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법] ①경기도지사, 분당·일산이 뽑나…1기 신도시 특별법

  • 윤석열 당선인,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
  • 용적률, 재초환 등 규제 완화가 핵심
  • 대치동, 압구정동, 여의도 등과 역차별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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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9 09:23
수정 : 2022-05-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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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현안 설명을 듣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은혜 후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를 찾아 1기 신도시 현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각종 법률적인 이슈들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먼저 경기도 지사는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주민들이 뽑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이는 1기 신도시 특별법 때문이다. 

지난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서울 인근 경기권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정부는 고양 일산, 성남 분당,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다섯 개 도시를 1기 신도시로 지정했으며, 지난 1991년 9월 분당을 시작으로 총 29만2000가구가 1기 신도시에 입주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도시 입주민들은 주차공간 부족, 상하수도 부식, 층간 소음, 대규모 정전사태 등과 같은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지 30년이 훌쩍 지나 자연스럽게 주거환경 및 설비 노후가 발생해서다.

그 결과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1기 신도시 입주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재건축이란 기존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것을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은 앞다퉈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도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이하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1기 신도시 주민들의 기대감을 상승시킨 바 있다.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 진단 제도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이 골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제1호는 준공된 후 30년이 지난 건축물에 대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1기 신도시에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재건축이 가능하다. 30년을 넘긴 건축물이라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왼쪽 넷째)과 김병욱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다섯째)이 4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전진단
우선 재건축을 진행하려면 도시정비법 제12조 제5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안전진단은 국토교통부 고시인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기준’에 따라 구조 안전성 및 주거 환경건축, 마감·설계 노후도, 비용 총 네 가지 항목에 가중치를 둬 평가하는 방식이다. 총점 100점 만점에 55점 이하(D등급 이하)를 받아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바꾼 바 있다. 재건축 기대심리를 제어하기 위해서다.

특히 안전진단 기준 항목 중 구조 안정성 비율을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올렸다. 붕괴 위험을 따지는 구조 안전성 항목은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준이 변경된 이후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재까지 1기 신도시 가운데 재건축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는 아직 없다.

그러나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1990년대 초반 지어진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지금도 큰 하자가 없는 상황으로 현행 구조 안전성 기준이 높은 안전진단으로는 재건축 등급인 D(조건부 재건축)나 E(재건축) 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특별법을 제정해 안전진단 평가 항목 가중치를 조정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구조 안정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추고, 다른 평가 항목인 주거 환경 가중치는 15%에서 30%로, 건축 마감·노후 설계도는 25%에서 30%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비용분석 항목 가중치는 현행(10%)을 유지한다.

다만 안전진단 평가 기준은 국토교통부 시행령과 고시에 규정돼 있어 특별법 제정 없이도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평가 기준을 바꿀 수 있다.

◆용적률
또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건축의 걸림돌로 용적률 규제가 손꼽힌다.

용적률이란 전체 땅 면적에 대비하여 건축물의 모든 층의 면적을 합한 비율을 말한다. 용적률이 클수록 건축물의 층수가 많으며, 높게 지었다는 뜻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78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5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제3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의 최대 용적률은 300퍼센트까지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란 법에 정해진 용적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층수 제한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의미한다(국토계획법 제30조 제1항 제1호 제나목).

다만 지방자치단체는 국토계획법 제49조에 따라 관할 지역 전부 또는 일부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다음, 해당 구역의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이 규정하는 용적률보다 더 제한할 수 있다.

현재 1기 신도시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다.

분당과 일산을 제외하면 일반 재건축 단지보다 용적률이 높고 지구단위계획으로 용적률이 제한돼 있어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

추가로 더 아파트를 지으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무시하고 용적률을 대폭 올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측은 이러한 맹점을 없애기 위해 1기 신도시에 주거지 용적률을 300%로 올리고 역세권 등에는 최고 500%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향후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용적률이 300~500% 수준으로 상향된다며 중장기적으로 10만 가구 이상 아파트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도로·전력·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은 그대로 둔 채 아파트만 더 지으면 가구 수가 기존보다 늘어나 주민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일반주거지역에서 용적률 500%를 적용한다면 동간거리가 짧아져 일조권 침해와 조망권 확보도 어렵다.

