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징역 20년 구형된 유기치사 혐의에 무죄 선고…"자백 받아들일 수 없어"

info
입력 : 2021-09-02 17:46
수정 : 2021-09-02 23:45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서울남부지법[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신생아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부와 친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재판을 앞두고 잠적한 친부 김모씨(44)에게는 징역 20년을, 친모 조모씨(42)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유기치사’를 자백한 조씨의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죄를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4)와 조모씨(42)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었다. 이날 선고에는 갈색 수형복을 입은 친부 김씨와 평상복을 입은 친모 조씨가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친모 조씨는 자신의 10대 딸과 함께 법정에 출두했다.

재판장의 선고문 낭독이 진행되면서, 친부와 친모의 희비는 엇갈렸다. 재판장은 신생아 딸에 대한 유기치사 혐의를 자백한 친모 조씨의 진술이 증거로서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자 징역 20년을 구형받았던 김씨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며 몸을 떨기 시작했고, 조씨는 법정 천장을 보며 탄식했다. 무죄가 판결되고 법정 밖으로 나온 조씨의 10대 딸은 엄마 조씨를 붙잡고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어떻게 무죄가 나올 수 있냐”며 결과를 부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유기치사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 사실과 사망이 피고인 유기행위로 인한 것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며 “이 사건의 쟁점은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조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유무에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이후 행동에 관한 조씨의 진술”이 신빙성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경우에 자신의 자녀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확인하면 직후에는 본능적으로 119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격한 감정 표출이 자연스럽고 경험칙에 부합한다”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조씨 진술의 증거능력을 의심했다.

또한 재판부는 사망한 아동을 실리콘으로 접착한 나무판에 장기간 안치했다는 조씨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동일한 크기와 나무판 6개가 주거지 인근에 버려진 것이 매우 이례적이고, 우연히 6개 나무판 구했더라도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접착력이 약한 나무판으로 내구성 있는 나무상자를 쉽게 만들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옥탑방과 반지하에서 이들 가족이 거주하고 이사했음을 언급하며 “(시체를 장기간 방치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신 부패로 인해 냄새가 심했을 것” “시신이 든 나무상자를 두고 일상생활을 했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씨의 진술에 따라 “경찰관들이 강제 개방하고 샅샅이 수색했지만 나무상자 흔적을 발견 못 했고, 첫째 딸도 반지하에 살 때 나무상자를 본 적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재판 직후 조씨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제가 증거다. 직접 나무상자를 실리콘으로 만들었다”며 재판부의 판단이 황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조씨와 그의 딸은 남편 김씨가 두려워 마음껏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며, 김씨의 출옥으로 신변보호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