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법은 화물연대 파업을 파업으로 보지 않는다

  • 화물연대, 고용노동부 신고 필증 얻은 정식 노동조합 아냐
  • 정식 노동조합 아닌 단체의 쟁의 행위는 합법적 파업이라 볼 수 없어
  • 법적 지위, 특수노동고용자…이중적 지위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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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4 16:13
수정 : 2022-06-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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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전남 광양항 출입구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전남본부 노조원 들이 배치한 화물트럭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두고 "정부가 법과 원칙, 그 다음에 중립성을 가져야 노사가 자율적으로 자기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화물연대는 교섭권을 가진 정당한 노동조합으로 인정된다. 이는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 아니며 그들은 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거부 중"이라는 정부 공식 입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즉 "노사 간에 문제를 푼다"는 말이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다. 정부가 중재자로서 적극 나설 거란 기대 말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변함없이 화물연대는 법정 노동조합이 아니며, 그들의 파업 또한 정식 파업이 아니라고 본다. 법이 그렇기 때문이다.

아주로앤피는 대한민국 법률이 화물연대의 지위와 파업 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봤다.

◆화물연대가 노조가 아닌 이유
화물연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봤을 때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
 
헌법 제33조 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다. 그중 하나인 단결권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노동자가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서 사용자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자유가 있다.
 
그렇다고 노동자끼리 모여 단체를 결성했다고 해서 곧바로 노동조합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0조(설립의 신고) 1항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사항(1. 명칭 2.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3. 조합원수 4. 임원의 성명과 주소 5. 소속된 연합단체가 있는 경우에는 그 명칭 6. 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 있어서는 그 구성노동단체의 명칭, 조합원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및 임원의 성명ㆍ주소)을 기재한 신고서에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규약을 첨부하여 연합단체인 노동조합과 2 이상의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에 걸치는 단위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2 이상의 시ㆍ군ㆍ구(자치구를 말한다)에 걸치는 단위노동조합은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도지사에게, 그 외의 노동조합은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제12조제1항에서 같다)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조직을 갖춘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에 노조설립 필증을 교부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아직 화물연대는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들은 설립신고를 통한 합법적 노동조합보다는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가는 우회적 방법을 택해 단체를 설립했다. 화물연대가 화물노동조합이 아닌 화물연대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크라운제과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운영 사업장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의 파업은 파업이라고 부르면 안 돼
지난 1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화물연대 파업을 정당한 노동조합의 파업이 아닌 '집단운송거부'로 정의해 노동계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법적으로 보았을 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대로 화물연대의 파업은 공식적인 파업이 아닐까.
 
화물연대의 파업은 공식적인 파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화물연대가 정식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7조(쟁의행위의 기본원칙) 2항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즉, 신고를 통해 노조설립 필증을 받지 않은 화물연대에게 파업권이 없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은 이러한 법적 근거에서 비롯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사용자를 향한 요구가 아닌 정부의 정책적 사항이 쟁점이 되고 있고, 파업 전 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정식 파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성전자그린시티캠퍼스 앞에서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수고용노조, 법적 지위가 주는 혼선
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구성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은 기존의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으로 고객을 찾거나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이루어진다. 화물연대 구성원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자다. 또한, 화물 운전자들은 한 업체에 종속되어 노동하지 않고 여러 업체와 계약한다. 이러한 경우, 일반적인 노사 관계와 달리 사측을 특정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측에 종속돼 그들의 업무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이 사측에 직접 노무를 제공하며, 경제적으로도 사업주에게 의존되어 있다. 실제적으로는 근로자와 차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자와 다름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근로기준법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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