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 쌀 소비 촉진법이 있다!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발언 논란
  • 쌀 소비 촉진 등 규정한 현행 법 있어
  • 정황근 농림부 장관 기본계획 수립 의무
info
입력 : 2023-04-06 15:04
수정 : 2023-04-07 08:27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사진=픽사베이]

[아주로앤피]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가 ‘밥 한 공기’에 묻혀버렸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인한 정국 급랭은 차치하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당 최고위원)이 말한 “아이디어 차원의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는 아쉬움이 적잖게 남는다.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법이 버젓이 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듯하다. 조 의원뿐 아니라 정치권 대부분이 비슷해 더 유감스럽다. 정부를 향해 이 법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따져 물을 책임이 국회에 있다.
 
◆우리 ‘생명줄’ 쌀의 희화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에 TV토론을 제안하며 전날 조 의원 발언을 거세게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조수진 의원이 5일 오전 언급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에 대해 “양곡법의 대안이라며 밥 한 그릇 다 먹기 운동을 제안해놓고 반성은커녕 언론 탓을 했다. 농민 생존권과 식량 자급 문제를 희화화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 119’ 위원장인 조 의원은 야당이 강행 추진, 대통령이 거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내놓았다.
 
조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이게 과연 농업의 미래와 관련 있나”라며 비판했다.
 
이에 “당장 농민들이 힘들다고 하면 보호할 다른 방안은 없나”라고 진행자가 되물었다. 그러자 조수진 의원은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 아니냐.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여성분들이 많은데, 다른 식품과 비교해 밥이 칼로리가 낮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의 다이어트까지 거론하자, 갑자기 일이 커졌다.
 

[사진=조수진 의원 페이스북]

당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SNS에 글을 올려 “갈수록 태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면서 그 대안이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그래서 밥을 잘 안 먹는다’,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하자’, ‘밥이 오히려 다른 식품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는 것을 알리자’고 한다면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나”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까지 거세게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조 최고위원은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라고 해명했다. 그는 SNS에 “민생119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쟁으로 몰지 말아달라”고 썼다.
 
◆아이디어 말고 법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 즉 쌀을 많이 소비해 농업과 농민을 살리자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법으로 만들어졌다.
 
2011년 11월 제정된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쌀 소비를 늘리는 방안과 관련해 법으로 강제한 의무조항이 다수 나와 있다.
 
제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쌀 이용을 촉진하고 쌀가공산업과 농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며 쌀가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제5조(기본계획의 수립 등)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쌀가공산업의 육성과 쌀 이용의 촉진을 위하여 5년마다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법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재원 확보 노력 △기본계획 국회 상임위 제출 △농민 및 가공업자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진= 농림부 홈페이지 캡처]

조수진 의원을 포함한 정치권은 우선 위 법안에 적시된 ‘기본계획’이 5년마다 수립·시행되는지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물어야 한다.
 
나아가 정치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밥 한 공기’ 수준이 아닌 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이 기본계획을 만들 의무가 있는 농림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