또 자칫 재건축 지역 중심으로 집값 상승 심리를 부추겨 안정화된 부동산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지난 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1기 신도시 역세권 용적률 500% 상향과 관련해) 어느 특정 지역에 (용적률을) 통으로 500%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또 인수위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란 재건축 사업기간 동안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를 포함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를 말한다(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때 이 제도가 도입됐으나 시행이 유보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해 지난 2018년부터 재건축 단지들에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시작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하 ‘재건축이익환수법’) 제12조에 따르면 조합원 가구 1인당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부담금을 면제해주고 3000만원 초과부터 10%에서 50% 사이의 부과율을 적용하고 있다.

인수위는 재건축 초과이익 면제구간을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구간별 부과율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건축 종전가액 평가 시점을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정해 부담금 부과 기준의 사업기간을 단축하거나 초과이익에서 제외되는 공사비 등 비용인정 항목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논의하고 있다.

현행법인 재건축이익환수법 제8조 제1항에서는 재건축 종전가액 평가 시점을 재건축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날로 규정하고 있다.
 

'1기 신도시'의 부식된 난방 배관. 5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지하층에 설치된 난방배관이 누수로 인해 부식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역차별
수도권 곳곳에 노후 아파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1기 신도시만을 대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특혜 논란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만 보더라도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해 올해로 51년 됐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역시 1971년,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가 1978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79년 준공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서울에 입주 40~50년 된 아파트도 재건축이 지지부진한데 1기 신도시만 규제를 풀어주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전국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하면서 고도성장기에 진행됐던 도시와 주거 형태는 전체적인 도시 공간 재창조 수준의 재구조화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신도시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난 2일 말했다.

그러면서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노후 환경과 자산 격차를 어떻게 완화시키면서 질서 있게 추진할지 여건에 맞게 나름대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조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리모델링? 재정비?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면 재건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1기 신도시 정비 방식을 재건축에만 집중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소외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재건축을 하려면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85조 제11항에 따라 용적률이 200%가 넘는 곳에서는 주차장이나 공원과 같은 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해야 한다.
 

기부채납이란 재건축을 하려는 사업자 등이 자신이 가진 재산의 소유권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국유재산법 제2조 제2호, 공유재산법 제2조 제3호).
 

이를 두고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300%로 용적률을 올려도 현재 용적률 200%가 넘는 단지들은 기부채납 등을 하고 나면 사업성이 빠듯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고시인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 제5조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여기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시행으로 인한 초과이익까지 환수하면 재건축을 통한 분양수익 등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아파트 구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릴 수 있다(주택법 제2조 제25호).
 
재건축에 대비 더 간편하게 주거 불편 원인인 설비, 마감재를 개보수하고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넓힐 수도 있다.

주택법 제2조 제25호 나목 및 건축법 제22조에 따르면 준공 30년 연한을 넘어야 추진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또 구조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등급이 B등급 이상이면 수직증축, C등급 이상이면 수평증축이 가능하다(주택법 제68조).
 
때문에 정비업계에선 정비사업을 할 때 허용 용적률이 큰 아파트는 '재건축이 유리'하고, 원래 용적률이 크게 지어진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고 본다.
 
​현재의 1기 신도시들의 평균 용적률로만 보면 리모델링 추진이 더 경제적이라는게 1기 신도시 입주민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은 사업절차가 비교적 간편해 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이른바 리모델링을 주택법에서 떼어내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법이 주로 재건축 주택을 규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행정 당국에 리모델링 승인을 받으려면 재건축 수준의 제반 사항을 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절차들을 거쳐야 해서 시간과 비용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2014년 주택법이 개정돼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통과한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 단 1곳뿐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정책적 제시가 전무한 데다가 법적 가이드 라인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현재 국회에서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이학영·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상정했다.
 
현행 주택법에 규정돼 있던 공동주택 리모델링 관련 규정을 별도로 분리하고, 리모델링 진행 시 종전 대비 절차를 간소화하고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재건축 가능성을 낮게 봐 이미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한 주민들은 다시 고심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바람이 다시 강하게 불면서 재건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건축조합을 다시 만들 수는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한 후 다시 발족하면 되지만 매몰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매몰비용을 떠안더라도 리모델링 해산 이후 재건축조합을 다시 설립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평촌동의 또 다른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는 조합설립을 목전에 두고 지금이라도 재건축조합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립하고 있다.
 
재건축을 결정한 단지도 부쩍 늘었다. 군포시 산본동 한라주공4단지 1차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군포시청에 예비안전진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분당신도시 서현동 시범 한양, 우성, 삼성한신, 현대 등 4개 단지도 지난해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