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관련법제의 현황과 전망

예산법률주의와 예산비법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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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1. 특수활동비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보면 비목별 지침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운영비, 여비,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직무수행경비, 연구용역비, 보전금, 민간위탁사업비, 법정민간대행사업비, 국제부담금, 일반 출연금‧연구개발 출연금, 건설보상비, 건설비, 자산취득비, 출자금, 지분취득비로 비목을 구분하고 세부 집행지침을 제시하고 있는바, 비목의 제목을 보면 일반인도 대략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매우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특수활동비라는 것은 도무지 어떠한 용도인지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도무지 어떠한 비목인지 알 수가 없다. 특수활동비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한다. 중앙관서의 장은 특수활동비를 당초 편성한 목적에 맞게 집행하여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집행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각 중앙관서의 장은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 제고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집행절차, 집행방식 등을 포함하는 자체 지침과 집행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집행하도록 하여야 하며,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 실제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며, 구체적인 지급대상, 지급방법, 지급시기는 각 중앙관서가 개별 업무특성을 감안하여 집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업무추진비․기타운영비, 특정업무경비 등 다른 비목으로 집행이 가능한 경비는 특수활동비로 집행하는 것을 지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집행관련 증빙은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증거서류에 대해서는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감사원 지침)」에 따른다. 각 중앙관서의 장은 동 지침의 취지에 맞게 현금 사용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현금 사용시에도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함으로써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침상으로는 현금사용을 자제하고 증거서류에 가능한 작성하도록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예산 집행의 내역이 명확하지 않고 증빙도 할 필요없는 예산 비목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산 비목이 ‘17년 8990억원이다. 이 중 절반이상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는 깜깜이 예산, 묻지마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는 총액 규모만 알려져 있을 뿐 세부 항목별로 구체적 사용 내역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법 제12조는 “국정원은 예산을 요구할 때에 총액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산출 내역은 제출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회 예산 심의도 비공개로 진행되며, 국가정보원법은 정보위원회의 예산내역 누설 금지조항까지 명시하고 있다. 원래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수사나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도록 돼 있다. 법무부(검찰)·경찰청 등 수사기관이나 국회에도 일부 책정되지만, 국정원은 모든 예산이 특활비로 묶여 있다. 예산안에도 국정원 예산은 세목 구분 없이 전액이 ‘국가정보 지원’이라고만 돼 있다.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지출 내역에 대해 외부 감시를 하기 어렵다 보니 ‘검은 돈’으로 전용되기 쉽다는 점이다. 국정원에서 민간인 여론조작팀에 지급한 것으로 밝혀진 돈이나 극우 성향 인터넷 언론 설립에 들어간 비용 모두 특수활동비라는 것이 문제이다.

2. 예산 투명성 문제

예산의 투명성의 문제는 비단 특수활동비라는 이슈에서 처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예산은 국가의 회계연도 세입과 세출의 계획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행정부가 편성․제출하여 국회의 의결을 통해 구속력을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행정부는 국회가 의결한 예산과 달리 다른 용도로 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금지되며, 예산위반행위에 대하여 국회 및 감사원의 재정통제를 통해 처벌 및 징계의 대상이 된다.

또한 예산은 국회가 심의하여 결의를 통해 확정짓는 사항으로 이는 예산이 오직 공익을 위해서 집행되며 국민의 경제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예산을 법형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산을 법률과 별개의 형식으로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 지출 부문에 있어서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통제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하에서는 재정투명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예산법률주의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예산의 법적 성격

1. 예산에 관한 규정

우리 현행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이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제54조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확정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59조는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에서 국회의 예산안 심의․확정권이 입법권 규정과 별도로 규정되어 있고, 예산지출에 대하여는 조세와 달리 법률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없는 관계로, 예산은 법률과는 다른 성격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예산비법률주의 내지 예산특수의결주의라고 부른다.

