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자발적 퇴직약정’ 후 실업급여 받았다면, 위로금 돌려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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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별 변호사]

‘자발적 퇴직의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실업급여의 수급자격 요건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퇴직 사유가 자발적이라는 확인서 또는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관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이에 관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자발적 퇴직을 약정한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해당 사건은 한국 진출을 모색하였던 해외 기업 A로부터 시작되었다. A기업은 한국 진출 계획을 세우고 근로자를 고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았기에 B기업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그로 하여금 근로자 채용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에 B기업은 A기업과 채용할 근로자 사이의 근로조건을 조정하였으며, 그에 따라 근로자 C와의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지 않아 A기업은 매출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C에게 권고사직을 통지하였다. 이 과정에서 A기업은 C와 자발적 퇴직에 의한 고용관계 종료에 합의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으로 6천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였고, C는 A기업이 요구한 퇴직약정서에 서명을 하였다. 그 후 A기업은 퇴직 약정서를 B기업에 주었고, 이에 B기업은 C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후 근로복지공단에 자발적 퇴직이라고 신고하였다.

이후 C는 자신이 퇴직약정서에 사인한 것은, 사인하지 않을 경우 퇴직금등을 주지 않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일 뿐 자발적 퇴직이 아니라는 것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신청하였고, 이를 인정받아 실업급여를 지급받게 되었다. 그러자 B기업은 C가 실업급여를 신청한 것은 ‘최종 합의금을 받는 조건으로 어떠한 분쟁과 관련해서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약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위로금 등 375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실업급여 신청을 이유로 위로금 등을 반환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고용보험법에서 인정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이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였다. B기업과 C 사이에서 체결된 법률상 고용계약이 강행법규에 위반되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을 인정할 수 있지만, 본 사안의 약정은 이와 달르다는 것이다. 고용보험상 실업급여 제도는 근로자가 실업한 경우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의 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므로, 실업급여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강행법류와 사회보장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또한 C가 실업급여를 신청한 것이 부당해고를 다투거나 합의금을 다툰 것이 아니므로, A와 B에게 법률적·경제적 부담도 없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퇴직사유에 ‘자발적 퇴직’으로 기재하거나, 자발적 퇴직에 관한 약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업의 양도·인수·합병, 일부 사업의 폐지·업종전환, 직제개편에 따른 조직의 폐지·축소, 경영 악화·인사적체 등의 사유로 사업주로부터 퇴직을 권고받거나 희망퇴직을 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로 이직한 것으로 인정되어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약정이나 퇴직사유의 형식적 기재만으로 실업급여 수급을 제한한다면, 근로자 보호를 이유로 한 규정의 목적을 잠탈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에 관한 합의를 할 경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