자격증을 대여한 C는 물론 A회사와 그 대표이사 B는 2015. 10. 5. 문화재수리법위반죄로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회사는 2016. 4. 18. 피고에게 상호를 D회사로 변경하고 영업장을 변경하는 등록사항변경신고를 한 다음 종합문화재 수리업, 일반 건축공사업 등의 영업행위를 계속하였는데,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후에도 원고 소재지의 관할관청인 지방자치단체는 별다른 행정제재(제재처분)를 하지 않고 있었다.

2018년 7월경 감사원이 문화재청에 대하여 실시한 감사에서 그 때까지 위와 같은 위반행위에 대한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아니한 사항이 지적되자, 서울특별시장은 2019. 4. 30. D회사에게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사전통지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D회사는 ‘이 사건 위반행위 후 이 사건 회사의 주주 구성과 경영진, 직원이 거의 모두 변경되어 사실상 다른 회사가 되었으므로 기존의 이 사건 회사가 한 이 사건 위반행위로 원고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고, 위반행위일로부터 5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 영업정지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신뢰보호와 실권의 법리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제출하였다.

서울특별시장은 청문절차를 거쳐 영업정지 3개월을 1/2로 감경하기로 하여 2019. 10. 25. D회사에게 문화재수리법 제49조 제1항 제9호에 의하여 1개월 15일간(2019. 11. 6.부터 2019. 12. 20.까지) 영업을 정지한다는 처분을 하였다.


3.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69649 판결의 요지

(위반행위의 당사자인 A회사의 법인격은 아무런 변동이 없이 그대로 D회사로 유지·존속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위반행위의 실질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하며, 따라서 실효의 법리 등 위반과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위반행위가 모두 종료한 2013년 6월경으로부터 약 6년 4개월이 경과한 2019. 10. 25.에야 이루어졌다. 그 지체된 기간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이 정한 영업정지기간 상한(3년)의 2배를 초과한다.

이 사건 약식명령은 2015. 10. 5.경 내려졌고, 그에 따라 주무관청인 문화재청은 이 사건 위반사실을 인식하고 2016. 9. 6.경 명의대여자에게 자격정지 1년 처분을 하였으며 그 처분사실을 곧바로 관할관청인 피고에게 통보하였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2018년 7월경 문화재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그 감사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2019. 3. 6.경 피고에게 행정처분을 요구할 때까지, 관할관청이던 충남도지사나 피고 모두 이 사건 위반행위에 대하여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그리하여 원고에게는 오랜 기간 아무런 제재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원고는 이전과 같이 평온하게 종합문화재수리업과 건축공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사업규모를 키워 왔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이상의 제재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믿게되었을 여지가 크다.

이러한 사정 아래서 새삼스럽게 원고에 대하여 약 6년 4개월 전의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영업정지라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원고의 신뢰이익과 법정 안정성을 빼앗는 가혹한 결과가 된다.

(2) 원고가 수주하여 시공한 공사의 총 기성금액은 2016년에는 약 5억 원, 2017년에는 약 19억 원, 2018년에는 약 8억 원이었다가, 2019년에는 약 38억 원에 이르렀고, 2020년 7월까지는 수주한 총 공사 계약금액은 17억 원에 이르는 등 사업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처럼 원고의 사업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으로써 이 사건 위반행위 당시보다 현재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될 원고의 영업상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처분이 원고의 대외적인 신용과 신뢰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게 되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원고가 장래 입게 될 무형의 불이익도 상당하다.

이에 비하여 이 사건 위반행위 후 6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인데다가 위반행위 당시와는 원고의 주주와 경영자 등 내부 구성원이 대부분 교체된 상황 아래서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장래 위반행위를 예방한다는 공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인다.

(3)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률인 문화재수리법은 제49조에서 자격증 대여 등 위반행위를 한 업체에 대하여 영업정지 등 제재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관할관청이 아무런 시기적 제한 없이 오래 된 과거의 위반행위를 문제삼아 영업정지 등의 침익적 행정처분을 무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

(4)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하여 부실시공 등 문화재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현재까지 문화재수리법 등의 법령 위반행위를 저지른 바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위반하거나,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추어 원고가 입을 불이익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4. 행정기본법의 제정과 실효의 원칙

2021. 3. 23.부터 시행되고 있는 「행정기본법」은 실무경험이 전무한 학자들의 칭송과는 달리 그 수준이 기본법에 그치고 있어 실효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즉, 실제의 행정현실은 기본법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형해화되어 있고, 실체적 의미를 생략한 채 소송법 중심의 처분(處分) 개념에 집착하여 90일이라는 극단적인 제소기간(*일본은 이미 6개월로 변경되었다) 등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 개의 조문은 꽤 의미가 깊은데, 특히 행정기본법 제23조는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을 ‘5년’으로 직접 규정함으로써 행정제재의 절차적 보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판례상 인정되어온 행정법상 ‘실효의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기에 다른 장식적 조문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행정법상 실권 또는 실효의 법리는 법의 일반원리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바탕을 둔 파생원칙인 것이므로 공법관계 가운데 관리관계는 물론이고 권력관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은 본래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은 이미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되거나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추인케 할 경우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될 때 그 권리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91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가 반영된 행정기본법 제23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23조(제재처분의 제척기간) ① 행정청은 법령등의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처분(인허가의 정지·취소·철회, 등록 말소, 영업소 폐쇄와 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할 수 없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경우
2. 당사자가 인허가나 신고의 위법성을 알고 있었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3. 정당한 사유 없이 행정청의 조사·출입·검사를 기피·방해·거부하여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
4. 제재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국민의 안전·생명 또는 환경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③ 행정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행정심판의 재결이나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제재처분이 취소·철회된 경우에는 재결이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합의제행정기관은 2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 취지에 따른 새로운 제재처분을 할 수 있다.
④ 다른 법률에서 제1항 및 제3항의 기간보다 짧거나 긴 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면 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5. 결론

비록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을 규정한 행정기본법 제23조의 시행일이 2023. 3. 24.부터이고, 부칙 제3조에 따라 2023. 3. 24. 이후 발생하는 위반행위부터 5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될 뿐 이지만,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69649 판결은 새로 제정된 행정기본법의 취지에 따라 광범위한 행정제재의 절차적 통제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즉 ① 영업정지처분은 기업으로 하여금 일정 기간 일체의 영업활동을 중지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 금전의 부과나 입찰참가제한처분 등 기업에 대하여 행정청이 하는 영업취소를 제외한 다른 침익적 처분보다 침해의 정도가 크고, ② 행정청이 과거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시기적인 제약 없이 영업정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되면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제재처분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이에 따라 기업이 입는 실질적인 피해의 정도가 현저히 달라지게 됨으로써 책임주의에 위반될 여지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건은 현재 피고인 서울특별시장이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이어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행정기본법 제23조가 시행되어 실제 사례에서 적용되기 전까지는 충분히 원용될 수 있는 선례로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