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권리금 보호조항’ 첫술에 배 부르랴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조항 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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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연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입력 : 2018-03-26 10:46
수정 : 2018-03-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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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015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이른바 ‘권리금 보호조항’을 신설했다.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주장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영세 상인들이 대다수인 상가 세입자들은 신설된 권리금 보호조항으로 인해 기대감이 커졌다. 당시 권리금 보호에 대해 문의하는 상담전화가 부쩍 늘어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권리금 보호조항 덕분에 지난 3년간 일방적인 건물주의 횡포가 많이 사라졌다. 필자도 많은 상가 세입자들이 소송을 통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권리금 보호조항은 세입자와 건물주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오게 했고, 열악한 세입자의 지위를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몇 가지 단점도 발견되고 있다. 이 조항도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법 규정의 모호한 표현, 악용되고 있는 예외조항, 좁은 적용범위 때문에 세입자가 권리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권리금 보호조항이 입법취지에 맞게 상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개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문제점이 발견돼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의 적용범위는 너무 좁게 규정돼 있어 많은 상가임차인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세입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건물이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일부인 경우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규모 점포란 매장면적의 합계가 3천제곱미터 이상인 점포의 집단을 의미한다. 쉽게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규모 점포를 권리금보호조항의 적용제외로 규정한 것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원래 권리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포를 임차한 수많은 영세상인들이 존재하는 다수의 전통시장도 대규모 점포에 포함돼 있다. 전통시장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작 두텁게 보호받아야 할 영세상인이 대다수인 전통시장이 대규모 점포에 포함돼 권리금 회수기회에서 제외된 것이다. 법의 적용범위가 너무 좁다보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제외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대규모 점포에 해당하는 전국 전통시장의 수는 2013년 기준 232개에 달하고, 그곳에서 영업하는 점포 수는 78,321개다. 전통시장 점포의 임대상인 비율은 63.5%이므로 위 232개 전통시장 중 대략 5만개의 점포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범위 밖에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형성된 권리금 수준은 전통시장의 경우 1,881만원으로 나타났고, 전통시장의 전국 1개 점포 평균 임대료는 75.5만원이므로 이는 25개월 치의 임대료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전통시장을 제외한 몇몇 대규모 점포의 경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적용제외로 규정돼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경우에만 권리금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대규모 점포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전통시장이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며, 나아가 대규모 점포를 적용제외로 규정한 조항은 삭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획일적인 적용제외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게 상가건물임대차 관련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인의 재산권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 세입자의 권리금 보호기간이 너무 짧다. 권리금 보호조항은 건물주가 준수해야 하는 권리금 지급 방해행위 금지기간을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간은 세입자를 찾고 건물주와 협의를 하기엔 너무 짧다. 그러다보니 신규 임차인도 찾지 못한 채 3개월이 경과돼 권리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세입자도 많다.

권리금 보호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의 기간을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로 개정을 한다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기간이 늘어나 조금 더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 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과 관계없이 권리금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현재 일부 하급심 판례를 보면, ‘5년이 경과하여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는 세입자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여 세입자들이 패소하는 사례가 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5년)과 관계없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려고 하는 경우 별도의 보상방안(퇴거보상비)이 필요하다.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없다.

임대차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임대건물의 재건축 및 철거 등으로 퇴거하게 되는 경우 퇴거보상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는 독일·일본 등과 달리, 우리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세입자 보호에 취약한 것이다.

철거 또는 재건축으로 계약갱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권리금과는 별도로 퇴거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013년 기준 2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1%(2011년)보다 높은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이 상가임차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상가 임차인의 문제는 단순히 임대차와 관한 문제라고만 볼 수가 없다. 상가 세입자의 보호는 근로자의 권리와 관련된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상가 월세, 보증금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나아가 권리금 보호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세입자들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세입자가 상가를 임차하며 지불한 권리금은 회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권리금 보호조항이 조속히 개정돼 입법취지에 맞게 상가 세입자를 보호해주길 기대한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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