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意있습니다] ‘김명수 Court’도 별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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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0 10:13
수정 : 2021-08-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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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사진=아주경제 DB]


“판사들은 원래 유명해지는 거 안좋아 합니다. 신문에 나고 이런 거 딱 싫어 합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마찬가집니다. 그냥 조용히 있다가 승진하고 대법관 되고...그런 거 제일 좋아해요. 가능만 하다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재판만 하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대법관 (될수 있으면)되는 걸 제일로 치는 사람들이에요”

언젠가 판사 출신의 어떤 변호사가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다. 정치적으로 좀 민감한 사건일수록 법리적으로 맞는 판결을 하는 것이 좀 튀더라도 판사 스스로에게도 더 좋은 일이 아니겠냐, 그러니 이번 사건에서도 기대해 봐도 되는 것 아니냐는 필자의 희망 섞인 전망에 그는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손사레를 치며 그렇게 말했다.

법리에 좀 맞지 않더라도, 심지어 좀 이상해 보이더라도 튀지 않는 판결을 하는 것이 판사의 미덕이며 사법부의 풍조라는 것이 그가 경험한 판사세계라는 것이었다. 아니 그것이야 말로 ‘판사들이 생각하는 법리’라고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당시 어떤 사건을 거론하고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며칠 뒤 선고된 재판의 결과는 튀고 말고를 따질 필요조차 없었다. 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판사 자신의 안위까지 충분히 생각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재판의 결과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판사라는 직업군이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는 직군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재판에서 다소간의 (법리상)무리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걸 법리라고 우길 수 있다는 내부자의 폭로(!)는 충격이었다.

“그래도 김명수 Court에서는 다르지 않겠어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필자의 이 한마디는 오히려 그의 쓴 웃음을 더 찡끄리게 만들었다. 그는 어색해지는 공기를 가르듯 “그래야 되겠죠”라고 겨우 예의를 차렸지만 이미 '아니다'는 답은 나온 거나 다름이 없었다. 

얼마 전 대법관추천위원회는 이기택 대법관의 후임이 될 대법관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하명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오경미 광주고법 판사 등을 추천했다. 손봉기 부장판사는 대구지법원장도 역임했고, 하 교수는 판사출신으로 대법원이 주최하는 각종 토론회의 단골 발표자였다. 오경미 판사는 여성판사로서 지지를 받고 있다.

세 사람 다 판사경력을 갖췄고 별다른 흠결이 없으며 특별하게 튀지 않는 사람들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할 사람이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하고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됐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인물이다.

“평생 재판만 한 사람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겠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처음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을 때 한 말이다. 춘천지방법원장 신분이던 그는 관용차를 타지 않고 기차와 택시 등을 타고 대법원으로 첫 출근을 했다. 아직 대법원장이 아니니 대법원장의 관용차를 사용할 수 없고, 춘천지법의 일을 하러 가는 것은 아니니 춘천지법의 관용차도 쓸수 없는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좀 뻔해 보이기는 해도 나름 원칙을 지키겠다는 모습이 그럴싸해 보였다. 판사가 재판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판보다 행정업무를 더 많이하고 정치인이나 기자들을 상대하는게 임무인 법관들이 엄연히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판만 한 판사’라는 말이 주는 신뢰감도 꽤 무게감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다는 것은 아니고 평가할 만한 업적도 있었다. 그런데 전임 양승태 대법원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사법개혁에 힘을 쏟고 있는 국회 쪽 인사들은 오래 전부터 “김명수 Court는 기대할 것 없다. 똑같다”라고 일찌감치 말해왔다. 그럼에도 필자는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법관 후보 선임을 계기로 접을 건 접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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