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 총장과 논산 백제병원과의 '수상한' 관계?

  • 징역 2년과 6개월, 추징금 19억4800만원 구형... 1심 무죄 선고, 항소 안해
  • 법원, 계좌추적자료 요구했지만 검찰 제출 안해... 고의 공소유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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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6 16:41
수정 : 2021-08-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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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백제병원 전경

지난 2007년 4월. 경남 김해 한양약품 대표의 CD가 '스모킹건'이었다. 한양약품의 고의 부도 사건을 수사하던 울산지검은 CD 하나를 발견했다. CD 속에는 한양약품이 충남 논산 백제병원에  51차례에 걸쳐 19억48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리베이트 의혹으로 이미 4차례 고발됐지만 모두 무혐의로 빠져 나왔던 백제병원 이사장에게는 불행한 소식이었다. 울산지검은 논산지청이 '4차례 놓친' 백제병원 대표이사 이모씨를 긴급체포해 울산구치소에 수감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곧바로 사건을 관할 검찰청인 논산지청에 사건을 넘긴다. 논산지청은 그 해 10월 대표이사 이씨와 이씨의 동생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원래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지만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12월부터 시작된 재판은 해를 넘겨 이듬해까지 계속됐다. 생각보다 오래 끈 재판. 결심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2년의 중형을 구형한다. 하지만 결론은 무죄.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리베이트를 받은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쓴 것이 아니고 의사들의 성과급을 주는데 썼다'고 피고인들이 주장하는데도 '계좌추적결과' 등 이를 뒤집을 증거를 검찰이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 1심에서 징역형을 구형한 검찰이 무죄선고가 나왔는데 항소하지 않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사실상 거의 없는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견해까지 있다. 그 희안한 일을 한 당시 논산지청의 지청장은 윤석열 검사였다.  윤석열 지청장의 전임자는 국정원 차장을 역임하는 등 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최윤수 검사이고, 그 앞은 유상범 검사다. 현직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바로 그 사람이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윤석열 '지청장'이 유력 대권 후보가 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사실 백제병원의 리베이트 수수의혹은 울산지검이 수사에 나서기 전인 2004년~2007년 논산지청에 4차례나 고발이 접수된 바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번 종결처리됐다.  

그러다 울산지검의 수사로 묻힐 뻔 했던 비리가 수면 위로 처음 올라왔는데 2008년 논산지청의 허술한 대응으로 또다시 수포가 됐다. 울산지검이 기소한 같은 사건은 울산지법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처럼 백제병원의 리베이트 사건이 세간에 폭로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백제병원의 관리부장이었던 현모씨는 2003년 11월부터 2007년까지 1월까지 4차례 백제병원이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논산지청에 제출했다. 내부고발자였던 현씨는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고, 검찰은 현씨의 4차례 고발장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했다.

은폐될 뻔하던 백제병원의 리베이트 사건은 우연히 울산지검 특수부 수사망에 걸려들면서 심판대에 올랐다가 빠져 나갔다. 사실 울산지검은 한양약품이 고의로 부도를 일으켰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한양약품이 경상도 및 제주도와 논산시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적발한 것이었다. 백제병원이 2003년 3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한양약품으로부터 총 51회 19억48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회계장부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던 것이다.

이는 재판을 좌우할 결정적 증거였다. 그런데 2007년 8월 사건이 논산지청으로 이첩되면서 사건이 석연치 않게 흘러갔다. 총 12번의 공판 중 3차 공판기일에서 판사는 검찰 측에 “백제병원의 횡령 및 착복 혐의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찰에 있다”면서 “검찰이 리베이트 금액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한다. 백제병원의 리베이트 금액 사용처에 대한 검찰 증거가 미진하다는 판사의 지적이었다.

심지어 4차 공판에서는 인사철도 아닌데 재판장이 바뀌었고, 이후 검찰은 전임 판사가 지적한 백제병원의 리베이트 금액의 사용처 조사(계좌추적)를 뭉개버린다.

결국 8월 22일 선고기일에서 재판장은 ‘백제병원이 리베이트로 받은 금액을 병원의 경영 목적이 아닌 개인 목적으로 유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9억여원의 리베이트는 사실이지만, 이것이 개인적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검찰의 구형 이후 선고까지 공판이 여러차례 연기된 것도 석연치 않았다. 2008년 5월 2일 6차 공판에서 검찰은 병원 이사장 이모씨에게 징역 2년을, 이사장의 동생인 병원 관리이사 이모씨에게는 징역6개월에, 추징금 19억4800만원을 구형했다. 그런데 구형 이후 공판은 5차례 잇따라 연기됐고, 8월 22일 12차 공판이 돼서야 선고가 진행돼, 무죄가 내려졌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징역 6개월~2년, 추징금 19억4800만원의 무거운 형을 판결해달라고 했는데, 재판부는 집행유예조차 내리지 않았다. 구형량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 나오면 상급법원에 항소하는 것이 검찰의 주요 관례임에도, 당시 윤 전 총장이 지청장으로 재임하던 논산지청장은 항소를 포기했다. 현씨는 2008년 8월 13일 공판이 지연되던 상황에 우려심을 갖고 윤석열 당시 지청장에게 "낮은 형량 판결시 항소해 주시길 간청드린다"고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허사로 돌아갔다.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내부고발자 현씨는 윤 전 총장이 항소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그는 2019년 4월 윤 전 검찰총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수뢰)으로 고발했다. 또한 백제병원의 경영진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무혐의 처분했고, 항소도 기각했다. 현씨는 2020년 재항고했다.

현씨는 “백제병원이 2008년 7월에 논산의 어느 시중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13억을 대출받은 사실이 있다”면서 “이 대출금액의 자금 사용처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씨는 “13억 대출금을 병원 운영 자금으로 썼는지 뇌물로 썼는지 소송 비용으로 썼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당기순이익이 흑자인 백제병원이 병원 운영을 위해 대출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씨는 2008년 5월 2일 검찰의 구형과 (잇따른 공판 연기 이후 진행된) 8월 22일 선고 사이에 백제병원이 13억 대출금을 통해 논산지역의 기관장들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주장한다. 논산 지역은 지금도 주요 기관장들끼리의 회의가 열리고 있고, 백제병원은 충남지역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씨는 자신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 윤 전 총장은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백제병원의 뇌물 의혹’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주요 검증 대상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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