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아이유 '브로커'의 죄와 벌, 그리고 법

  • 아이유(이지은), 영아유기죄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 송강호· 강동원, 인신매매방지법과 입양특례법 위반 징역형
  • 베이비박스 현행 법으로는 허용 안돼
  • 재판부 "피해 아동이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는 곳" 인정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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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2 14:23
수정 : 2022-08-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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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오는 8일 개봉하는 ‘브로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두고 가는 장소를 뜻하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는 이들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국내 팬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브로커’에는 각종 법률적 이슈가 담겨있다. ▲아기를 버리고 ▲버려진 아기를 빼돌리고 ▲그 아기를 돈 받고 넘기는 행위는 대한민국 법을 위반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져왔다. 이 질문과 현실 세상을 지배하는 법이 사뭇 다르다는 점도 많은 영화 장면으로 보여줬다. '법의 창'을 통해 영화 '브로커'를 바라봤다.
 

[사진='브로커' 공식 포스터 갈무리]

◆아이유 죄는 영아유기죄
영화는 소영(이지은)이 자신이 전날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아이를 찾으면서 시작한다.
 
소영이 그랬듯, 한국에서는 미혼모가 아이를 버리는(법률 용어로 유기)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고성의 바닷가 공중화장실에서 갓 태어난 아이가 유기됐고, 최근에는 10대 청소년 A양이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 수거장에 아기를 유기했다고 자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발생한 영아유기는 1272건으로 연평균 127명의 영아가 유기되고 있다.
 
'브로커' 속 소영은 영아유기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272조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영아를 유기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혼모인 소영이 자신의 출산 사실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깨닫고 아기를 유기했다면 이 조항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만약에 영아가 숨졌다면, 영아살해죄
소영(이지은)의 경우는 아니지만, 부모가 양육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영아를 살해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11일 평택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한 뒤 살해하여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친모 B씨를 입건했다. 그녀는 아기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찰이 남편이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기를 유기·살해한 친모 C씨를 검거한 일이 있었다. 친모 B씨와 C씨 모두 영아살해죄가 추가적으로 적용된다.

영아살해죄를 명시한 형법 제251조는 이렇다.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전 4조(형법 250~253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는 형법 제254조에 의해서 영아살해는 범행이 실패하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

그만큼 아기의 생명을 존중하고 부모의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20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5단독(재판장 유재현)이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존속유기·살해 비해 왜 처벌이 약할까?
한국의 영아유기·살해죄는 69년 전인 1953년 만들어진 법으로, 전쟁 직후 극심한 가난으로 아이를 제대로 부양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낮은 형량이 적용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 271조 2항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나이가 많거나 어림, 질병 그 밖의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유기한 경우)의 죄를 지은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 3항 제1항의 죄를 지어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즉, 자신과 배우자의 조부모, 부모를 보호하지 않고 유기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 2세 미만의 영아를 유기할 때는 이에 비해 다소 가벼운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형법 제272조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영아를 유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영아살해도 마찬가지로 일반 존속살해에 비해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형법 제250조 2항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반면 영아살해를 명시한 형법 제251조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자신의 조부모, 부모와 영아가 아닌 자녀, 손주를 살해할 때보다 영아인 자녀를 살해할 때는 보다 낮은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한 해 4만건이 넘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출산 직후 아이를 창밖으로 내던져 사망케 하고, 아이를 해하고 시신을 훼손하려 한 부모가 집행유예 등을 받았다"며 "영아살해죄, 영아유기죄가 보통의 살해, 유기보다 형량이 가벼우므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 백혜련 의원도 지난해 “생명에는 경중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영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일벌백계를 통해 보호와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1992년, 독일은 1998년 영아살해죄를 폐지해 일반 살인죄와 같은 처벌 수준으로 영아살해를 판단하고 있다.
 

[사진='브로커' 공식 예고편 갈무리]

◆송강호·강동원 일당은 인신매매범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소영(이지은)이 베이비박스에 맡긴 아기를 빼돌리려다 이를 신고하려던 소영에게 자백한다. 상현과 동수의 본래 계획은 아이를 빼돌려 사례금을 받고 불법 입양을 시키려는 것이었다. 상현은 소영에게 그녀의 아기를 더 좋은 곳에 입양시켜주겠다며 설득하는데, 소영이 상현의 이야기에 수긍하며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현과 동수는 영아 매매를 해오던 이른바 ‘브로커’이다. 과연 이들의 행위는 어떤 법률로 다뤄질 수 있을까.

이들은 먼저 형법 제289조에 의해 최대 징역 10년을 받을 수 있다. 인신매매를 다룬 형법 제289조 2항에 따르면,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89조 4항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거나 매매된 사람을 국외로 이송한 사람도 제3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같은 법 제3항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만약 이들이 이전에 아이를 빼돌려 외국으로 보낸 적이 있다면, 최소 2년에서 최대 15년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들의 알선 행위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된다. 입양특례법 제20조 1항 입양기관을 운영하려는 자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법인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국내입양만을 알선하려는 자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현과 동수는 자신의 사무실을 세탁소로 위장하고 자신들이 베이비박스에 자원봉사를 하며 아이를 빼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절차를 받았을 리 만무하다.

이들은 입양특례법의 제44조에 의하여 무겁게 처벌된다. 입양특례법 제44조 제20조 제1항을 위반하여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입양알선 업무를 행한 자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상현과 동수가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에게 체포된다면 이와 같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브로커 예고편 갈무리]

◆이들을 모두 모이게 한 베이비박스
소영이 자신의 아기를 두고 간 곳은 베이비박스다. 부모의 사정으로 인해 유기의 위험에 처해있는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보호장치다. 부모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면, 민간단체에서 아기를 보호하고 다른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거나 보호시설로 보낸다.

가장 대표적인 베이비박스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서울 관악구 난곡로에 만든 것이다.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처음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던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총 1935명의 아기를 보호했다. 이종락 목사는 ‘버려진 아이들을 안전하게 거두어 살리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2009년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담벼락에 베이비박스를 처음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불교계에서도 베이비박스를 만드려는 노력이 있었다. 부산 홍법사는 2019년 4월 영유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교계의 베이비박스인 라이프가든이 설치된 행복드림센터를 열어 운영했다.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 [사진=재단법인주사랑공동체 공식 페이지 갈무리]

◆베이비박스는 불법일까? 합법일까?
그러나 베이비박스 제도에 관한 법률적 근거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입양특례법 제11조 아동을 입양하려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서류를 갖추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같은 법 1항 양자가 될 아동의 출생신고 증빙 서류를 포함한다. 즉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이유로 엄연히 베이비박스 운영 단체는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사법기관은 베이비박스를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2020년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유기한 B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B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도움의 손길이 닿는 곳에 영아를 유기해 결과적으로는 짧은 시간 내에 아기가 구조됐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2015년 법원은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유기한 사실혼의 남녀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 이 양형에 대해서도 “유기장소는 피해 아동이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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