2. 예산의 의의

예산이란 1회계연도에 있어 국가의 세입·세출의 예정준칙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회의 의결에 의해 성립하는 국가행위이다. 예산은 일정기간의 국가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예정적 계산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따라 이미 확정된 본 예산에 변경을 가하여 유동적 재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편성되는 추가경정예산이 있어 예산의 예정적 성격에 예외가 있다,

하지만 예산의 기본적 성격은 특정기간에 대한 국가의 수입 및 지출에 대한 사전적․예정적 작성에 있다. 또한 예산은 특정 회계연도의 세입․세출에 대한 예정준칙으로서 국가의 재정운용에 대한 방향성 및 재정지출에 대한 사업계획인 동시에 재정계획이다. 따라서 조세부과 등에 의한 세수에 대해서도 세법 등 법적 통제장치가 따르며 마찬가지로 세출에 대해서도 헌법과 국가재정법 그리고 개별 관계법령에 따른 재정통제가 예정되어 있다.

3. 예산의 법적 성격

(1) 훈령설(예산행정설)
이 견해에서는 예산은 단순한 세입과 세출의 예정견적서가 아니라 그 자체 행정청에 내리는 국가원수의 훈령이라고 본다. 따라서 예산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에는 국회의 의결 보다 천황의 재가 및 공포가 더욱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설은 재정민주주의를 재정법상 최고 원칙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받아들여 질 수 없는데 이는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아닌 국왕 또는 국가원수의 훈령에 의한 예산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천황이 명목상 군주로서 역할을 하는 일본에서도 더 이상 논의가 없을뿐더러, 명목상의 군주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논의의 실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2) 법형식설(법규범설)
헌법 규정에서 예산에 대하여 법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예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예산안 처리에 있어서 법률안 처리와는 별도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예산을 법률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고 국회의 심의․확정을 통하여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법규범설’로 보고 있다.

즉, 국회의 예산심의․의결은 예산을 성립시키는 요소이며 일단 국회의 의결이 있으면 예산은 국가기관을 구속한다는 점, 예산은 단순한 세입․세출의 견적표가 아니며 세입에 관해서는 재원을, 세출에 관해서는 그 목적․시기․금액을 한정하는 점 등을 들어 법규범의 일종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예산이 한 회계연도에 있어서 국가기관의 재정행위만을 규율할 뿐이므로 일반국민을 규율하는 법규범과는 구별되나, 법령 중에도 국기기관만을 규율하는 조직규범도 있고 일정한 기간 동안만 효력을 갖는 한시법도 있으므로 재정민주주의의 논리에 기초하여 정부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하고 국회의 필수적 의결을 요구하는 ‘법규범설’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3) 승인설
이는 법규범설과 달리 예산의 법적 성격을 전면 부인하고 예산안의 제출은 어디까지나 행정해위로서 국회에 대한 의사표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예산은 정부의 행위에 대하여 국회가 사전승인을 해 줌으로써 정부의 지출책임을 면제해주는 수단으로서, 예산안의 제출은 행정행위 또는 특수한 국가작용의 한 형식에 불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견해는 재정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당시의 태도로서 행정부의 예산안제출에 대한 의회의 확정을 단순히 승인이라는 행정작용으로만 파악하는 데 가장 큰 맹점이 있다. 예산이 재정계획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가지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의 의회는 예산안을 단순히 승인을 통해 처리하지는 않으며,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심의한 후 의결을 통해 확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어떠한 행정계획이 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통해 확정되는 경우는 없다는 점을 볼 때, 적어도 오늘날의 국가에 있어서 예산은 단순한 행정행위로서의 행정계획이라는 견해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예산법률설
이 견해는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예산의 본질 또는 재정의 민주화를 고려한다면 예산은 법률이어야 하므로, 예산도 법률의 형식으로 의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논의들은 현행 헌법상의 예산제도에 대한 해석론과 입법론을 혼동하고 있으며 국회의 헌법상 지위 및 재정통제권, 권력분립의 원칙에 기초하여 현행 헌법상의 예산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면 예산은 법률의 특수한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5) 판례
예산의 법적 성질에 관한 판례의 태도는 헌법재판소 2006헌마409 결정을 통해 알 수 있다. 즉 헌재는 예산은 일종의 법규범이고 법률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지만 법률과 달리 국가기관만을 구속할 뿐 일반국민을 구속하지 않는다.

국회가 의결한 예산 또는 국회의 예산안 의결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여, 법규범설을 따르고 있다. 판례의 견해를 정리하면, 예산은 법규범이지만 국민에 대하여는 법적 효력이 없고 국가기관에 대하여만 법적 효력을 가지며, 예산이 국각기관에 대하여는 법적효력을 가질 경우, 국가기관은 법률과 예산에 의하여 이중적으로 법적 통제를 받는다.

