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상속액, 헌재에서 국회로…"유류분 못 받는 경우도 법제화해야"

  • 헌재, 유류분 민법 조항 "위헌‧헌법 불합치"
  • 형제‧자매에 유류분은 위헌 즉각 효력 정지
  • 배우자‧자녀는 그대로…'상실 사유' 만들어야
  • '의절 조현문' 유류분은 '유언‧입법'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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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5 17:29
수정 : 2024-04-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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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향하는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과 관련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2회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2023710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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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과 관련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2회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망자의 형제‧자매는 유언장에서 배제될 경우 유산을 한 푼도 못 받는다. 배우자와 자녀 등은 유언장에서 상속 배제돼도 기존대로 일정 몫(유류분)을 챙길 수 있지만, ‘(패륜 등) 챙겨갈 수 없는 사유’ 조항이 내년 말까지 생긴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이같은 내용으로 요약되는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작고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의절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만약 유언에서 상속 대상에서 배제돼 있을 경우 자신의 법정 상속분의 절반을 받아갈 수 있게 됐다. 다만 국회가 예컨대 ‘가족 간 고발‧소송’이나 ‘부양‧교류의 정도’ 등 유류분 상실 사유로 어떤 내용을 명시하느냐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의 상속은 ‘0원’이 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제1112~1116조, 1118조 등 위헌 제청 및 위헌 소원 사건에서 1112조 4호(형제자매에 법정상속분의 3분의1)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류분 제도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피상속인(망자)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형제자매에 유류분을 보장하는 민법 1112조 4호는 즉시 효력을 잃게 됐다. 망자의 형제자매들이 법적 상속분을 주장하며 낸 유류분 청구소송 중 아직까지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들은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또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1112호 1~3호, 부양 기여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민법 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입법 개선 시한은 2025년 12월 31일로 정했다. 해당 조항은 2019년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며 딸의 유산을 받아가 논란이 됐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판단을 종합하면, 예를 들어 '형제의 난' 이후 효성가(家)와 의절한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선친의 유언장에 유산 관련한 내용이 따로 없다면 법정 상속분인 1500억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유언장에서 배제돼 있다면, 그래도 입법 개선 시한인 내년 말까지는 여전히 유류분 즉 자신의 법정 상속액수의 절반인 700억원대의 유산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국회가 신속하게 ‘조현문 케이스’가 포함되는 유류분 상실 사유를 적시해 법안을 처리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
 
또 고(故) 한영대 전 BYC 회장의 배우자이자 BYC 한석범 회장의 모친 김씨와 한 회장 형제들이 한영대 전 회장 상속 재산을 두고 한 회장을 상대로 낸 1300억원대 유류분 청구소송은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한나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국회에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는 등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입법 개선 이전에 재판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이라고 하더라도 유류분을 인정해야 한다"며 "반대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법으로 규정한 시점까지 재판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법은 망자의 유언을 통해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은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에게 최소 상속분으로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다. 과거 장남 위주로 유산이 상속되면서 부인이나 딸이 불합리하게 상속에서 배제되자 이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1977년 도입됐다.
 
망자의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 상속액의 2분의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오스트리아·일본 등은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우리나라도 유류분 제도가 법이 제정될 당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핵가족화·여성 지위의 향상과 남녀평등 실현 등으로 시대가 변화했다는 주장이다. 
 
청구인을 대리한 이동국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이번 헌재 결정은 1977년 신설된 후 현재까지 47년째 유지되던 유류분 제도의 불합리한 면을 사회적 변화 및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지 않도록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과거 유류분이 도입됐던 당시와 법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해당 조항에 한해서는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다른 유류분권자들 중에도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는 경우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유류분 상실사유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통해 개선하도록 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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