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법] 충청도에 없는 지역 은행…만들어줘유

  • 최근 충청남도 충청권 지역은행 설립 본격 움직임
  • 충청권 지역은행 과거 존재했으나 외환위기 때 모두 매각
  • 법상 250억으로 설립 가능…현실적으로 3000억 이상 필요
  • 지자체 15%까지 출자 가능하나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 "특수은행 만들자"는 이장우-김태흠 의견차 좁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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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1 07:54
수정 : 2022-06-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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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충청권 시·도지사 후보들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정문 앞에서 '충청권 초광역상생경제권 협약'을 체결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사진=연합뉴스]

"만들어봐유, 맨들어줘유!"

충청권에 지역은행을 설립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충청권(충청남도, 충청북도, 대전, 세종)을 모두 석권했다.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이 모두 한 정당에서 배출됨으로써, 충청권 숙원 사업들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지역 경제와 가장 직결된 것은 지역은행 설립 이슈다. 

충청권 지역은행은 민주당 출신 현직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추진해왔지만, 지난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 후보들 또한 동의해왔다.

충청남도가 충남, 충북, 대전, 세종 시·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청 거주민 응답자 중 63.9%가 충청권 지역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충청남도가 지역은행 설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주로앤피는 광역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에 은행을 만드는 데 어떤 법을 적용받는지 알아봤다.
 

지역 은행 설립 논의 토론회 [사진=연합뉴스]

◆충청권,강원권에만 지역은행 없어
충청권은 강원권과 달리 지역은행이 없는 지역이다.

대한민국에는 6개의 지역은행이 있다. 현재 대구·경북권의 DGB대구은행, 부산·울산·경남권의 BNK부산은행, 전북권의 전북은행, 광주·전남권 광주은행, 제주권에는 제주은행이 영업 중이다.
 
과거에는 충청권 은행이 있었다. 1968년 충청도를 영업 구역으로 한 충청은행이, 1971년 충청북도를 영업 구역으로 한 충북은행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둘 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1998년 충청은행은 하나은행에, 1999년 충북은행은 조흥은행에 인수됐다.
 
이후 25년 가까이 충청권에 지역은행은 없었다.
 
충청권에 거점 금융기관이 없다 보니 지역 금융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충청권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충청도 내에서 분배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역외유출 현상이다. 2019년도 충청남도의 소득 역외유출 규모는 25조원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충청북도 역시 한해 13조3000억원으로 전국 4위에 해당하는 자금이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26일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연구지원단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00억원 자본금 확보가 우선
충청남도가 은행을 만들기 위해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자금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제8조(은행업의 인가) 1항 은행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원회에 인가를 받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같은 법 2항에 따르면, 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일 것. 다만, 지역은행의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다. 충청남도는 지역은행을 설립하려 하기에 25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기만 한다면 이 조항은 해결이 된다.
 
현실적으로 250억원으로 은행설립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같은 법 4항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 7항 은행업을 경영하기에 충분한 인력, 영업시설, 전산체계 및 그 밖의 물적 설비를 갖출 것. 전문가들은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략 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지역은행 설립에 15%만을 출자할 수 있다. 은행법 제15조(동일인의 주식보유한도 등) 1항 동일인은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10을 초과하여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정부 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보험공사가 은행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지방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15 이내에서 보유하는 경우)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제3항 및 제16조의2제3항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0%만 출자받을 수 있는 중앙은행에 비해서는 완화된 조항이지만, 지역은행 설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더 많은 금액을 출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발빠른, 긍정적인 정치권
이런 차원에서 지난 3월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충남 예산·홍성)은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은행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를 예외로 두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은행 주식 보유 15% 제한도 풀어주자는 것이다.
 
홍 의원 측은 “IMF 위기 이후 24년 동안 충청권에 지역은행이 없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550만 충청도민을 대표할 은행이 없다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충청권 지역은행 설립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충청권 지역은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지난달 25일 "충청권도 지방은행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승조 전 충청남도 도지사는 지난 4월 도지사 재선 출마를 선언하며, “새로운 도전과 혁신, 더욱 강력한 추진력으로 충남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도약시키겠다”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꼭 추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같은 달 양 지사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어떤 은행을 만들지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이장우 당시 대전시장 후보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자본금 250억원 규모의 지방은행보다는 향후 충청권 미래산업 육성과 대규모 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특수은행 형태의 기업금융중심 지역은행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약 10조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금융 중심의 특수은행을 설립하자는 주장은 기존 김태흠 충남도지사 당선자의 일반 지역 설립안과는 큰 차이가 있다. 충청권 지역은행의 현실화를 위해서 어떤 방법을 택할지 의견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