Ⅲ. 해외 현황

1. 미국

미국은 예산이 법률로서 성립되는 예산법률주의를 취하고 있다. 미국 연방헌법 제1조제9항제7호에서는 “법률로 규정된 지출승인에 의하지 않고는 국고로부터 어떠한 금전도 인출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예산이 법률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국고로부터 세출재원을 인출하여 집행하기 전에 반드시 의회로부터 법률의 형태로 지출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매년 예산안을 마련하여 의회에 제출하고, 그것을 원형으로 하여 의회는 법률의 형식으로 예산법을 의결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의회에서 세출법(Appropriation Act)이 처리되면, 행정부는 이를 근거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또한, 세출법과는 별도로 성립되는 수권법(Authorizion Act)은 특정한 프로그램에 예산을 배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예산법의 처리절차, 내용 및 의회의 권한 등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은 「미국 연방법전」 제31편(United States Code Title 31)에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헌법은 기본적으로 재정에 관한 권한(power of purse)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의회에서 이루어지는 재정관련 절차와 행위가 재정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행정부는 예산을 편성하여 ‘대통령 예산(President's Budget Proposal)’이라는 형태로 제출하지만 이는 의회 예산심의를 위한 선행작업에 불과하며, 의회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결의안과 예산법을 의결하게 된다.

2. 영국

영국은 예산이 법률로서 성립되는 예산법률주의를 취하고 있다. 예산안은 재무부(HM Treasury)에서 편성하고, 하원의회에서 주요 예산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 법안(세입예산법안, 세출예산법안)으로 채택되며 상원에서 형식적인 심의를 거쳐 왕의재가를 받은 후에 법률로 제정된다.

영국의 예산법은 수입에 관항 사항이 규정되어 있는 재정법(Finance Act)과 지출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는 세출예산법(Supply and Appropriation Act)으로 성립된다. 영국은 불문법 국가로서 재정권한의 배분, 예산의 처리절차 등에 관한 성문헌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관행과 개별법령에 따라 예산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영국의 경우 예산 권한은 행정부와 의회를 지배하는 내각에 집중되어 있으며 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수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예산권과 관련하여 의회는 실권이 없고 의회의 예산과정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3. 독일

독일은 예산이 법률로서 성립되는 예산법률주의를 취하고 있다. 「독일 헌법(Grundgesetz)」 제110조에 따라 연방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여 연방의회에 제출하면, 연방의회는 이를 심사하고 법률로 확정한다. 다만, 독일의 예산법 역시 일반법률과 달리 국회의 심의․확정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수정이 제한되며, 의회에 제출권이 없으므로 특수한 형태의 법률로 볼 수 있다.

독일의 예산관련 법령으로 헌법, 「예산원칙법」, 「연방예산법」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경제안정 및 성장촉진법」은 예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헌법은 예산과정에 참여하는 주요 행위자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하고 있으며 예산에 관한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예산원칙법」과 「연방예산법」은 예산안의 편성, 집행, 결산 등에 적용되는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안정 및 성장촉진법」은 재정의 역할, 건전재정 확립을 위한 원칙 등을 담고 있다.

4. 일본

일본은 예산을 법률과 다른 형식으로 성립시키는 비법률주의를 따르고 있다. 「일본 헌법」 제84조는 조세를 부과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예산 지출의 경우에는 제85조에서 단순히 "국회의 의결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일본 헌법」은 조세법률주의를 명시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나, 예산은 법률과 상이한 형식으로 성립된다는 비법률주의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예산관련 법령으로는 헌법, 「재정법」, 「국회법」 등이 있다. 헌법은 예산 편성권, 예비비, 회계감사 등 예산제도에 관한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재정법」은 세입․세출의 정의, 회계구분, 예산총계주의, 계속비, 명시이월비 등 예산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를 정하고 있으며, 예산편성 및 집행에 관한 사항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은 예산결산위원회의 구성 등 국회 내의 예산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일본 헌법」 제86조는 일본의 예산 편성권을 내각에 부여하고 있으며, 의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심의·의결하도록 하고 있어 재정권한의 배분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와 비슷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헌법은 국회의 예산 증액에 대하여 정부의 동의가 필요함을 명시하고 있으나, 일본은 이와 같은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Ⅳ. 예산법률주의 장점

