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일본의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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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입력 : 2022-01-15 06:00
수정 : 2022-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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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승국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일본의 노예>라는 책을 보았다. 작년 12월에 나온 책으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보통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다룬 책들은 주로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사실을 발굴, 분석하여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해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에도 막부 시대의 가라유키상, 또 거기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일본 전국 시대의 인신매매인 인취와 난취까지 다루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저자는 당연히 역사를 전공한 학자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박태석은 검사로 20년, 변호사로 15년을 살아온 평범한 법조인이다. 그런데도 박 변호사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피상적으로만 언급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역사 서적들과 자료들을 탐독하고 심층 분석하여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 평범한 법조인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연신 감탄하게 된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저는 약 4년 전 새로운 결심을 했습니다. 자녀들 교육도 모두 마치면서 가장으로서 가정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이행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던 겁니다. 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평소 좋아하는 사회과학 연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자료를 남긴다면 사회제도 개선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저자는 2012년에 서울시장 선거 관련 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 공격에 대한 특별검사로도 활동을 하였다. 그렇기에 더욱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그런데 저자가 생각한 사회과학 연구 활동 중에서도 위안부에 먼저 눈을 두게 된 이유는 뭘까? 태평양전쟁 때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 기습공격을 감행한 후, 미국은 미국 서부에 거주하는 약 12만 명의 일본인들을 약 3년간 강제수용했었다. 그리하여 전후 일본인 피해자들과 그 자녀들은 미 정부를 상대로 끈질기게 인권침해의 구제를 호소하여, 1988년 마침내 사과와 보상을 받아냈다. 저자는 이를 보면서 ‘왜 우리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같은 방식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없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일본 국민이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면서, 이를 직접 파헤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연구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들을 직업 윤락 여성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하여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쓰면서는 감정을 절제하고 법조인답게 사실에 근거하여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진실은 하나일진대, 왜 한쪽에서는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강제적인 성노예라고 하는 것일까? 자발적인 성매매라면 피해를 호소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어린 증언들은 하나같이 쇼란 말인가? 역사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너무 한쪽에만 치우치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 누구는 코끼리가 굵은 기둥처럼 생겼다고 할 것이고, 누구는 평상처럼 생겼다고 하는 등 각자의 관점에서만 말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그렇다. 일본이 아무리 악랄한 야만정부라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노예사냥 하듯이 조선인 소녀들을 납치해가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광고를 내고 모집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터에 군인들을 상대로 그것도 하루에 몇십명씩 성을 팔아야하는데, 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윤락여성이 아니고서야 여기에 자진하여 응할 여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구나 위안부의 80%가 14세에서 18세의 10대 소녀였다는데, 이들 소녀가 과연 자진하여 그런 위안부로 나섰을까? 그러면 다음에 동원할 수법은 거짓말로 회유하는 것이리라. 단순히 공장이나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다. 조금만 고생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등등. 직접 소녀들에게 달콤한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당시 빈곤에 신음하는 조선인 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빚을 미끼로 자녀들을 내보내라고 강요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계속 전선이 확대되면서 위안부 수요가 증가하자, 이런 회유로도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니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납치까지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자발적 성매매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모집에 응한 소수의 여성이나, 형식은 갖춘 위안부 계약서 등 일부 사례만을 들어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계약서 조항은 제대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대로 지켜졌을까? 그리고 위안부들은 대부분 전선에 설치되어 있는 위안소로 가며, 그곳에서는 하루에도 몇십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하고, 위생도 엉망이며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런 실상을 알면서도 그래도 가겠다고 하는 여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혹시 이들은 속아서 위안부가 되었더라도 그래도 강제로 끌고 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편 자발적 성매매 주장이 궁색해지자, 그런 강압적인 위안부 모집은 일본 군부와는 상관없는 위안부 모집업자들의 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모집업자들을 관리, 통제하는 일본 정부나 군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설사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속아서 온 위안부들의 항의에 이를 모를 수가 없다. 더구나 현지에서 위안소를 관리하며 위안부의 외출 등을 통제하는 것은 군이요, 위안부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군인데, 업자 탓으로 돌리며 빠져나가려는 것은 그야말로 저급하고도 비겁한 변명이다. 박변호사는 이 점에 대해서도 여러 증거들을 들며 반박하고 있다.
 
역사의 밭에는 수많은 사실(史實)이 묻혀져 있다. 학자들은 이런 역사의 밭에서 사실을 채굴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맞추고 여기에 글을 입혀 사람들에게 내놓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입맛에만 맞는 사실들만 골라내어 글을 입혀 발표한다면, 그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요,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일본 우익은 그렇다치고,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자발적 성매매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뭔가?
 
박태석 변호사의 책을 보면서 역사는 그 전체적 맥락에서 봐야 하며, 역사가 흘러가는 흐름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박변호사는 위안부 문제는 과거의 역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인취, 난취와 뒤이은 노예무역, 가라유키상 등의 제도와 연결된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즉,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고, 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행적 행위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안부는 미래에도 새롭게 진화한 형태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광복된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자발적 성노예냐 강압적 성노예냐를 두고 입씨름을 하는 것이 서글프기만 하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하고, 위안부의 진실을 똑바로 직시하며 미래에는 결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없게 해야 한다. 글을 마치면서 자기 전공도 아닌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그 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파헤치면서 역작을 낸 박태석 변호사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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