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의 '김앤장 독식 방지법' 사법개혁에, 현직 부장판사 "무서운 발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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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8 11:09
수정 : 2021-09-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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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하는 이탄희 의원 [서울=연합뉴스] 


법관 임용 경력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시키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에는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탄희 의원이 “전국 신규 판사의 1/8이 김앤장 로펌 출신”이라며 법관 임용 절차 개선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 부장판사가 이 의원에 개정안을 “참 무서운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판사임용 관련법을 두고 법조계의 논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이탄희 의원 "사회세력이 참여하는 법관선발위원회 만들 것"
지난 2일 이탄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 신규판사의 1/8이 김앤장 출신입니다. 전국 신규판사의 1/8을 하나의 로펌에서 충당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겠습니까?”라는 자신의 국회 발언을 인용하며, 법관 임용 경력을 5년으로 단축하는 골자의 개정안을 ‘김앤장 판사 독식법’이라고 명명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4표차로 부결됐다.

이어 이 의원은 “‘김앤장 판사 독식법’을 본회의에서 저지했다”면서 이제는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이 필요한 이유로 전국 신규 판사의 1/8이 국내 대형 로펌 김앤장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필기 시험 위주인 신규 판사 선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사회세력이 참여하는 법관선발위원회를 만들 것이고, 현직 판사들의 부당한 입법 로비 활동을 막는 것 또한 근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일에도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0년간 성큼성큼 다가오던 법조일원화 시대를, 법원행정처는 사실상 눈 뜨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면서 “법사위와 법원행정처 둘을 움직여” 사법행정시스템 개혁에 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24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신임 법관 예정자 157명 중 김앤장 로펌 변호사 출신은 20명(22.7%)에 달한다. 또한 김앤장을 포함한 상위 7개 로펌 변호사가 50명,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하는 재판연구원(로클럭) 경력자는 67명이었다. 대형 로펌과 재판연구원은 소위 ‘SKY 로스쿨’(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로스쿨) 졸업생 위주로 소수만 들어가고 있는 ‘엘리트 코스’다. 이 같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상층부의 법조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신규 법관 임용이 이뤄지는 상황은 법관 사회 내부의 특권과 권위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11년 국회를 통과한 ‘법조일원화’ 정책 취지와 상반된다. 법조일원화는 현재의 관료주의적인 법관 시스템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출신의 판사를 경력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사법연수원 졸업 직후, 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사와 검사 및 변호사로 구별돼 법조계 이력을 시작하는 시스템은 판사 사회의 특권과 폐쇄성이 심화하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법관의 인력망을 일원화해 경력 채용을 활성화하는 ‘법조일원화’ 정책은 법관의 다양성을 늘리고, 재판부가 일반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또한 법원이 법조 경력인을 채용하면서도 필기시험을 보는 것은 사회적 경력을 쌓아온 법조인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앞서 이탄희 의원은 “재판은 수학이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평가 시스템으로 유능한 법관을 채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김용희 부장판사, 이탄희 의원에 "참으로 무서운 발상" ​
​한편 이 같은 이탄희 의원의 행보에 대해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 부장판사는 “심지어 어떤 분(이탄희 의원)은 지금처럼 사법부가 시험·면접 등의 절차를 통해 판사를 뽑게 하지 말고, 국회의 시민사회가 시험 없이 지원자들을 헤아려서 뽑자는 주장까지 했다”면서 이는 “그럴싸해 보일 수 있지만, 참으로 무서운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회에서 시험이라는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중립적으로 판사를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부장판사는 법관 임용 필요 경력을 단축시키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도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30, 40대의 젊은 판사들이 가정을 포기하고 야근해서 재판하며 처리해내고 있는 현재의 사건수를 (10년 이상 경력을 채우고 판사가 되어) 체력이 떨어진 40, 50대 판사들이 똑같이 처리하려면, 판사 수도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며 법안을 부결시킨 것은 ‘진영 논리’에 따라서 사법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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