1. 재정민주주의 이념의 실질적 보장

재정민주주의는 의회가 재정의 성립, 집행 그리고 통제의 과정에 참여하여 재정구조를 결정지어, 궁극적으로 국민의 재정선호가 전체로서의 재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원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지 않는 현행 예산확정절차 아래에서도 예산에 대한 의회의 심의·의결은 보장받고 있으나, 의회의 전속적이고도 고유한 권한이 입법권에 있음을 고려할 때, 법률이 아닌 이질적인 형식으로 행정부의 국가재정작용에 대한 구속적 효과를 주기보다는 법률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헌법 제40조 상의 국회의 법정립 기능의 위상을 제고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법률유보원칙의 확립

법률유보의 원칙(das Prinzip des Gesetzesvorbehalts)은 “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의 법률은 물론, 국회가 제정․공포한 “형식적 의미에서의 법률”을 뜻한다. 즉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예산이 국민의 주관적 기본권과의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국민생활 전반과 공익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임은 부정할 수 없으므로 국가의 재정작용과 경제영역에 있어서 중요사항임이 명백한 ‘예산’이 비법률적 형식의 법규범으로 의결되기 보다는 법률의 형식으로 제정․공포되는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문제 해소

예산과 법률이 불일치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예산법률주의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즉, 재정지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법률이 제정되어도 예산이 성립하지 않으면 법집행이 불가능하며, 반대로 예산이 성립되어도 그 집행을 명하는 또는 근거가 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예산의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예산과 법률의 법형식 및 입법절차가 상이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으며, 또한 대통령중심제를 취한 국가에서 여소야대의 극단적 대치상황에서 흔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국회법 제79조의2, 제83조의2 등의 규정에 의해서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해소 수단을 일부 구비하고 있으나 예산이 법률로서 성립할 경우 예산법은 지출을 위한 다른 법률의 근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예산법률 스스로의 법적 효력으로써 예산지출을 통한 행정목적의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

4. 의회의 부적정 예산의결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우리 헌법 제57조에 따라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즉 예산삭감행위는 정부의 동의 없이 가능하며, 이 경우 예산삭감에 대한 제한규정 또는 구체적 내용을 정한 규정은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극단적인 정쟁의 결과로 정부의 중요한 정책사업에 대한 예산항목이 전액삭감 또는 항목 삭제되는 일이 있게 될 경우 그에 대응한 행정부의 법적 수단이 예산비법률주의 하에서는 없다. 그러나 예산법률주의를 취할 경우,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과 같이 예산의 전액삭감 또는 항목삭제 등의 경우에서 국회의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고려해 볼 수 있게 된다.

5. 위법집행에 따른 법책임 강화

예산법률의 구체적 규정을 통해 예산의 목적 외 사용 등의 위법집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예산비법률주의 하에서는 위법의 정도가 형사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해당 공무원의 징계책임 또는 기관장의 정치적 책임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으나, 예산법률의 구체적 규정을 통해 예산운용과 관련한 위법한 사실이 있을 경우 조직 내부의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어 재정집행자의 적정한 직무수행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

특히나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특수활동비의 정당한 집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하겠다.

6. 예산법률주의의 단점

예산법률주의 도입으로 경직된 재정운용이 될 수 있다. 경제의 활성화, 사회적 불평등의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예산의 속성을 무시할 경우, 복지국가의 실현에 역행하는 저예산주의가 초래되어 오히려 예산의 순기능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예산의 속성으로 인한 법형식화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그리고 의회의 선심성 예산증가로 예산증액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V. 결론

살펴본 바와 같이 예산법률주의는 재정민주주의 달성과 투명한 예산집행이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이를 해석론적으로 해결하려는 견해가 있으니 주목된다. 예산의 법적 효력을 기존의 판례와 다르게 대국민적 효력이 있으며, 예산의 법률체계를 법률 하위의 독자적인 법규범으로 보고 명령, 규칙보다는 상위의 법규범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규범통제 방식은 법률에 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개정이라는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예산법률주의의 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이와 같은 해석론은 우리가 경청해볼만 하다. 예산의 성격이 대국민적 효력을 갖는다고 볼 때 특수활동비처럼 투명성 없이 집행되는 예산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