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법] ②법정 간 '추석 분쟁'…법원 판결은?

  • 추석 명절, 가족 간 사건·사고에 대한 법원의 잣대
  • 시댁에 분노, 남편 때린 아내와 이혼
  • 종교적 신념 차이, 차례 거부한 아내의 경우
  • 형 땅 받고 차례 준비 제대로 안해…형제 간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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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2 12:40
수정 : 2022-09-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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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추석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추석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 1년 중 추석과 설날 두 번만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오랜만에 다같이 모인 가족들은 음식과 술을 나누며 가족의 정을 나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이는 명절의 풍경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 경우도 종종 있다. 

고부간의 갈등부터 상속이나 증여 등을 둘러싼 재산 문제까지 가족 간 다툼들이 법정까지 가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주로앤피는 명절에 얽힌 가족 간 소송 중 법원이 내렸던 안타까운 판결을 살펴봤다.
 

추석을 앞두고 성묘하는 부부. 추석 연휴를 열흘 앞둔 8월 30일 광주 북구 망월공원묘지에서 한 부부가 조상의 산소를 돌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댁에 불만···남편 때린 아내
추석 때 일어나는 문제 때문에 이혼한 부부는 한둘이 아니다. 시댁에 불만을 가진 부인이 남편을 때려서 이혼하라는 판결도 있었다. 

2011년 9월 10일자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최정인 판사는 남편 A씨와 아내 B씨가 배우자를 상대로 낸 맞소송전에 이혼 판결을 내렸다. 자녀의 양육권은 B씨에게 지정했다.
 
2007년 결혼한 아내 B씨는 잦은 시댁 방문, 제사 준비 등에 부담을 느끼면서 자신이 가족구성원으로 대우받기보다는 ‘일하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는 곧 남편 A씨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B씨 부부의 갈등은 2009년 추석에 사달이 났다. 추석 전날 아내 B씨는 시댁에서 혼자 차례 준비를 마무리한 뒤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 A씨는 시댁에 더 머물다 30분쯤 뒤 귀가했다. 이후 아내 B씨는 갑자기 남편 A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급기야 뺨을 때리고 옷을 찢기까지 했다.
 
결국 추석 당일 남편 A씨는 자신의 부모에게 아내의 폭행 사실을 알렸고 1주일 뒤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남편 A씨는 아내 B씨가 전통적인 가족관계 규범에 근거한 남편 집안 위주의 생활을 하면서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며느리로서의 의무만 강요받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곧바로 소송을 제기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 B씨 역시 대화와 타협으로 불만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려 노력하지 않고 남편에게 화를 내고 욕설, 폭행 행위를 반복해 온 점에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혼 귀책 사유가 모두에게 존재한다고 봐 양측 위자료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가정법원과 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

◆종교적 신념 차이···이혼 사유 충분
2008년 결혼한 1979년생 동갑내기 남편 C씨와 아내 D씨는 추석 명절에 불거진 종교적 신념 차이로 결혼 4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2012년 5월 부산가정법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우리법원 주요판결'에 따르면 남편 C씨는 불교를 믿고 있어 혼인 전에 아내에게 종교 여부를 물었다. 이에 아내 D씨는 무교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내 D씨는 학창시절부터 기독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한 경험이 있었고, 혼인 중 본격적으로 교회에 다니며 종교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차츰 종교활동에 심취하여 주 2회씩 집회에 참여하고 주 1회씩 집에서 종교모임을 가졌다.
 
각자 다른 종교 생활로 인한 부부 갈등은 추석 당일 극에 달했다. 아내 D씨는 촛불을 켜거나 절을 하는 것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석, 제사 등의 가족 행사에 참여를 꺼렸다. 그로 인해 잦은 다툼이 발생했다.
 
백주연 판사는 “남편 C씨와 아내 D씨 사이의 부부공동생활관계에 종교적 신념 차이로 인한 중대한 갈등이 발생했는데, 양 당사자 모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재판상 이혼 사유(민법 제840조 제6호)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이혼'을 주문했다.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차려진 차례상.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어린이들의 문화체험을 위한 차례상이 차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형 땅 받고 가족 행사 참여 안해···남동생 폭행
차례 준비에서 시작해 땅을 둘러싼 싸움으로 번진 다툼으로 60대형 이씨가 그의 30대 아들과 함께 50대 남동생을 때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도 있었다.

2015년 2월 1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형 이씨는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땅 1100평 가운데 500평을 떼어 남동생에게 명의 이전해주었다. 그러나 이후 남동생 부부는 추석, 제사 등 가족 행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형제 간 다툼으로 이어졌고 이씨는 남동생에게 나눠 준 땅의 소유권을 돌려 달라고 했다.
 
이씨는 2012년 11월 남동생과 그의 아내 김씨가 추석 차례상에 올릴 음식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났다는 이유로 남동생 부부의 가게에 찾아가 욕설을 퍼부었고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2년이 지난 2013년 이씨는 자신의 집에 온 남동생에게 “제사에 오지 않으려면 땅 등기를 넘겨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남동생이 이를 거절하자 이씨는 아들과 함께 남동생을 때렸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1단독 정윤섭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아들에게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부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가 그리 크지 않고 자백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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