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경기 '공짜 중계' 대부분이 불법인 이유

  • 유료방송 재전송, 불법 중계 사이트 성행
  • 손실 입증되지 않아도 저작권 침해 확인되면 즉시 배상해야
  • 검증 없이 불법 링크 광고해주는 플랫폼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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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7 16:50
수정 : 2022-05-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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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등극한 손흥민(30·토트넘)이 5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골든부트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새벽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두 골을 내리 몰아넣으며, 모하메드 살라(30·리버풀)와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유럽 최고, 아니 세계 최고 축구리그의 사상 첫 아시아인 득점왕 여부가 걸려 있는 경기라 자정~새벽 2시쯤 중계됐음에도 순간 최고시청률이 6.8%가 나올 만큼 국민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런데 이런 손흥민의 축구 경기에도 법률적 이슈들이 발생했다. 이 경기를 불법으로 중계한 사이트들이 온라인상에 기승을 부렸다. 많은 시청자들이 PC와 스마트폰 불법 중계를 보면서 범죄에 가담한 꼴이 됐다. 

◆온라인 곳곳에서 불법 포착

불법 중계사이트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축구 갤러리', '에펨 코리아' 등 축구팬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에는 손흥민 경기를 포함해 인기를 모으는 유명 구단과 스타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앞두고 "좌표를 공유해달라"는 글이 대거 올라온다. 이런 글은 경기가 끝나면 바로 삭제되기 때문에 흔적도 남지 않는다.

'좌표 공유'는 불법 중계 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는 링크를 적어 달라는 뜻이다. 이런 불법 중계 사이트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이 사이트는 유료 중계 사이트와 TV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질은 좋지 않지만 배너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무료로 불법 시청자들을 모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공식 방송 채널 화면을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회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유료방송의 경우에는 더욱 많은 인원이 불법 사이트에 몰리는데, 특히 국내에서 인기 있는 해외축구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처럼 축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은 ‘무료 링크’를 공유해달라는 글로 도배된다.


사설도박업체의 광고배너를 게재한 불법중계사이트. [사진=불법중계사이트 홈페이지 갈무리]

◆독점중계권 가진 SPOTV의 고민 

사람들이 이렇게 무료 중계 채널을 찾는 것은 SPOTV의 요금 때문이다.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중계권은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업체가 100% 지분을 갖는 SPOTV만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경기를 중계할 수 있다.
 
그러나 무료로 제공되는 SPOTV 경기는 손흥민 출전 경기 등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모든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SPOTV의 유료채널인 SPOTV NOW를 이용해야 한다. SPOTV NOW의 현재 최소 요금제는 월 8690원에서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SPOTV는 오는 31일부터는 안드로이드 앱에서 이용권을 구매하면 월 9900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때문에 금액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무료로 경기를 볼 수 있는 불법 중계사이트를 더 많이 찾는다.
 
◆강력한 처벌, 저작권법 위반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와 계약되지 않은 모든 업체의 중계는 저작권법 위반이다. 현재 합법적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은 SPOTV와 쿠팡플레이뿐이다. 축구 평론 유튜버들이 경기 화면을 틀지 못하고 대화만 주고 받는 이른바 '입중계'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 교육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저작권법 제25조시사 보도를 위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저작권법 제26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처벌이 매우 강하다. 

법원을 통해 손실이 최종적으로 입증되지 않아도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으로도 손해를 배상해야 할 정도다. 일단 손해만 확인되면 침해한 자는 즉각 배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적 손해배상을 명시한 저작권법 제125조의2 1항에 따르면, 사실심(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는 실제 손해액이나 제125조 또는 제126조에 따라 정하여지는 손해액을 갈음하여 침해된 각 저작물 등마다 1천만원(영리를 목적으로 고의로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5천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상당한 금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손해가 입증되어야 배상 절차로 들어가는 다른 범죄에 비하여 무거운 조치로, 저작권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다.

◆불법 중계 시청자들, 죄의식 없다

불법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어떨까. 저작권을 침해하는 이들에게는 강력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만 시청자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4월 브라질 유명 축구선수인 네이마르가 자신이 불법 스트리밍으로 축구를 보는 것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렇듯 불법 중계 링크를 통해 스포츠를 관람한 시청자 대한 명확한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전 세계의 불법 시청자들이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청하는 행위도 명백하게 불법 행위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청 또한 불법 중계의 공범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불법 중계가 근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 중계가 불법 도박으로

불법 축구 중계는 사설 인터넷 도박으로 이어진다. 불법 중계 사이트는 대부분 불법 인터넷 도박 업체를 홍보해주고 있었다. B사이트는 사설 인터넷 도박 업체를 홍보하는 배너 광고를 페이지 한가운데에, V사이트는 공지사항에 추천 제휴 업체 리스트를 게재하고 있었다.

두 사이트는 더 노골적으로 인터넷 도박을 권장하고 있었다. 두 사이트의 운영자 모두 자신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경기 분석 자료를 게재하고 있었다. 둘의 분석 자료의 결론은 모두 스포츠 도박, 즉 어느 팀에 걸어야 하는지로 끝난다.
 

[사진=스포츠토토 홈페이지 갈무리]

현행법은 사설 도박 업체뿐만 아니라 이용자도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업체들의 영업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에 의해서 불법으로 규정된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스포츠토토가 유일한 합법 업체다. 이외에 존재하는 다른 업체들은 국민체육진흥법 제47조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설 스포츠 도박 이용자 또한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해외에서는 불법 중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2019년 3월 영국의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영국 법원이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불법 생중계한 일당 3명에게 총 17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프리미어리그는 불법 중계 업체를 끝까지 찾아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축구 불법 중계로 인한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가 없었다. 해외에 서버를 둬 사법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SPOTV 측은 “유료중계를 불법으로 재전송하는 사이트들은 모두 해외에 서버가 있어 찾아내기 어렵지만 법적 대응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또 검증 없이 불법 사이트 링크 광고를 시켜주는 플랫폼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